독후 감상문

마리 앙투앙네트 베르샤유의 장미

by 무무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 슈테판 츠바이크 [청미래]


어렸을 때 티브이에서 보는 만화를 좋아했습니다. 머릿속에는 기억에 나는 명작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베르사유의 장미>입니다. 80-90년대에 애니메이션판으로 이 작품의 이름이 익숙한 분들도 많을 텐데 여왕 마리 앙투아네트에 관한 이야기로 마리의 남편인 루이 16세와 애정 관계였다고 알려진 한스 등과 같은 실제 역사 속 인물들과 순수한 작가의 창작이 만들어낸 인물인 오스칼과 오스칼의 소꿉친구이자 연인인 평민 앙드레를 추가하며 탁월하게 만들어 온 가족이 재미나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오스칼은 남장 여자라는 클리셰를 확립한 인물로서 셀 수 없이 많은 매체에서 재창조되기까지 했습니다. 오스칼은 누구보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진심으로 섬기고 그녀의 안위를 진심으로 바랬으나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소용돌이의 핵심 중 하나였던 왕정 철폐의 국민적 요구 속에서 그저 평범한 한 여자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를 구해내기는 무리였습니다. 실제 당시 분위기는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 같은 다양한 책을 읽으며 점점 시민들에게 감화되어가는 오스칼과 달리 마리 앙투아네트는 뼛속부터 왕족이었기에 역대 왕족들의 씀씀이에 비하면 매우 검소한 편이었다고 하나 때를 잘못 만난 여왕이었습니다. 흔히 알려진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 역시 그녀의 말이 아니었지만 혁명은 피를 필요로 했기에 그녀는 희생을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그녀를 제대로 알아보고자 이 시대 최고 전기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가 썼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국왕의 힘이 가장 강했던 루이 15세 때 프랑스의 왕세자비가 되었습니다. 그녀 자신도 오스트리아 제국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이었고 왕궁의 딸로 태어나 다른 제국의 왕비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그녀는 아름답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잿빛 블론드의 풍성한 머리채, 백자 빛의 살결, 매끈한 얼굴, 풍만하면서도 부드러운 몸매에 상아처럼 매끄러운 팔의 완벽한 선(....)”으로 표현되는 그녀는 국왕뿐만 아니라 프랑스 국민들마저 그 아름다움을 넋을 잃고 바라 볼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루이 16세의 왕비가 되자 인기는 금세 원망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그녀는 사치와 화려함으로 유명한 “로코코의 여왕”이라 불리며 발랄했던 앙투아네트는 유행을 이끌었고, 숱한 귀족들이 왕비의 생활을 지금의 파파라치처럼 쫓아다녔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녀가 왕비의 의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데 있었습니다. 귀족과 힘 있는 이들은 베르사유에 모여 살았고 왕과 왕비가 있었기 때문에 권력을 지키려면 사람의 마음을 사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유쾌한 친구들과 트리아농이란 작은 궁전에서 지냈을 뿐 더는 얼굴을 보이지 않는 왕비, 귀족과 권력자들은 루이의 왕궁과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혁명의 기운은 무르익어 갔습니다. 반역의 지도자들은 뒤가 구린 인물들이었는데도 왕과 왕비를 비난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존경을 받았고 심지어 왕비의 이름을 팔아 사기를 일으킨 여인마저도 사람들의 동정을 받았습니다.


1789년 7월 14일 왕권의 상징이었던 바스티유 감옥이 무너졌고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는 끝없이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앙투아네트는 그 순간부터 비로소 왕비다워졌습니다. 그녀는 단두대에 올라서는 순간까지도 의연했고 살려 달라며 매달리지도 않았습니다. 프랑스 왕비에게 은혜를 베풀었다는 영광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그녀는 어느 편지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불행 속에서야 인간은 겨우 자기가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P 117 : 시대를 이해할 생각은 않고 오직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생각만 했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립니다. 왕국을 무너뜨린 쪽은 그녀를 방탕한 오스트리아 여인으로 밀어붙였고 후에 왕권을 다시 세운 측은 그녀의 미덕을 찬양하느라 열심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그녀를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작가는 섬세하게 자료를 추려내 마리 앙투아네트를 눈으로 직접 본 듯이 살려냈습니다. 시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냉철한 눈이 없을 때 사람들은 누군가를 동정할 가치 없는 악마로 비난을 합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쏟아졌던 시대의 비난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눈먼 독설을 퍼붓지는 않았나 반성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