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의 연인
스푸트니크의 연인 - 무라카미 하루키 [자유문학사]
20살의 대학생이 되었을 때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책을 처음으로 선물을 받았습니다. 운이 좋게도 그 친구와는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인데 그 당시 그 친구는 책에 심취해 있었고 특히 하루키에 빠져있었습니다. <상실의 시대>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던 내게 그 친구가 생일 선물로 주었던 책은 이 책이었습니다. 20살 나이에 이 책은 저에게 어쩐지 가슴에 와닿지 않았고 사실 지루하고 따분해서 읽다가 던져버렸던 책이었지만 우연인지 이 책을 다시 집어 든 거는 책의 내용과 비슷한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였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읽은 이 책은 이제는 일 년에 한 번쯤 쓸쓸할 때 꺼내 드는 책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고독할 때 이런저런 상념으로 뒤척이며 잠 못 이룰 때 꺼내보면 좋을 책이라고 주변 친구들에게 선물로 보내가도 했습니다.
15년 뒤 만난 이 책은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나와 내가 사랑하는 소울 메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스미레와 스미레가 사랑하는 뮤와의 이야기입니다. 하루키의 책이 그렇듯 사랑을 이야기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제가 생각하기에 애정소설이라기보다는 인간 실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나와 타인 사이의 교감과 존재 의미를 다룬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스미레와 뮤와의 관계에 많이 생각들을 하고 있지만 저는 이상하게 서술자 나에게 더 큰 관심이 생겼습니다.
오로지 스미레와의 교감에서만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나이지만 스미레는 언제나 자신의 전부가 될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스미레의 부재로 인해 나는 자신의 일부가 죽어서 사라져 버렸다고 느끼지만 스미레가 없이도 나름 본인의 삶을 혼자서 꾸려나갑니다.
완벽한 타인이 없듯 완벽한 동반자도 없습니다. 결국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그 길을 나란히 할 수는 있지만 그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은 결국 자기 혼자라고 일깨워 줍니다. 누군가 대신해줄 수도 없고 누구와 함께 해줄 수도 없는 차갑고 냉정하지만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주인공 나는 우리 인간을 러시아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의 후예”라고 말을 합니다.
P 135 : 스푸트니크라는 말이 러시아어로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그건 영어로 Traveling Companion'이라는 뜻이에요. '여행의 동반자'... 어째서 러시아인은 인공위성에 그런 기묘한 이름을 붙였을까요. 외톨이로 빙글빙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불쌍한 금속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데.
P 243 : 지구의 인력을 단 하나의 연줄로 삼아 쉬지 않고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는 스푸트니크의 후예들을 생각했다. 고독한 금속 덩어리인 그들은 차단막이 없는 우주의 암흑 속에서 우연히 마주쳤다가 순간적으로 스치면서 영원히 헤어져버린다. 아무런 말도, 아무런 약속도 없이
우리의 인생은 평생 똑같은 궤도를 그리면서 움직이는 인공위성 같을 거라서 하루키가 이렇게 제목을 지었던 것이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인공위성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저렇게 똑같은 궤도를 가야만 하는 것일지 궁금했습니다. 혹시 먼 지구에서 희미하게나마 바라보고 있는 그 누군가를 위해서 일지 고독해짐으로써 더욱 빛나기 위해서 일지 책을 읽은 후에도 알 수는 없었습니다. 고독해짐으로써 더욱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을 거 같은 하루키의 책이 정말로 저에게 필요한 적절한 시기에 15년 만의 해후를 완벽하게 해 줬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