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 감상문

밤의 도서관

by 무무

밤의 도서관 - 알베르토 망구엘 [세종서적]


저에게 꿈을 꾸는 공간이면서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일 본인만의 도서관이 있을 겁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도서관 안의 책이나 겉으로 보이는 서재나 이런 것들이 다르지만 저에게는 두 명의 부러운 서재를 가진 작가가 있습니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움베르토 에코” 와 오늘 소개할 “알베르토 망구엘”의 서재입니다. 에코의 서재는 오래된 고서적들과 가치가 아주 높은 책들이 많아 두 군데로 분리해서 모아놨던 것과 달리 망구엘은 3만 권 이상의 책을 보유한 실제 개인 도서관을 가진 독서가입니다.


이 책은 그런 망구엘에 생각하는 존재하는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설명하기보다 이른바 책과 영혼이 만나는 마법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우선 역사적으로 개인 도서관을 꾸몄던 사람들의 다채로운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나 대영박물관 도서관 같은 공공도서관, 그리고 본인이 가지고 싶은 거 같은 상상 속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책으로 둘러싸인 집 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 책에서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 중에 하나는 콜롬비아 산간벽지 주민들의 독서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 당나귀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누구라는 의식에, 공동체의 차원에서는 집단의 일원 즉 시민이라는 의식이 더해질 때, 우리 삶은 의미를 갖는다. 그 의미를 글로 표현한 것이 바로 도서관에 꽂힌 책들이다”라고 이야기하는 망구엘은 책이 우리를 악에서 보호해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가능성, 깨달음의 가능성 등 무수한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것이기에 가난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산골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책을 못 읽는 환경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망구엘은 개인 도서관 출입문에 “원하는 대로 읽어라”라고 써두었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도서관이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위안의 공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더욱 넓게 키워주는 스승이며, 누군가에게는 완벽한 유토피아일 것입니다. 도서관의 역할이 그 무엇이든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서관은 평등 이념이 실현되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망구엘은 이야기합니다.


P 22 : 아침의 도서관이 세상의 질서를 엄격하게 지키고 이를 당연히 바라는 공간이라면, 밤의 도서관은 세상의 본질로 흥미진진한 혼란을 즐기는 듯하다

P 84 : 인쇄물은 그 자체로 독서의 공간이 되며, 종이의 질감과 잉크의 색상 및 전체적인 구조가 독서가의 손에서 특별한 의미를 얻는 물리적인 풍경을 창조해내기도 한다.


제가 상상하는 가장 신비로운 도서관은 쥘 베른의 책 <해저 2만 리>에 나오는 잠수함 노틸러스 호의 도서관입니다. 아무 불빛도 없는 주변이라 어둡지만 모든 근심과 고통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롭고 편안하면서 아늑한 곳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도서관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제가 만들어 가고 싶은 서재나 도서관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책으로 둘러싸인 가슴이 웅장 해지는 약간은 오래된 서고의 좁은 골목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책의 숲을 유랑하는 모습을 그리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