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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l 19. 2023

럼두들 등반기

by W. E. 보우먼

빌 브라이슨은 이 책을 두고 “이 책은 지상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곧 눈 덮인 히말라야 성채에서 웅장한 랭클링라 곁에 자리 잡은 인적미답의 럼두들을 정복하기 위해 출발한 한 무리의 대단히 사랑스러운 무능력자들의 이야기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책은 윌리엄 틸먼이라는 기자의 난다 데비 등반대에 관한 1937년 기사를 소재로, 등반이라는 극한 상황을 풍자와 해학으로 패러디한 작품입니다. 약간 세 얼간이가 연상되기도 하는 사랑스러운 이 책은 산악인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고전인 작품입니다. 사실 출간 당시에는 대중이나 언론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오랜 세월 그저 해적판으로만 떠돌다가 빌 브라이슨이 정성 어린 서평을 달면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고, 지금은 우리도 읽을 수 있게 번역본까지 나온 전설적인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산악인들과 문인들 사이에서만 입소문을 타며 읽히다 정유정 작가님의 추천으로 다시 개정판으로 출간되어 다시 빛을 보게 된 작품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아서 현재는 품절된 채 새로운 책으로는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럼두들”이라는 상상 속의 봉우리를 찾는 7명의 좌충우돌 등반기입니다. 눈치 없고 이상하게 믿음직한 대장, 언제나 길을 잃는 길잡이, 항상 어딘가 아픈 주치의, 끔찍한 음식만 만들어 내는 요리사, 촬영장비 준비만 하느라 정작 사진 한 장 찍지 못하는 사진가, 의사소통이 안 되는 언어학자, 항상 피로해서 짐을 들지 못하는 힘이 센 보급담당자 등등 조금은 모자랍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행복합니다.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며 목표인 정상을 찾아가는 이 사람들은 더없이 행복해 보입니다. 우리에게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가 모토였던 초창기 무한도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곳곳에 여러 유머가 넘쳐날 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도 한 번쯤 느낄 법한 인간 군상의 모습과 그것을 풍자로 승화하는 이 책은 날카로우면서 재밌고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P : 그 밤은 어떤 밤보다 더 행복한 밤 중 하나였다. 우리 등반대는 잘 굴러가고 있었다. 우리는 조화롭고 단합이 잘 된 팀이었다. 포터들은 우수했다. 나는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 사람으로서 이 이상 더 무엇을 바랄 수 있을 것인가?”          



사실 여행기가 아니지만 이 책을 첫 번째로 여행이라는 항목에 담은 이유는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명성을 듣고 이곳을 찾기 때문입니다. 럼두들은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산이지만 산악인들과 극지 탐험가들 사이에서 컬트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1959년 오스트레일리아 남극 탐험대는 그들이 발견한 봉우리에 ‘마운트 럼두들’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사건이 계기가 돼서 이 산은 현재 남극 지도에 공식 지명으로 표기되었을 뿐만 아니라 카트만두에 있는 ‘럼두들 식당’은 에베레스트 등정대의 집결 장소로 까지 이름을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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