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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l 19. 2023

파타고니아

by 브루스 채트윈

길거리를 돌아다녀보면 파타고니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 로고를 볼 때마다 많이 설레는데, 저에게 있어 “파타고니아”는 브루스 채트윈이라는 작가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을 나열할 때마다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데, 제가 그를 처음 만난 건 이 책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앉은자리에서 다 읽고 나서, 다시 첫 장을 찾게 되었고, 이 책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18세 나이에 미술품 경매사 <소더비>의 경비로 취직을 하게 됩니다. 그의 천재성을 회사에서 인정받고 8년 만에 최연소 이사가 됩니다. 하지만 시력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어서 그만두게 되었고, 예술부 기자로 인생 2막을 시작합니다. 어느 날 일을 하며 운명적인 만남을 마주하게 됩니다. 파타고니아 여행을 꿈꾸었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아일린 그레이를 만나게 되었고, 90을 넘은 고령의 건축가는 직접 그린 파타고니아 지도를 채트윈에게 보여줍니다. 본인 대신 그곳을 가달라고 부탁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채트윈은 2년을 준비하고 파타고니아로 떠납니다.


그렇게 채트윈은 1974부터 75년까지 경계가 모호한 파타고니아를 여행을 하게 됩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남미 최남단 푼타아레나스까지 광대한 파타고니아를 떠돌며 97개의 이야기를 얻습니다. 이 책도 파타고니아를 닮아서 경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위치나 지역을 ‘기묘한 방랑의 고장’ 또는 ‘세상 모든 추방자들이 삶의 끝에서 찾아드는 곳’ 등으로 표현합니다. 지역명이 가려지고 오직 단어와 문장들로만 표현을 합니다. 광막한 자연 풍경과 배경을 사실적이면서 은유로 설명을 합니다. 그러면 책을 읽는 저는 활자가 아닌, 한 번도 가보지도 못한 그곳이 머릿속으로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는 아름다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사람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특히 채트윈 자신이 만난 사람들에게 깊은 사랑을 느끼고,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상 깊습니다. 그는 이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 다니는 사람, 정권에 항거하다가 피한 사람들, 백파이프를 직접 제작해 연주하는 노인, 떼강도 등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겉모습이나 소문들에 개의치 않고 자신이 보고 느끼는 대로 편견 없이 사람들과 이야기합니다. 그는 파리 리뷰 인터뷰에서 “내가 인생의 모든 노력을 바쳐 찾아다닌 것은 바로 기적이었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에게 기적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내는 파타고니아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과의 에피소드입니다.   


        

P : 늘 제가 저지르겠다고 협박했던 짓을 드디어 결행했습니다. 오늘 밤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려고 합니다. 저는 파타고니아 내륙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작정입니다. 거기서 저 자신을 위한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늘 쓰고 싶어 했던 글을.      


P : “정말 멋진 거짓말들이었어.” 발도가 가만히 중얼거린다. “그렇다면 이 하늘은?” 나는 그의 말을 받는다. "발도 씨, 이 많은 별들은 뭐죠? 이것도 파타고니아의 거짓말이란 말입니까?”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 이 땅에서 우리는 행복한 존재가 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어. 하지만 우리 중의 누구도 거짓말을 속임수와 혼동하지 않아.”     


P : 그래도 진실은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게 좋다.          



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파타고니아 여행입니다. 해외 출장으로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가본 적은 있지만, 일에 치여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돌아온 게 못내 아쉽습니다. 채트윈이 걷던 그 길을 따라 발자국을 옮기고 싶은 열망이 있습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아서 용기와 꿈이 줄어드는 게 현실이지만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그의 숨결이 있는 꿈의 파타고니아를 거닐고 싶습니다. 대표님에게 당당하게 글을 쓰겠다며 사직서를 던질 용기는 없지만, 이렇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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