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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l 19. 2023

푸른 하늘 맥주

by 모리사와 아키오

친구와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나왔던 애니메이션과 음악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기쿠지로의 여름>을 시작으로 <summer>를 들었고 마룻바닥에서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일본 특유의 여름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그 여름과 닮은 책이 읽고 싶어 지게 되었고 책장에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시간에 한 권의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몇 장만 읽으려 했지만 작가의 매력적인 글에 결국 끝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름의 더위는 싫어하지만 추운 겨울에 그리워지는 여름과 어울리는 책이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작가에 끌리게 되었습니다. 동화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는 작가에 끌렸고 푸른 하늘과 맥주의 조합이 너무나 완벽했습니다. 작가의 여행과 맥주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그전 작품들처럼 따스한 봄과 같은 책이 아닌 무더운 여름날 더위를 날려버리는, 마치 창문을 열어둔 채 바닷가를 드라이브하는 듯 착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여행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시간 순서가 아닌 의식의 흐름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조금은 왔다 갔다 하지만 작가의 유머와 위트가 살아있어서 시간의 순서 따위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오키나와에서 삿포로까지 캠핑 같은 여행을 떠납니다. 산과 바다에 오토바이를 타기도 하고 자동차를 끌고 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항상 그의 옆에는 아이스박스에 담긴 시원한 맥주가 있습니다. 맥주를 너무 사랑해서 추운 겨울에도 맥주를 마시기 위해 직접 노천탕을 만들기까지 합니다. 여행 경험이 쌓이지 않고 미숙하였을 때는 비닐 위에 깔개를 깜빡 잊고 비닐 위에 열이 가해진 돌을 올렸다가 열 때문에 비닐이 녹아 근처 가게에서 나무 상자를 구하기도 합니다. 그 나무 상자는 생선 상자였고 열이 가해지자 생선기름이 녹아 노천탕에 비린내가 진동한 해프닝도 일어납니다. 물도 차가워 근처 원숭이들이 비웃는 것처럼 깔깔 웃어댔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화룡점정으로 온천가루를 뿌렸는데 녹색 물에 재를 뿌린 듯해 알고 보니 가정용 입욕제를 뿌리는 등 어설픈 여행가의 모습도 친숙하게 보여줍니다. 그래도 노천탕에서 편안하게 누워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작가를 보며 이런 자유라도 얼른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골탕 먹이려고 교포가 된 작가의 친구, 서로 노상방분을 하는데 좋은 위치를 선점하려고 하는 모습, 물속에서 대변을 짜릿하게 본 일, 낯선 이에게 대접받은 나물이 알고 보니 잡초였다는 사실, 바다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다가 오히려 말썽 피운 철없는 어른으로 오해받은 일 등 자유로운 여행 속에 유쾌한 작가의 흥미로운 모험이 가득합니다. 계획적이라기보다 즉흥적인 것이 가득했던 여행인 만큼 그에게 오랫동안 소중한 추억들로 간직하다 이렇게 글이 되었고 결국 책으로 나오기까지 합니다.      



P : 재철 산나물을 캐서 튀김으로 만들고, 그걸 안주로 맥주라도 한잔할까          



노숙여행이라 다른 데는 돈을 아껴도 맥주만큼은 꽉꽉 채워두어야 했던 그 기분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언제나 하루의 마무리에 빠지지 않았던 맥주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인지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이자 충고를 합니다. 더욱 많은 책을 읽을 것과 보다 많은 곳을 여행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의 이 글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습니다. 책으로부터 평소에 체험할 수 없는 간접 경험을 하고 여행으로부터 신선한 자극을 통해 나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떠나는 작가의 결단이 부러웠습니다. 특히, 캠핑하는 부분을 볼 때마다 홀가분하게 떠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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