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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l 19. 2023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by 빌 브라이슨

어떠한 주제를 주더라고 주변을 재밌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유의 유머러스함은 그 사람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 작가라는 별명을 가진 빌 브라이슨도 그런 사람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 방방곡곡을 누리는 작가는 98년에 유럽을 여행하고 쓴 이 책을 쓰게 됩니다. 저도 대학교 졸업과 함께 이 책을 가방에 넣고 여행하며 돌아오고 나서는 이렇게 재미난 여행기를 써보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었지만, 작가처럼 재밌게 쓸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의 리뷰나 평론가들의 극찬이 때로는 방해가 많이 되었지만 이 책만큼은 많은 이들이 칭송하는 것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행기라면 고로 사진도 많이 포함될 법도 한데 사진 한 장 없는 그의 책에는 해박한 지식뿐 아니라, 그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놀라운 흡인력이 있습니다. 물론 연신 미소를 머금으며 시간을 잊게 해 줄 수 있을 정도의 재미는 덤입니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박학다식한 저자의 머릿속에서 여러 나라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비꼼과 조롱을 비롯한 유머가 있지만, 기분이 상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까칠한 시선이 아닌 따뜻한 포옹이 있고, 순간순간 그 나라 사람들의 표정을 읽으면서 내뱉는 말들이 참 맛깔스럽고 멋있습니다. 유머는 조금 직설적입니다. 독설적이라고 표현하기는 좀 뭐 하지만 독설과 직설의 그 어디쯤에 있는 유머입니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일기장에 쓰는 글처럼 당당히 말합니다. 각 나라에 대한 느낌을 유머의 돛단배에 실어서 우리들에게 들려주는데 그 맛이 또 먹고 싶은 달달한 사탕과도 같았습니다.      


책에서 빌 브라이슨은 혼자 여행을 하지만 수십 년 전에 친구 카츠와 함께 유럽여행을 했던 모습도 보여주며 그때의 추억과 현재 혼자 여행하는 사이의 변화를 인상적으로 표현합니다. 또 그는 맥주와 좋은 잠자리에 대한 집착을 책에서 가득 보여주는데, 그 과정에서 만나는 인물이 이 책 안에 인연의 전부입니다. 잠시 같이 여행하거나 다른 집에 초대받거나 하는 인연은 없지만 이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글쓰기와 세세한 묘사와 웃음이 나오는 비유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몰입하게 합니다. 유럽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작가의 책은 15년 전의 여행기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유효한 유머와 감상으로 가득한 그의 책을 저는 친구들에게 종종 선물하기도 합니다.          



P : 하루는 도무지 할 일이 없어서 함메르페스트 시장을 만나러 갔다. 시장님에게 나는 저널리스트지만, 그보다는 대화를 나눌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장의사 같은 얼굴에다가 청바지에 푸른 작업복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하루 동안 가석방된 수감자 같은 인상이었지만, 친절한 분이었다.     


P :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것보다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을 자아내는 일이 어디 있을까. 여행자는 갑자기 다섯 살짜리 어린이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읽을 수 없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간신히 눈치로 알 수 있을 뿐이며,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가 없다. 존재 자체가 연이은 추측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빌 브라이슨은 미국 아이오와 주 디모인에서 태어났지만, 40년 넘게 영국에서 살았습니다. 대학 시절 영국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아내를 만났고 네 아이를 낳으면서 그대로 눌러앉았습니다. 스스로도 영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르는데 몇 년 전쯤에 영국 시민권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표현대로 영국서 살고 있는 미국인 모험가입니다. 주로 영어와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쓰지만 6년간 영국에서 더럼대학교 총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그의 책을 사랑했던 엘리자베스 2세는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인 대영제국 훈장 4등급 명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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