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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l 19. 2023

배신당한 유언들

by 밀란 쿤데라

이 책은 작가가 <불멸>을 발표하고 <느림>을 발표하기 전까지(1990년부터 1994년), '무한'이라는 계간지에 발표했던 글들을 모아 놓은 에세이집입니다. 이 시기에 발표하던 작가의 글들은 많은 감동들을 낳았고, 논란들도 야기하였습니다. 특히 1992년 가을에 실은 <파늬르누주가 더는 웃기지 않는 날>은,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를 옹호하면서 소설이나 예술에 무감각한 유럽 지식인들에게 일침을 가한 사건으로 유명합니다.    

  

‘모든 슬픈 이야기에서 가장 슬픈 것은 호메이니의 선고가 아니라, 소설 예술이라는 가장 유럽적인 예술을 옹호하고 설명할 수 없는, 달리 말해서 자기 고유의 문화를 설명하고 옹호할 수 없는 유럽의 무능이다.’라고 말을 하면서 거대한 논쟁거리를 야기하며 당시 유럽을 들썩이게 하였습니다. 이후 호메이니가 선고를 언도한 루슈디를 구하기 위해 피에르 부르디외, 자크 데리다, 토니 모리슨, 앙리 레비 등 많은 작가, 철학자, 심지어 정치가들까지 참여하여, 호메이니의 평결을 비판하면서 크고 작은 많은 회합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당시 루슈디는 어느 텔레비전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쿤데라에게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명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총, 칼보다 강한 그의 문장 덕분에 훌륭한 작가가 살해 위협을 벗어나게 한 위대한 글뿐만 아니라 평소 음악을 사랑한 그의 애정이 담긴 글들, 그의 작품들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후 쓰게 될 글들에 대한 착상, 불안정한 당시 사회문제들까지 본인의 생각을 마음껏 펼친 이야기들이 이 안에 있습니다. 마치 대곡을 창작하기 위해 멜로디, 화음, 박자로 이뤄지는 음악의 다리로 연결한 베토벤의 작업처럼 이 책은 카프카와 야나체크라는 다리를 건너 밀란 쿤데라에게 이어져 있습니다.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창작의 영감을 유지할 수 있는 다리 건설에 성공한 베토벤과 연결고리를 안 하고 소품에 머물렀던 쇼팽의 일화를 통해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의 창작 핵심에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P : 도덕적 판단을 중지한다는 것, 그것은 소설의 부도덕이 아니라 바로 소설의 도덕이다.     


P : 다르게 쓰는 법을 깨우쳐 준 이가 바로 카프카예요." 여기서 '다르게'란 사실임 직함의 경계를 뛰어넘는다는 뜻이다. 실세계로부터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낭만주의자들처럼) 실세계를 더욱 잘 파악하기 위해서 

말이다.     


P : 프루스트가 말하듯, "책이란 우리가 습관을 통해, 사회를 통해, 우리의 악덕을 통해 표출하는 자아와는 다른 자아의 산물."이요, “작가의 자아는 오직 책을 통해서만 나타나기 때문에” 말이다.           



2011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는 밀란 쿤데라의 전집을 발표합니다. 이조차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 거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의 저작권을 얻어내 모든 표지에 실었다는 것입니다. 2차 사용권을 허락하지 않는 마그리트 재단에서 동의를 얻기까지(몇 안 된다고 합니다.) 출판사는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겁니다. 작품 이외에 말을 아끼는 작가와 신비한 분위기, 발상의 전환, 모던함이 르네 마그리트가 추구하는 세계와 같아 보였고 그의 전집은 우리나라에서 너무 예쁘게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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