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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ul 19. 2023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by 프랑수아즈 사강

저는 분명히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을 좋아하지만 그녀는 저에게 좌절감을 안겨준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그녀가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한 내용 때문인데 그녀는 글을 잘 쓰는 건 타고났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글은 쓸 수 있지만 남들이 좋아하고 읽히는 글을 쓰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는 그녀의 말이 글을 쓰고 싶어 했던 저에게는 커다란 벽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이 책은 그녀가 49세에 발표한 에세이집입니다. 그녀의 지난 삶 가운데 그녀에게 영향을 미치고 고통을 주고 환희를 주었던 사건, 인물들을 소개한 책인데 그래서 프랑수아즈 사강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보자면 그녀는 도박을 매우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벌었던 돈을 다 탕진하기도 하고 조금은 능력도 받쳐줘서 돈을 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도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 글을 읽다 보면 재미있게 한번쯤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그녀는 도박이 주는 위험을 잘 알고 있었고 돈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박 그 자체를 즐겼기에 그녀는 나름 행복하게 도박을 하였던 거 같습니다. 수만 프랑을 잃다가 다시 복구하여 100프랑 정도를 잃은 사람이 “나 오늘 100프랑밖에 잃지 않았다” 고 자랑하고 좋아하는 심리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도박장의 빈곤한 청소부가 어느 날 수만 프랑을 잃은 백만장자에게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는 상황과 함께 도박장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줍니다.      


또한 그녀는 생트로페가 휴양지로 유명해지기 전에 그곳에 자리를 잡고 친구들을 불러 시대를 앞서는 파티를 즐겼다고 합니다. 그녀를 따라 많은 파리 사람들이 그곳에 별장을 짓고 주민들이 카페, 바 등을 열며 변화에 맞추고, 그래서 생트로페가 유희의 장소로 변해간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보이기도 합니다. 나만 알고 있던 멋진 노래가 어느 날 유명세를 타는 것과 같은 느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나만의 장소가 사라졌다는 불평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이 외에 그녀가 쓰고 올린 연극에 대한 이야기가 재밌었습니다. 많은 예술가들 특히 오손 웰즈, 테네시 윌리엄즈, 쟝 폴 사르트르 등과의 인연, 존경, 그리움을 담은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그나마 제가 조금 알고 있는 빌리 홀리데이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빌리 홀리데이를 뉴욕에서 만나고 다시 프랑스에서 만났던 것에 대한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도 그 속에는 간접적으로 당시 그녀가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음을 알려줍니다. 당시에는 알 수 없었겠지만 귀여운 외모의 백인 여성과 삶의 마지막을 향해가는 흑인 여성의 만남이 극적인 상상을 하게 합니다.      



P : 그것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고, 시간이라는 모래시계를, 돈이 주는 중압감을, 사회가 가하는 ‘문어발식’ 속박을 잊게 한다. 도박을 할 때 돈은 결코 존재하기를 멈추지 않는 어떤 것, 장난감, 플라스틱 칩, 다시 말해 교환 가능한 본성을 지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 되어버린다. 또한 진정한 도박사들은 심술궂고 인색하고 공격적인 경우가 매우 드물며, 너그러움을 그들 안에 간직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물질적이거나 정신적인 모든 소유를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모든 패배를 우연으로 간주하며 모든 승리를 하늘의 선물로 간주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확실히 프랑수아즈 사강은 시대를 앞서간 여성이었습니다. 재즈를 좋아하고 도박을 좋아하고 스피드를 좋아하고 파티를 즐겼던 그녀에게서 조금은 소녀적인 그녀의 글에서 느끼지 못하는 예술가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책의 오묘했던 이유는 본인에 대한 책이지만 누가 썼는지 알 수 없는 머리말에 언급되었듯이 그에 대한 직접적인 것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가 그 자신의 이야기를 썼지만 오히려 거기에 등장한 타인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그 자신은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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