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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Aug 07. 2023

르네상스 미술여행

by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저는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특정 작가를 사랑하지만, 미술에는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문외한입니다, 나름 어느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미술관이나 전시회 등을 꼭 계획에 집어넣기도 하고 그림도 나름 열심히 그려 보지만, 게임 실력만큼이나 늘지 않는 것이 미술이었습니다. 미술을 잘 알지 못해도 이 정도의 감상을 할 수 있다고 알려준 책이 있는데그걸 알려준 작가는 다름 아닌 릴케였습니다     


이 책에서 대문호 릴케는 자신이 미술에 문외한이라고 고백을 합니다. 그가 말하는 문외한은 저랑은 다른 벼가 고개를 익어가듯 겸손의 미덕이겠지만 그렇게 자신을 이야기하는 작가에게 친근감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가진 특별한 감정과 언어로, 피렌체 여행 때 감상하던 작품들을 이야기합니다. 새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듯, 르네상스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는 저 같은 사람에게도 자신만의 시각으로 미술작품을 생각해 보라고 용기를 주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줍니다.     


이 책은 14살 연상인 살로메를 향했던 연정과 피렌체 여행을 적은 일기이기도 합니다. 시인이었던 작가는 거의 산문 시집을 쓰는 듯, 아름다운 문장들로 감정을 이야기하고 미술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책에는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라파엘로, 바로톨로메오 등, 르네상스 시대 대표적인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릴케의 정교한 해석이 가득합니다. 보티첼리의 [성모상]을 봤을 때는 ‘다른 비평가들의 모든 판단이 정지됐다.’고 털어놓기도 하고, 예술가들의 감상이라는 것은 나약함과 고통에 대한 향수라고 단정 지어 버리는 등, 솔직하고 날카롭게 써 내려갑니다.           



P : 당신에게 보내는 일기를 쓰기 시작할 수 있을 만큼 내가 충분히 마음의 평정을 얻어 성숙의 경지에 이르렀는지 어떤지, 그런 건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     


P : "15세기 회화에 관한 이 비망록 속에서 나는 안내서에 씌어있는 것 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지 모른다. 이 작품들을 충분히 음미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오직 하나의 권고만을 포함해야 한다. 그것은 '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제가 10년 전쯤 이탈리아를 여행하기 전에 읽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일 것이라는 생각에 미술관을 방문하기 전, 작품들에 대해 미리 알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덮은 후에는 그냥 가서 느끼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로 밀려왔습니다. 작품에 대한 편견 없는 상태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마주하는 게 좋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미술을 더 좋아하고 위대하다고 느끼게 만들어준 이 책이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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