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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Aug 26. 2023

슬픈 카페의 노래

by 카슨 매컬러스

저자는 미국 남부 출신입니다. 이 책이 쓰였을 1951년 미국 남부에는 고집스럽고 괴팍한 백인, 핍박받는 흑인, 덥고 끈적끈적한 기후와 저음으로 흐느끼듯 깔리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이 책은 남부의 그런 분위기를 강하게 담은 이야기입니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송(song)이 아닌 발라드(ballad)인 이유가 있습니다. 발라드는 춤곡이란 원래 의미보다 흔히 이야기 곡으로 번역되는데, 예전에는 영웅전설이나 명망가의 연애비화를 담은 곡을 말했지만 최근에는 감상적 사랑 노래를 대개 발라드라 부릅니다. 대화 형식으로 하고자 하는 얘기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게 매력인 발라드는 가사에 더욱 무게를 둡니다.


이 책은 황량하고도 쓸쓸한 조지아 주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이상하고 기이한 세 인물의 삼각관계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탐색합니다. 단순하게 흘러가는 줄거리와 독특한 인물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연가는 사랑은 서로 주고받는 상호적 경험이 아니라 혼자만의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또한 등장인물들은 개성이 뚜렷하고 이야기는 섬뜩하며 기이합니다. 쇠사슬에 묶인 죄수들이 땡볕 아래 흐느적대며 일하는 모습과 영혼의 바닥에서 흘러나오는 저음의 노래가 교차하듯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P :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지를 수 있다. 선한 사람이 폭력적이면서도 천한 사랑을 자극할 수 있고, 의미 없는 말만 지껄이는 미치광이도 누군가의 영혼 속에 부드럽고 순수한 목가를 깨울지도 모른다.


P : 사랑이 숨 쉬는 공간에는 언제나 따뜻한 향이 풍긴다. 비가 내리는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신다. 카페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슬픔이 깔려있다. 사랑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사랑이 신음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평범한 일상에 순응하기 힘든 소외된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열망과 고독을 이야기합니다. 주관적 주석이 배제된 담담하고 절제된 언어로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수성을 파고듭니다. 특히 이 책에서 사랑은 둘이 하는 게 아니고 혼자 하는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짝사랑을 의미하는 거는 아닙니다) 사랑의 가치는 사랑받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매겨진다는 말은 너무나 따스하게 다가왔고, 사랑받는 사람과 하는 사람의 사랑은 다른 것이고, 또 사랑하는 사람은 쌍방향이 아니라 혼자 하는 한 방향의 사랑일지라도 가치 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랑이든지 그 가치나 질은 오로지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치유받고 싶고 치유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슬프거나 기쁘거나 사랑스럽거나 돌고 돌고 도는 우리의 삶 속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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