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 EP 04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집

by 무무

TV에서 보았을 법한 바다를 품은 집을 이 친구와 처음, 대학교 1학년 때 왔었습니다. 저도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뒷문을 열자마자 나오는 모래사장에 “우와”를 연신 내뱉게 하였고 빨랫줄에 걸려있던 미역인지 다시마인지 모를 것을 바라보며 신기해하였습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모든 것들이 사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었지만 바다만이 가지고 있는 소리와 냄새, 그리고 빛이 만들어주는 풍경을 보며 황홀함을 느꼈습니다. 특히 오분 정도만 걸으면 나오는 새벽을 기다리는 방파제와 등대가 더욱 저의 기억을 빛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친구와 저는 19년 만에 다시 찾은 이 바다에 다시 섰습니다.



“엄마가 없는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누구나 이별은 서툴듯이 제 친구도 갑작스러운 어머니와의 이별에 많이 당황한 듯했습니다. 유언대로 화장한 반은 어머니를 바다에 보내드리고 반은 근처 납골당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친구의 지인이 운영하는 조그마한 배를 타고 우리는 육지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향했습니다. 점점 친구의 시골집이 작아지는 것을 느껴질 때 즈음, 시끄럽게 울던 배가 조용해지면서 멈춰 섰습니다. 친구는 남골함을 들고 선미 쪽으로 조심히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3일 동안 잘 참아왔던 눈물을 그제야 조용히 흘리며 어머니를 보내주었습니다. 저도 애써 울음을 참으며 옆에서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조금은 마음이 정리된 친구와 저는 담배를 하나 피고 나서 다시 시골집을 향해 돌아갔습니다. 돌아가면서 친구는 배의 뒤쪽에 앉은 채 어머니를 보내드린 곳을 보며 제게 아직도 이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하였습니다. 저도 감히 그 무게가 상상이 되지 않아 그저 머리만 끄덕이고만 있었습니다.



“왜 이 바다야?”



평소 말이 없는 친구는 저의 어이없는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낚시를 하러 가자고 하였습니다. 배에서 내려 친구 집에 가서 서로 옷을 갈아입고 낚시 도구를 챙겨 방파제로 나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방파제에 가서 간이의자를 세팅하고 미끼도 끼지 않은 채 바다를 향해 낚싯대를 던졌습니다. 한참을 앉아서 조용히 해질 무렵의 바다를 보고 있는데 친구가 입을 뗐습니다.



“내가 예전에 여기서 빠진 적이 있었거든. 어부의 아들이었는데도 물이 참 무서워서 수영도 못하고 허우적대는데 어머니가 그때 바로 뛰어내려서 나를 구해줬었어.”

“아마 어머니는 너를 멀리서도 그때처럼 지키시려고 이곳에 뿌려달라고 하신 거 같아. 마치 수호신 같은 거처럼.”



친구 이야기를 듣고만 있다가 조심스레 입을 그렇게 떼었습니다. 친구는 그제야 아까 보내드린 보일 듯 말듯한 저 먼바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 저는 다시 입을 다물고 걸리지도 않을 낚싯대를 괜히 만지작거렸습니다.


시간이 흘러 친구 어머니 짐 정리를 했습니다. 버릴 것과 남겨둘 것을 정리하는데 친구의 배냇저고리가 나왔습니다. 우리는 웃으며 우리도 이렇게 조그맣던 시절이 있었는데 왜 이렇게 돼버렸냐며 웃음과 한탄을 섞어가며 보는데 봉투가 하나 나왔습니다. 그 봉투에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와 87만 원 현금이 나왔습니다. 만원 만원 모아둔 듯한 꾸깃꾸깃해 보이는 돈과 친구 말로 들은 맞춤법이 맞지 않은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친구는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하면서 편지를 들고 뒷마당으로 나갔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저는 바닷가에 앉아있는 친구 곁으로 갔습니다.



“나 이제 고아야.”



스무 살이 넘어서는 한 번도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는 자신을 후회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홀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친구를 걱정하셨다고 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내려오지 못한 것을 후회했고 지금도 뒤돌아서 문으로 들어가면 어머니가 음식을 할 거 같다는 말에 저도 마음이 착잡해졌습니다. 어머니에게 제일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말에 한참을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하다 한마디 하였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날 때는 내 딸로 태어나줘. 그때는 진짜 잘해줄게.”



입동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따스한 바다를 우리는 한참 바라보다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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