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EP 03

Joy

by 무무

당신을 떠나보내고 몇 가지 습관이 생겼는데 그중 하나가 밤하늘의 별을 찾는 거예요. 함께 보았던 하늘에 수를 놓은 듯한 쏟아지는 별들을 보며 따스한 별빛에 지친 우리들의 마음을 조금은 위안 아닌 위로를 받을 수 있었어요. 아무도 모르는 낯선 땅에서 당신이라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 내 삶이 얼마나 밝아졌는지 모를 거예요. 오늘도 하루 일상이 되어버린 밤하늘을 바라보는데 그때처럼 별이 참 많아서 그런지 유독 그리워지네요.


내 생일의 월과 날을 바꾸면 당신의 생일이었기에 여전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림을 사랑했고 책을 이야기했고 글을 쓰고 싶어 했던 특별한 당신이 정말로 나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런지 노래를 함께 들으며 밤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출근시간 코앞까지 밤새 속삭였던 당신과의 순간순간들이 문신처럼 각인이 되어있어요.


On the road



가끔 운전을 하다 보면 집이나 일터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신이랑 했었던 일탈 때문이었겠죠? 겁이라는 단어 자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무한한 용기가 무작정 우리를 길 위로 안내를 했었죠. 마치 우리가 사랑했던 잭 케루악처럼요. 자야 할 곳을 예약하지 않고 먹는 것도 그때그때 보이는 곳에서 해결하며 일주일 동안 차를 타고 신나게 미국의 고속도로를 달렸어요. 지도를 사서 서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도시 속으로 우리를 맡겼지요. 서점을 둘러보고 유래가 어딘지 알 수 없는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꿈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마치 그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인연이라는 게 참 묘하더라고요. 계절이 닿으면 만날 수밖에 없게 되지만, 또 그 시간이 다하면 함께 있고 싶어도 같이 할 수 없는데 이것이 당신이 좋아하는 아이러니라는 단어가 맞는 거죠? 우리는 조금은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우리도 별 수 없이 여느 연인들처럼 아쉽게도 각자의 길에 서서 깨닫게 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각오는 깨달음을 줬던 당신에게는 안타깝지만 줄 수가 없었어요.


당신에게 자랑할 게 하나 있어요. 글을 하나 완성, 아니 끝맺음을 했어요. 우리가 그토록 바라왔던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어요.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었는데, 한 번은 해내게 되네요. 제목이랑 주인공 이름을 참으로 많이 고민을 했는데, 결국 당신의 이름을 따서 Joy라고 지었어요. 그때 내게 주어서 가슴속에 여전히 피어있는 꽃 한 송이의 순수를 생각하며 그렇게 했어요. 아니, 그렇게 돼버렸어요. 당신은 내 글을 본다면 나를 알아봐 줄까요? 나는 지금도 서점에 가면 새로 나온 책 부근에 서성이게 돼요. 당신의 글이라도 보고 싶어서 찾게 되네요. 지금 바라보고 있는 밤하늘의 그 별처럼 따스하면서 아름다울 당신의 글을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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