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만 찾게 되는 가수
사실 당신을 처음 알았던 그 시작 즈음에는 좋아하지 않았어요. 약간은 어눌한 말투에 어렸을 때는 공감할 수 없었던 당신의 목소리가 와닿지 않았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깊게 빨려 들어 같아서였다는 걸 알아서 두려워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 플레이 리스트에는 없던 당신의 음악이 어느새 가득 차던 순간이 있었어요. 대학에 들어가 만났던 좋아하던 여자 친구가 학교 근처에서 당신의 공연이 있다고 말을 했어요. 마치 운명 같이 중고 표를 그 자리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운이 좋게도 맨 앞자리에서 당신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노래를 듣고 처음으로 한 없이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나요.
팬이 되어버리고 당신의 TV 프로그램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어요. 가수들의 라이브가 잘 없었고, 특히 당신의 라이브를 들을 수 있었던 유일한 순간이었기에 매주 놓치지 않고 대기하고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되어버린 전설의 “제발”이라는 노래를 그 시간에, 물론 녹화본이고 집에서였지만,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어요. 당신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이별의 슬픔이 다가왔었던 것인지, 몇 번이고 첫마디 입을 떼지 못하던 그 순간을 저는 목격할 수 있었어요. 사랑이라는 걸 잘 모르던 그 나이에 이별이라는 것이 이런 슬픔일 것이라는 것을 감히 안다고 말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당신의 음악과 목소리는 현악기처럼 부드럽고 모든 마음을 감싸고 있어서 종종 듣게 되지만 자주 듣지는 않아요. 나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공허함을 느껴버리고 추스를 틈 없이 썰물처럼 감정에 떠밀려, 슬퍼서 초라하게 울던 그 시간대로 이끌어버리거든요. 그래서였을까요?
미안해요. 힘들 때만 찾아서
항상 위로가 필요할 때, 포근한 솜이불처럼 감싸는 당신의 음악을 찾아요.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배불뚝이 아저씨가 되었는데도 그때와 변하지 않는 건 일상을 살아내다 문득문득 외롭고 힘들고 버겁고 벽에 부딪힐 때, 계절이 바뀌고 찬바람이 슬쩍 느껴질 때나, 사는 게 힘들고 사랑이 힘들고 그럴 땐 조건 반사적으로 당신의 음악을 아니 목소리를 찾게 돼요. 너무 이기적이죠?
그래도 이번에 글을 쓸 때 당신의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했어요. 그리 슬픈 내용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여러 감정들이 당신의 음악을 필요로 했어요. 차가운 새벽 공기와 냄새, 어둠 속에 작게 빛나는 불빛, 적막함이나 고요함, 심지어 낭만과 설렘이라는 느낌이 필요해서 당신의 음악을 줄 곧 듣게 되었어요. 제 글의 배경음악이 되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지금, 새벽 4시가 조금 안되었어요. 당신의 목소리가 제일 잘 어울리는 시간이에요. 10월 말로 접어들면서 알싸한 추운 공기가 코 속으로 음미할 수 있는 지금, 당신 목소리와 닮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