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EP 05

사람을 찾습니다.

by 무무

집이 많이 어려워지면서 고등학교 시절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습니다. 오후 세시 반에 학교를 빠져나와 십 분 정도를 뛰어가면 닭갈비집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저는 2년 가까이 일을 하였습니다. 4시가 되기 전에 일 하는 곳에 도착을 하면 밥을 먹고 일을 할 수 있었기에 집이 어려웠던 저에게는 정말로 그 시간이 필요했고 절실했습니다. 야간 자율학습이 당연시 여겨지던 시기였기에, 또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게 오로지 학교의 목표였기에 야자를 하지 않는 저 같은 학생은 블랙리스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탐탁지 않게 여기던 담임선생님은 일부러 종례를 늦게 하면서 저의 유일한 밥시간을 뺐는 일도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럴 때는 4시에 맞춰서 갈 수 없었기에 밥을 먹지 못하고 옷을 갈아입자마자 설거지를 해야만 했습니다. 엄마와 가족들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었습니다.


10시까지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면 주방에서 일하시던 주방 이모님은 배고플 저를 위해 주먹밥이나 라면 한 봉지를 검은색 비닐봉지에 꼬깃꼬깃 포장해서 제 가방에 몰래 넣어주셨습니다. 한창 먹을 나이였기에, 그리고 공부만 해도 모자를 시기였기에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 저를 가엾이 여기셨습니다.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집에 와서 주린 배를 때울 수 있었어요. 그렇게 일 년을 버티고 살다 보니 형편이 조금씩 나아져서 학교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능을 마치고 괜찮은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일을 하고 받은 첫 월급날, 음료수와 빵을 사서 집으로 가기 전에 닭갈비집을 다시 들렸지만 이모님은 이제 그만두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한 동네를 산다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꼭 올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시간을 그렇게 흘러 보냈습니다.



한 번쯤 마주칠 뻔도 한 그런 기회는 저에게 허락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을 간 후 바로 군대로, 휴가를 나와서는 이사를, 전역 후에는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모님은 완전히 멀어져 갔지만 자물쇠로 잠가놓았던 기억의 편린 속에서 불쑥 나타났습니다. 특히 억울한 걸 이야기하면 변명하는 걸로 들리고 아무 대꾸 없이 고개를 끄덕여야만 인정받는 현실에서 왠지 모르게 이모님이 떠올랐습니다. 나에게는 정말 큰 어른 같은 존재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모님 같은 존재가 있어서 삶에 찬바람이 불어서 모든 걸 놓고 싶었던 그 시기에 그런 아찔한 순간은 오지 않았습니다. 끝없는 시베리아 겨울만 있을 것 같은 나의 인생에서 따스한 봄을 남겨주신 이모님을 찾아서 그토록 좋아하시는 경상도식 빨간 뭇국을 한 번 대접하고 싶습니다. 제게 좋은 사람으로 남아주셔서 그리고 나타나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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