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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술사 Aug 24. 2018

로마 카페 그레코,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앉으면 볼게 더 많은 카페 그레코( Antico Caffè Greco)

카페 문화 순례자들의 성지로 과거와 현재의 공존 모습 보여줘
안데르센이 사용하던 소파가 있는 곳이 최고 명당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까지 예술가와 지식인들의 사교 장소로 활용

로마에는 3대 카페가 있다.

안티코 카페 그레코(Antico Caffe Greco), 산 에우스타키오(Sant Eustachio),타짜 도로(Tazza Doro)이다. 3대 카페라는 말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여행책자에도 실려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로마에 들려 3대 카페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누군가는 인생 최고의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누군가는 3대 카페 선정

기준을 의심한다. 각자의 미각으로, 각자의 감성으로 느껴지는 로마의 3대 카페는

그만큼 개인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3대 카페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지는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그 카페에서 진정으로 즐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방문하여 제대로 만족하고 나오지 못한다면

아쉬운 일일 것이다.


3대 카페가 품고 있는 각 카페들만의 특성을 살짝 엿볼 수 있다면, 로마 3대 카페를 즐기는 방법을 좀 더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3대 카페 중 제일 먼저 이야기하고픈 곳은 카페 그레코이다.

카페 그레코의 정식 이름은  안티코 카페 그레코(이하 카페 그레코)이다.

위치는 스페인 광장 바로 앞에 있다. 스페인 광장 주변은 볼 것이 많아 관광객이 붐비는 장소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온 스페인 계단도 이 곳에 있다.


로마에 오면 이해할 수 없는 지명이나 가게 이름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스페인 광장과 스페인 계단이다.

로마 시내 한복판에 있는 광장과, 계단의 이름에 이탈리아가 아닌 '스페인'이라는 다른 나라 이름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광장이 건설될 무렵에 스페인의 " 교황청 스페인 대사관" 부근에 있었기 때문이다. 특정 거리나 광장을 부르는 방법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근처의  알려진 랜드마크를 붙이는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예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있다.(광화문 앞에 위치한 광화문 광장 )

스페인 계단과 광장 역시 그러한 방법으로 불린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스페인 교황청 대사관이 스페인 광장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볼 수 있다.

스페인 계단, 스페인 광장, 주 교황청 스페인 대사관, 그리고 카페 그레코. 모두 200미터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 걸어서 10분이면 각각의 장소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스페인광장과 스페인 대사관 지도

당시 로마 사람들에게는 광장 주변 랜드마크인  스페인 대사관 옆  광장을 스페인 광장으로 부르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흔히 상식으로 알고 있듯 교황청은 하나의 국가로 공인되어 왔으며  카페 그레코가 설립된 1760년 당시에는 아래 그림과 같이 이탈리아의 중부는 교황에 의해 지배되는 교황 국가(papal states)였다.

1796년 이탈리아 지도(출처:wikipedia)

따라서 교황 국가인 교황청과 업무를 보기 위해 각 나라는 외교관을 교황청에 파견을 했는데, 교황청과 일을 하기 위한 스페인 대사관이 교황청 스페인 대사관이다.


로마가 교황령에서 벗어나는 건 이태리를 통일시킨 최초의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에 의해 1870년 9월 20일이 되어서이다.


참고로 대한민국 교황청 대사관은 아래 주소에 있다.

그리고 주한 교황청 대사관은 청와대 옆에 있다.


19세기까지 교황 국가로 통치되던 로마는 교황령으로 다스리는 영토였다. 18~19세기까지 통일된 국가보다 지방분권의 개념이 강했던 유럽의 다른 나라들처럼, 국가의 개념이 희박하였다.


자유로운 사상과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은 각 나라의 예술인들, 문학인, 사상가들은 자연스럽게 국적을 떠나 로마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주로 프랑스,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인들이었다. 로마에서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예술을 교류할 공간이 필요해졌다. 그런 역할은 그리스 시대 때부터 광장(piazza)이 해왔던 것인데, 그들에게 스페인 광장 바로 앞에 오픈한 카페 그레코가 예술과 사상을 논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19세기 중반에 국적을 기반으로 한 각종 예술가협회가 형성되기 전까지, 카페 그레코는 국적과 상관없이 수많은 해외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을 모으는 장소로 점차 중요성을 가지게 되었다.

로마에 거주하는 외국인 및 단순히 지나가는 유럽인들 또한 이 곳을 찾았다.


Antico Caffè Greco는 '옛 그리스인의 카페'라는 뜻으로 1760년 그리스 사람 니콜라 델라 막달레나(Nicola della Maddalena)가 문을 열었다.

이탈리아 로마 한복판, 스페인 광장에 그리스 사람이 카페를 연 것은 강남 테헤란로에 일본 사람이 한정식집을 연듯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당시 스페인 광장 근처는 그리스인 거주지역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스인 니콜라에게는 익숙한 스페인 광장에 카페를 오픈하는게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Mario La Stella는 그의 책 Antichi Mestieri di Roma에서  '카페의 원래 이름은 Caffè del  Greco이며 처음 간판에는 그리스 문자가 있었다' 고 하였다. Antico의 뜻이 Ancient인걸 감안하면 처음부터 카페의 이름에 Antico가 붙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때의 흔적은 카페의 후문에 Antico Caffè Greco 가 아닌  Caffè Greco 로만 적혀있는 간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스페인 광장 아래 카페 그레코의 모습

오늘날 카페 그레코의 모습이다. 오른쪽에 스페인 계단이 보이고 우산  남성들이 모여서 카페 그레코의 유리 창안을 보고 있다. 카페 그레코의 외관은 19세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카페 그레코는 개점 당시에는 겨우 몇 사람이 앉을 정도의 작은 홀뿐인 초라한 카페였다.

습하고 어둡고 초라한 모습으로 나무 테이블을 가지고 있는 작은 카페였다. 그러나 스페인 광장과 유명 레스토랑 근처라는 위치가  도움이 되었다. 카페에는 많은 손님이 찾아왔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음침한 카페를 넓혀 엘레강스한 카페로  바꿈   있었다. 전면의 모습은 한국의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도 작다. 카페의 가치는 크기가 아니며 카페의 공간을 메우는 사람들이 본질임을 깨닫게 한다.


왼쪽과 위층은 이탈리아 명품 주얼리 브랜드인 DAMIANI 있고 오른쪽은 프라다가 있다. DAMIANI 한국의 몇몇 백화점에도 입주해있다.


카페 그레코  2층에는 19세기 초반 덴마크의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실제  들어 살았던 곳이다.


카페 그레코 안에 들어가기 전에 보아야 될 것이 있는데 입구 오른쪽 벽에 붙어있는 표지석이다.

거기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카페 그레코를 1939년 6월 1일 제정된 N.1089의 N.1/N.2조 항에 따라 특별 중요 유산으로 지정합니다. 1953년 7월. 27일. 공공 교육부"


카페 그레코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53 로마시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카페인 것이다.


그러나 카페의 소유주가 1970  미국풍의  같은 주점으로 바꾸려고 하여 문화재 지정이 취소될 뻔했다. 그때 매일같이 오후에 카페 그레코에 들려 시간을 보낸 걸로 유명한 화가 키리코(Giorgio de Chirico)  구제에 앞장선 것으로 전해진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겉에서 보던 것과 달리 굉장히 안 공간이 넓다.

카페그레코안  로비의 모습

내부는 초상화, 유리문, 거울, 빨간색 천의 가구들, 메달 및 동상들과 함께 번영한 19세기 스타일로 보존되고 있다. 카페의 벽과 선반에는 그 당시의 예술 작품들이 그대로 전시되고 있다

카페그레코 내부의 모습

카페 그레코는 주문을 받는 로비와 8개의 홀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홀을 모두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름은 그림들의 배경이 되는 도시와 조각, 그림, 글 등을 남긴 예술가의 이름을 따 지었다.

각각의 이름은 베네치아/로마/장미/옴니버스/구비 넬리/졸라 디치/로마 예술감상/갈리 홀이다.

아래에 각 홀에서 볼 수 있는 그림들을 골라 보았다.

각 홀에 있는 그림들

그중 가장 유명한 홀은 장미홀과 옴니버스 홀이다.

장미홀은 아래 그림과 같이 문화 모임을 개최하는 장소로도 종종 쓰이고  있다.

3월달 문학모임의 모습(출처: 페이스북)
미소짓는 카페그레코의 바리스타

카페 그레코의 바리스타 모습이다.

유화 속 한 장면으로 착각할 만큼 카페 인테리어에 완벽하게 녹아있다.

우산꽂이, 쓰레기통까지도 정물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느낌이다.

진열장에는 각종 케이크와 돌체가 즐비하다. 그중에서 꼭  먹어야 되는 건 밤을 설탕에 절인

마론 글라 세(Marron glacé)이다.  그리고 에스프레소가 아닌 카푸치노이다.


카페 그레코의 에스프레소는 일반적인 이태리 카페의 에스프레소의 맛을 보여준다. 결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카페 그레코의 명성에 비해 에스프레소 맛은 평범하다.

카푸치노는 맛이 굉장히 훌륭하다. 카푸치노에 기대했던 하트가 그려져 있지 않다고 실망하지 마라.

우유의 고소함이 극대화되어있고, 커피의 쌉쌀한 맛이 뒤를 받쳐주고 있다.

카푸치노 위에 설탕을 얹어서 한 모금 마신다면 천국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태리에서 카푸치노나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어서 마시는걸 두려워마라. 창피해하지 마라.

한국 커피 교육 학원 및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설탕이 에스프레소의 온전한 맛을 해치기 때문에 온전한 에스프레소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설탕을 넣지 말아야 하며, 그게  커피를 배운 사람의 매너라고 이야기한다.

틀린 말은 아니나 갇힐 필요도 없다. 대다수 이태리인들은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어 먹는다.


심지어 자주 가는 로마 카페의 바리스타는 나에게 이런 말도 했었다.

"자기는 에스프레소 마시는 것만 봐도 이 동양인이 한국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라고.

그래서 그 비법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지 않고 마시면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한국 사람들은 그 쓴 것을 설탕도 넣지 않고 마실수 있냐"라고 굉장히 놀라워했다.


머신은 레버식 4그룹 머신을 쓰고 있다.

이태리 중부 이남 지역에서 하이엔드급 머신의 대표 주자인  라마르조꼬를 쓰는 카페는 정작 많지 않다.

대부분, 라 심발리, 베째라, 페마 제품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라마르조꼬의 공장이 이태리 북쪽인 피렌체에 있기도 하고, 이태리의 북과 남의 정서와 지역적인 유통망이 많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커피와 카페가 특별할 게 없는 일상으로 자리 잡은 이탈리아에서 특정 머신으로 추출해야만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접근은 우스운 일일 것이다. 마치 캐논 카메라로 찍어야만 사진이 잘 나온다는 것과 같다.

지난번 방문 시에는 일반적인 반자동 머신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카페 그레코가 레버 머신만 쓴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머신으로 바꿔도 커피맛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 머신에 종속적이지  않은 원두 품질을 가지고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오랜 기간 카페 그레코가 사랑받아온 기본일 것이다.


좋은 원두, 좋은 로스팅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어떤 특정한 컨디션에서만 좋은 맛을 낼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조건에서는 나쁜 맛만 느껴지는 커피라면 좋은 원두, 좋은 로스팅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물 온도는 95도에 업 도징 32g을 하고 초당 11g의 유량으로 2~3초의 블루밍을 거쳐  2 bar정도의 저기압으로 pre-infusion을 하고 시작 압력은 7 bar, 5초 뒤 12 bar로 상승시킨 뒤 마지막 5초는 9 bar로, 25초간 추출하여 추출 수율 18~22%에 TDS 1.2~1.45%를 맞춘 20ml의 에스프레소 리스트레또가 정말 맛있다고 하면 그 커피는 맛있게 추출할 수 있는 조건이 너무 협소한 것이다.

또한 그렇게 추출해야만 제일 맛있게 나오는 원두는 과학적인 접근과 완벽함에 있어서는 칭찬받을 수 있지만 추출과 맛의 스펙트럼이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태리 카페에서 취급하는 커피는 다양한 사람들을 어느 정도 모두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별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아도 보통 이상의 맛을 내는 커피라는 점에서 이태리 커피 로스팅의 실력이 상당하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홀 중에서 가장 유명한 홀은 옴니버스 홀이다. 요즘도 매월 첫째 주 수요일 로마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1910년 옴니버스홀에서의 모임 모습

카페 그레코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카페들은 Bar에 서서 마시는 것과 실내에 앉아서 마시는 가격이 다르게 책정되어있는 게 일반적이다. 카페 그레코의 경우 서서 마실 경우 1.7유로 정도지만 앉아서 마실 경우 7유로~9유로 정도까지 약 5배 정도 차이가 난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Bar에 서서 마시지 않고 앉아서 마셔야 되는 이유는 바로 각 홀에 진열되어있는 300여 점의 그림과 조각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8세기~20세기 초까지 이르는 시간에 이곳을 아지트 삼아 드나들었던 많은 예술가, 지식인들의 작품과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그림을 감상하고 초상화를 비롯한 그들의 흔적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시공간을 거슬러 마치 타임슬립 하여 그 시대로 돌아간 느낌을 선사해 준다. 이 곳을 활동거점으로 삼았던 화가들이 자신의 그림을 선물하기도 하고 전시하여 판매를 하기도 했다고 하니, 카페 그레코는 세계 최초의 갤러리 카페라고 할 수 있다.

벽에 예술 작품들이 걸려있는 카페 그레코

앉아서 마실 때는 가장 깊숙한 홀까지 들어와서 마시는 게 좋다. 가끔 연주되는 그랜드 피아노가 있으며 그 옆에 이 카페에서 가장 유명한 소파와 테이블이 있다.

 

저 노란색 소파가 안데르센이 2층에 거주하면서 실제로 사용하였던 안데르센의 소파이다.

만약 자리가 비어있고 앉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저 안데르센의 소파에 앉아보자.

카페 그레코에서 나오기 전 화장실에도 들려보기 바란다. 남녀 구분은 없으며 들어갈 때 청소 담당 아주머니가 앉아서 팁을 주길 기다리며 앉아있다. 금전에 여유가 있다면 1유로 정도 주면 충분하다. 안 줘도 그만이니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조명과 수전을 청소하고 바닥을 닦는 수고비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Caffè Greco가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인 건  우편 주소지 사용과 같은 순수한 실용적인 상황에 기인 한 부분도 있다. 로마에 막 도착한 많은 유럽의 예술가들은 집을 구하기 전 혹은 사용이 편하다는 이유로 카페 그레코를 그들의 주소지로 적어 우편물을 주고받았다. 독일 화가 루드비히 리히터 (Ludwig Richter, 1803-1884)는 회고록에 '카페 그레코의 고객은 커피 하우스를 우편물 주소지로 사용하며 카페 그레코에서 자신에게 온 우편물을 찾는 것이 매우 편했다'라고 회고했다.

카페 그레코는 영수증을 그림이 인쇄된 작은 종이봉투에 담아 준다.

오스트리아의 화가 루드비히 파시니가 1852년에 그린 "로마 카페 그레코의 예술가"라는 그림이다.

독일 출신 화가인 루돌프 레만(Rudolf Lehmann)이 Bar 앞에 서서 무엇인가를 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Ludwig passini - Il Caffe Greco-1852-

루돌프 레만이 Bar앞에 서서 쳐다보고 있는 건 영수증이 아니다. 루돌프 레만은  자신에게 온 우편물을 찾고 있는 것이다. 친구들은 시가를 피며 강아지와 함께 커피를 즐기고 있다. 개와 같이 출입할 수 있었던 19세기 카페 그레코는 애견 카페이기도 했던 것이다.

1850년 카페 그레코의 모습, 옴니버스홀이 보인다.

Caffè Greco에 보존된 사인, 그림, 사진, 편지에는 1910년 익명의 편지가 있는데, 이 편지는 나중에 로마 교황 레오 13세의 조카 인 루 도비코 페치 백작이 쓴 것으로 밝혀진다. 그 편지에는 로마 교황 레오 13세가 젊은 시절 카페 그레코를 자주 드나들었다는 기록이 있어, 각국에서 온 로마 추기경들 사이에서는 카페 그레코의 테이블에 앉으면 교황이 된다는 전설이 생겨나기도 했다.


오랜 시간 카페 그레코의  아티스트 고객들은 자신들의 행동과 작품으로 카페 그레코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하여왔고, 카페 그레코에 독특한 품질을 선사했다. 비록 공식적으로는 카페 그레코는 한 사람의 소유 일지라도 그들은 그 장소에 대한 공동 소유와도 같은 깊은 연대감을 느꼈을 것이다.

문닫힌 카페 그레코의 모습

그런 카페 그레코의 고객들은 19세기 중반 각 출신 국가를 기반으로 한 예술인 연합회가(e.g. 이탈리아 거주 독일 예술인 연합회) 조직이 되면서 자체적인 만남의 장소를 만들기 시작한다.

카페 그레코의 주 고객이었던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은 더 이상 카페 그레코에 모여 문화와 사상과 예술을 논하지 않았으며, 카페 그레코 주변의 세계는 변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로마를 대신한 예술적 메카는 프랑스 파리였으며 19세기 말~20세기 초까지 카페 문화의 중심은 로마가 아닌 파리로 옮겨 갔다.

이 시점을 계기로 카페 그레코의 예술가와 지식인들은 점점 카페 그레코를 찾지 않게 된다.

카페그레코는 후문이 있다.

카페 그레코는 현재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이다. 인테리어는 너무나 훌륭하다.

그러나 흠잡을 데 없는 인테리어가 말하는 것과 달리 더 이상 1700년대 후반에서 180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예술가와 지식인들의 생활중심은 아니다.

카페 그레코 주변의 세계는 변하였고, 카페는 도시의 예술가나 지식인이 잘 찾지 않고 들르지 않는, 보존된 액자나 무대처럼 남았다.


카페 그레코의 아티스트 고객들이 떠난 자리는  관광객들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이 메꾸기 시작했다.

Renato Guttuso-Caffe Greco

이탈리와 화가 레나토 구투소(Renato Guttuso)는 1976년 과거와 현재를 녹여 그려낸  "카페 그레코"라는 작품을 그렸는데, 그곳에는 현재의 카페 손님들과 근대의 예술적 지도자들이 함께 그려져 있다. 레나토 구투소는 이 카페를 다양한 신구세대가 만나는 장소로 묘사했다. 20세기의 커플과 관광객들은 이탈리아의 주요 예술가들과 지식인들과 섞여 있다.  구투소는 또한 카페의 다양한 홀을 과거의 유령이 여전히 거주하는 공간으로 묘사했으나 현재의 고객과 같은 테이블에 호의적으로 앉아있는 것으로 묘사했다.

그림에 보이는 동양인들은 일본인 관광객을 그린 것이다.  추가로 이 그림에는 흥미로운 인물이 그려져 있다.

카페 그레코가 문화유산에서 제외되는 것에 반대하였던 이탈리아의 화가 키리코가 그려져 있다. 그림 속 왼쪽 의자에 앉아있다

키리코의 옆모습

지금도 문학 및 예술과 관련된 모임이 카페의  홀에서 종종 개최되기는 하지만 그 옛날 로마의 예술가들이 매일 같이 방문하며 이야기를 나눈 만남의 장소로서의 카페 그레코는 오래전에 사라졌다.


오늘날,카페의 가격은 관광객들을 염두에 두고 매겨져 있으며, 카페 그레코는 더 이상 우편물 주소지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시가를 피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카페 그레코는 더 이상 다양한 단골을 바라지도 않는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의 잘 보존된 모습은 찬란한 과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곳이다.


Caffè Greco를 찾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치열한 고민과 토론을 했던 유서깊은 공간에 머무르는 경험을 하길 원하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문화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뜨겁게 토론했던 순간속으로  시대를 뛰어넘어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이다.

카페에서 이야기중인 청년들의 모습
옴니버스홀 풍경
카페그레코의 설탕 그릇과 티슈통

카페 그레코의 Bar에서 커피를 마셔도 충분히 좋지만, 3대 로마 카페라는 명성에 비해 부족함이 느껴진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안쪽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아보자. 그곳에는 우리가 글로만 알았던 괴테와, 바이런, 안데르센, 니체, 바그너를 비롯한 많은 예술인들의 작품과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책으로만 보았던 사람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과 직접 다듬은 조각들에 둘러싸여 시가를 태우며 사상을 논했던 그들의 공간에 시공간을 초월해 머무는 특별한 경험이 펼쳐질 것이다.


카페 그레코가 3대 로마 카페인 이유, 그것은 커피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 세월의 부침을 함께한 시간의 힘이 더해지고. 카페와 함께한 인물들의 일생이 더해진 결과이다.


이제 그들은 없어도 그들이 머물렀던 곳에서 오늘의 우리를 기다리는 그때의 커피를 만나러 가보자. 9유로 탑승권을 끊어 타임 슬랩을 해보자.


그 여행이 참 좋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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