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지 말타기
놀다 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아침에 눈 뜨면 마을 앞 공터에 모여
매일 만나는 그 친구들
비싸고 멋진 장난감 하나 없어도
하루 종일 재미있었어
좁은 골목길 나지막한 뒷산 언덕도
매일 새로운 큰 놀이터
개울에 빠져 하나뿐인 옷을 버려도
깔깔대며 서로 웃었지
어색한 표정에 단체 사진 속에는
잊지 못할 내 어린 날 보물들
(자전거 탄 풍경, 보물)
내가 사는 동네에 어린이 영어학원이 모여있는 빌딩이 있다. 바로 옆에는 동네 사랑방 분위기가 나는 스타벅스가 자리하고 있다. 오후 두 시의 스타벅스는 젊은 여성들이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어서 나를 위한 자리는 별로 없다. 그녀들은 옆 건물에서 영어 수업을 듣는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들이다. 학원이 끝나는 세 시가 되어도 여전히 자리는 없다. 아이들이 스타벅스에서 기다리는 엄마를 만나러 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엄마를 만난 아이는 스타벅스표 샌드위치와 음료를 먹으면서 학원 숙제를 하다가 네 시나 다섯 시 무렵이면 떠난다.
요즘 어린이들... 정말 너무 열심히 산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무엇을 하며 놀아야 재미있을까를 궁리하는 어린이가 있었다. 그보다 더 어렸을 때는 석양을 보면서 울먹이곤 했다. 더 많이 놀 수 있었는데 해가 너무 빨리 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루하루가 신나고 즐거운 날이었고 어디나 최고의 놀이터였다. 너무 놀아서 더 이상 할 게 없던 어느 날, 방바닥에서 몇 시간을 뒹굴며 빈둥거리다 책을 펴들었다. “드디어 책을 읽는구나!”
중학생이 돼서 연립 일차방정식을 배우던 무렵, 미지수 x가 등호 반대편으로 가면 부호가 바뀐다는 간단한 수학을 이해하지 못했다. 숫자가 등호를 건너야 하는 단계만 오면 너무 긴장한 나머지 연필을 잡은 손이 달달 떨렸다. 오랫동안 ‘이항’을 몰랐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이과반을 선택했다. 성인이 된 지금은 하고 싶은 일 하며 즐겁게 살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이 ‘공부’가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어릴 때 충분히 놀았던 기억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가혹한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책상에 앉아서 하는 공부 시간에 비례해서 실력이 늘어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꾸준함과 집중력은 오히려 공부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아이가 자신의 고유성을 발휘할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정답을 알고 있지만 그 길이 오래 참아야 하는 것이므로 성급한 어른들은 정답을 애써 모른척한다. 아이들에게 인내심을 요구하기에는 어른들의 짧은 인내심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