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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cicle Apr 12. 2023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


아이가 어렸을 때 외국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8살이 되던 여름, 나는 운동감각이 발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축구팀에 참가시켰다. 우리가 살던 곳은 몇 개의 동네가 한 지역으로 묶여서 축구팀을 만들게 되어 있고, 몇 개의 지역이 모여서 대략 30여 개의 어린이 축구팀이 있었다. 동네 어린이 축구팀이라고 해도 만만하게 볼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전통이 있는 지역프로그램이라 대규모의 개막식도 볼만한 구경거리가 되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연습이 있어 시간이 매였다. 연습에 데려다주고, 연습하는 동안 선수들을 위해 음료를 준비해주고, 끝나면 데려오는 일이 한 학기 내내 반복될 것을 생각하니 이내 피로감이 몰려왔다.     

‘이렇게 시간을 많이 잡아먹다니... 괜히 시켰어!’    


 

우리 팀이 계속 경기에서 지고 나니 아이들이 사기가 떨어졌다. 코치는 특단의 조치로 일주일에 두 번이던 연습 시간을 세 번으로 늘렸다. 일주일에 세 번의 연습과 2주마다 경기가 있는 스케줄이라니.... ‘코치님 회사 다니는데 괜찮으신가요?’ 내가 다니는 회사도 아닌데 진심으로 걱정되었다. 



하지만 이 자원봉사 코치님은 우리 팀의 실력을 개선하고 자신감을 늘리기 위해 연습을 한 번 더하는 것에 협조해 달라고 하면서 자신도 저녁 시간의 업무나 약속을 조정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늘어난 연습 시간 덕분인지, 월드컵 참가하는 선수 응원하듯 하는 부모들 덕분인지 우리 팀은 날로 사기가 올라서 준결승에 오르기 직전 안타깝게 탈락하는 것으로 리그를 마쳤다.     



기꺼이 자신의 저녁 시간을 9명의 어린이에게 할애하고, 경기가 있을 때마다 국가대표 코치 못지않은 열정으로 아이들을 격려하던 그런 멋진 아빠가 우리에게는 없을까? 내 자식이 소중하기에 잘 자라야 하는 것처럼 남의 자식도 귀하게 대접하고 잘 자라도록 진심으로 응원하는 아빠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라본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오래되었지만, 이제는 화석같이 되어버린 속담이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동네에서 살았던 한때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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