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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cicle Apr 13. 2023

어린이집 단상

보육교사를 하는 친구로부터 종종 어린이집에 맡겨진 아이들 이야기를 듣는 때가 있다. 아이 둘을 다 키워서 대학에 보낸 이 친구는 젊어서부터 꾸준히 보육교사를 했던 것은 아니다. 갑자기 늘어난 시간이 무료해서 파트타임으로 다니기 시작한 가정보육 어린이집이다. 부담 없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결코 편안한 마음으로 보살펴지지 않는다고 한다.     



“아침 7시 50분에 와서 저녁 8시에 집에 가는 아이가 있어. 보통 점심시간 지나고 낮잠 두 시간 자면 서너 시가 되는데 부모가 아이를 찾으러 오려면 아직도 네 시간이 넘게 남았잖아. 근데 여섯 시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아이의 눈빛이 멍해지기 시작해. 흥미를 보이는 것도 없고 그냥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앉아있는 거야. 아이에게도 지친 하루가 지나가고 있는 거지. 우리도 애 키워봐서 알잖아? 12시간이 넘는 어린이집 보육은 세 살도 안 된 어린아이에게는 너무 가혹하 거지.”     



어른에게도 길고 지루할 것 같은 시간을 조그만 아이는 온몸으로 버티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누가 말했을까. 다 크고 나면 기억도 안 날 시간이라고, 몇 년만 지나면 부모도 아이도 편해질 거라고...     


 

맞벌이하는 부모가 겪어야 하는 수만 가지 어려움 중에 단연코 일등은 ‘아이 키우기’이다. 12시간이 넘게 맡겨지는 아이도 고단하지만, 그 시간 동안 일하고 동동거리며 아이를 찾으러 오는 부모에게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내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줄 친정엄마를 가까이에 두고 있지 않은 사람은 서러울 일이다. 안정적인 보육환경이 성인이 된 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연구 결과는 수도 없이 발표되었지만, 일하며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걸 누가 몰라서 이렇게 살고 있냐고요’라고 외칠 것 같다.



 강의실에서 이야기하던 맞벌이 부부의 양육을 돕기 위한 그럴듯한 정책들이 보편적인 사람들의 삶에 반영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준다. 아이를 돌보는 것이 끝없이 이어지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들의 반복이며, 그 일이 양육자의 심신을 어떻게 소진시키는지를 알고 있는 정책관계자는 단언코 지금까지는 없다.    


  

“아이를 왜 그렇게 낳지 않냐고요? 저는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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