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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cicle Sep 11. 2023

스티브 잡스의 혁신을 다시
생각하며

요즘 초등학교 6학년생들에 갖고 싶은 휴대전화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그들은 입을 모아 ‘아이폰’을 외친다고 한다. 이 정보를 물어다 준 후배는 삼성에 다니고 있다. 그는 삼성폰을 사용하지만, 5학년 그의 딸은 ‘아이폰’ 갖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찬찬히 관찰하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삼성폰, 젊은이들은 대부분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주로 몰려있는 신촌 스타벅스에는 맥북과 아이패드를 동시에 켜고 공부하는 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고, 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아이폰이 들려져 있다.

     

“이 정도라면, 삼성전자 팔고 애플 주식 사야 하는 거 아냐?”     


친구와 이 주제로 이야기하다가 나온 말이다. 친구는 삼성전자 10주가 있고 나는 애플 10주를 가지고 있다. 금전에 무척 소심한 우리는 주식 10주에 투자의 운명을 걸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젊은이들이 세상의 주류가 될 터인데 그들은 대부분 애플사의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그래도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stay hungry, stay foolish!’를 젊은이들에게 주문하고 지구를 떠나간 스티브 잡스는 세계의 질서를 재창조한 혁신가(innovator)였다. 그가 인류의 문명을 변화시킨 사람임은 틀림없지만, 나는 그가 인간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었는지에 관해서는 조금 의심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무수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간이 가진 원초적 능력은 더 이상 발전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생각을 가끔 한다. 뭐... 나같은 조무래기 인생이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도 애플은 매일 혁신을 거듭하고 있지만서도.     



얼마전 애플워치 이후로 7년 넘게 개발해 온 MR 헤드셋을 공개했다. MR은 현실 세계(AR)에 가상현실(VR)을 결합해 현실과 가상 간에 상호작용을 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애플의 새로운 상품에 대하여 업계의 여러 가지 이견이 분분하지만, 애플은 항상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혁신을 시도해 왔기 때문에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누가 전화와 인터넷을 한 기계로 묶을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말이다. 애플워치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이 무색하게 성공을 거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요즘 젊은이에 속하는 내 아이 또한 애플 제품에 충성도가 높은 오래된 사용자이다. 아이폰, 맥북, 애플워치,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다. 에어팟도 빠질 수 없다. 애플카가 나오면 살 거냐고 물어보았더니 “비싸겠지만, 사겠지.”라고 대답한다. 아마 지금 테슬라를 사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애플카를 살 것이다. 이미 고객이 준비된 애플이 차를 더 많이 팔게 될지도 모른다.     



애플사는 아직 자동차를 출시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폰을 차에서 활용할 수 있는 Apple CarPlay를 이미 모든 차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놓았다. 시카고 여행에서 차를 빌렸을 때 아이는 자신의 아이폰을 사용하여 차의 내비게이션을 작동하고 음악을 틀었다. 애플카를 출시하면 모든 애플 사용자는 기꺼이 비싼 돈을 지불하고 애플카를 살 것이 틀림없다.     



애플 제품은 비싸다. 새로운 버전의 아이폰이 출시되더라도, 이전 버전의 가격을 좀처럼 낮추지 않는다. 그들의 차별화 전략은 성공적이어서 재정적으로 구매력이 충분치 않은 젊은이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어쩌면 부모의 지갑이 열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애플워치가 명품 브랜드 H사와 협업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이미지를 높인 것도 차별화 전략 중 하나였다. 젊은 세대가 애플을 좋아하는 이유가 단순히 브랜드가 돋보이는 하이엔드 전자기기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젊은이들이 애플을 사랑하는 이유는 대체로 단순하다.     


“예뻐서...”

“아이폰을 손에 들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뭔가를 가진 사람처럼 보이니까.”     


디자인의 유려함과 지위의 상징(status symbol)은 애플의 가장 핵심적인 전략이다. 젊은이들은 이 전략에 먹혀들었고 애플은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혁신가이면서도 장사꾼이었을까? 젊은이들을 끌어모아 애플이 디자인한 모든 제품의 소비자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그가 생각했던 혁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그는 자신이 살아왔던 방식대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지금의 애플은 그 결과물이다.     



젊은 세대는 ‘늘 갈망하고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stay hungry, stay foolish)’고 했던 스티브 잡스의 조언을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들이 단순히 애플의 소비자로만 살지 않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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