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 대해서
코로나 이후 일체의 종교활동도 하지 않았다. 못하기도 했고, 안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가끔 사람들과 여행삼아 성지순례를 간다던가, 소수 인원이 공동체 미사를 드린다던가 하긴 했지만 솔직히 마음 속에선 신심이 없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새해가 들어 집에 여러가지로 좋지 않은 일들이 겹치면서 허무하게도 매달릴 곳이 종교 뿐이라는 사실을 되새겼다. 다시 기도하게 되었고, 손을 놓고 있던 성경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성경은 어떤 커리큘럼에 따라 읽고 있는 건데, 1년 짜리를 나는... 한 1년 3개월째 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회사로 따지면 아직 회계연도가 안 끝났기 때문에 3월까지는 어떻게든 다 읽어보자고 생각 중이다. 하지만 이 구약 성경이란게 유다 경전이기도 하고 또 워낙 모호하기도 해서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저런 유튜브 콘텐츠를 많이 보게 됐는데, 보다 보니 점점 생각이 많아진다.
어제는 유딧기와 에스테르기를 읽고 나서 그 부분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유딧기에서 고통까지도 하느님이 준비 하신 것이다. 하느님이 시험하시는 것이다. 이런 해설을 듣고 허무했다. 악도 하느님께서 이용하시는 것이라고 수녀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까 여러가지 사회적 참사들 중에 내겐 세월호 참사가 떠올랐다. 만약 이 또한 하느님이 준비하신 시험의 하나라면, 당신께 의지하도록, 당신을 더 잘 알도록 하는 과정 중 하나였다면, 나는 하느님을 더 이상 사랑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 수백명의 아이들이 도대체 왜 우리의 믿음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지 나는 인간이라 그런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아직도 그 커다란 배가 왜 침몰했는지,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못한 채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는데, 도대체 하느님은 왜 그런 일이 벌어지게 하신 걸까. 무얼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의지하게 하기 위해?
예전에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얼마 안 됐을 때 청년성서모임 나눔을 하면서, 봉사자 언니가 이런 참사를 겪으면 당연히 신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되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섭리가 있을거라고 받아들이며 계속 기도 하자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래서 왜 그런 참사가 벌어져야 했는지 도무지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지만, 그것 또한 신앙 안에서 답을 찾아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인생의 여러가지 문제들, 불안, 두려움, 우울과 같은 것도 신앙을 통해 답을 찾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다 의미부여에 불과하다는, 결과론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넷플릭스 드라마 <메시아>를 미루고 미루다가 보았다. 미루었던 이유는 이걸 보면 내 신앙이 흔들릴 것 같아서. 지금은 신앙이 흔들리고 있어서 이걸 본다. 초반에는 각종 기적을 행하는, 자신을 메시아라 주장하는 한 남자가 나온다. 종교적 배경으로는 이슬람교를 택하고 있지만 어차피 이슬람교나 크리스트교니 유대교나 믿는 신은 야훼(혹은 알라)라는 유일신이니까 종교라는 것을 전반적으로 관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그런 사람이 우리나라에 나타나서, 차별 금지법에 반대하는 목사들을 마구 꾸짖고, 낙태죄 존치 운동하는 신부님들을 혼내고, 당장 동성혼을 합법화 하라고 외치면서 이적을 행한다면 난 그 사람을 믿을 것 같다. 종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예배 하는 것, 그리고 죄를 고백하는 것인데 진짜 죄 지은 사람들은 아무도 반성 안하고 항상 착한 사람들만 자기 자신을 채찍질 하면서 죄를 지었다고 신을 찾는다. 심지어 성직자라는 사람들도 죄를 짓지만 모든 사람이 진심으로 자기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며 더 잘 살려고 노력하지는 않는 것 같다.
솔직히 사후세계라던가 천국에서 보상 받는다는 말 같은거 난 안 믿는다. 개신교들에 거부감을 많이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너무 천국과 지옥을 강조하니까. 가톨릭 신부님들은 현실에서 구원을 찾으라고 더 많이 얘기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나도 그런 말을 믿고 싶고 말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구원이란게 어디있는가.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다. 잠시동안 가능할 지라도 결국엔 다시 고(苦)로 돌아오게 되있다. 불교에서는 생즉고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삶은 그냥 고통의 연속이다. 좀 더 잘 견딜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것을 구원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믿지 않을 것인가. 솔직히 말하면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기도할 수 밖에 없다. 때로는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나는 의사도 아니고 아무 재주도 없으니 누군가 슬픈일을 당하거나 괴로운 일을 겪고 있을 때 그저 그 시간이 어서 지나가길, 빨리 그 사람에게 좋은일이 생기길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그게 야속하고 화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