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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일린 Aug 28. 2023

웰컴 투 얼간2들!

_[웹툰] <선천적얼간2들> 예고편을 보고  

드디어 돌아온다. 가스파드 작가와 얼간이들이 

웹툰 <선천적 얼간이들>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됐던 작품이다. 탄탄한 작화를 바탕으로 순한 맛 가스파드 작가의 일상과 매운맛(요새는 마라맛이라고 하던데) 주변인들이 벌이는 기행을 각각의 에피소드로 다룬 일상개그툰이다. 요새는 워낙 볼 게 많다 보니, 웬만하면 한 번 본 웹툰은 다시 보지 않는 편이데, 이 작품은 한 2~3번 더 정주행 했을 정도로 재밌었다. 얼마나 매력적이고 인기가 많았는지는 입 아프게 설명하기보다는 이 말로 대신하고자 한다. 이 작품으로 알려진 가스파드 작가가 무한도전에 나왔음. 이걸로 설명 끝. 땅땅.


네이트(네이버 아님 주의)에서 웹툰을 보고, 이말년 작가를 야후에서 처음 봤던 웹툰 고인물인 내게 일상개그툰을 애정하는 장르 중 하나였다. 당시 일상개그톤 자체가 대세이기도 했다. 특히 당시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10년 넘게 연재한 서나래 작가의 <낣이사는 이야기>부터 필냉이 작가의 <고양이 일기>, 김진 작가의 <나이스진타임> 를 매주 꼬박꼬박 챙겨봤었다. 쓰다 보니 이들 여성 작가들이 함께 몽골 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합작해서 그린 작품도 기억이 난다. 


지금도 일상개그툰의 애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대학일기>에서 시작해서 최근 <신혼일기>를 연재하고 있는 자까 작가, <모죠의 일지>로 일상개그툰의 한 획을 긋고 <마루는 강취>로 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는 모죠 작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함께 대학원의 민낯을 까발리는 <대학원 탈출일지>의 요다 작가의 작품을 즐겨본다. 예전에는 언니의 일기장을 엿보는 기분이었다면, 요즘은 조카의 일기장을 엿보는 기분이 드는 건 비밀이지만. 크흠. 


반면, 일상개그툰의 처음이자 끝이라 할 수 있는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 이후로 남성 작가들의 일상개그툰은 잘 찾아볼 수 없었다. 남성 작가의 일상개그툰의 명맥이 끊겨가던 가운데, 가스파드 작가가 얼간이들과 함께 돌아온다니 어찌 기쁘지 아니할까. 일주일에 한 번, 일상에 즐거움 한 스푼을 얹을 수 있다는 마음에 심장이 울렁거린다. 예고편을 올린 지 만 하루도 안 됐는데 벌써 관심 웹툰으로 등록한 사람만 34만 명(지금은 36만 명)에 이른다. 역시 나만 기다린 거 아니네. 


“나도 이제 세상의 속도가 버거운 나이가 되어버렸어! 
“뭐가 인기 있는 지도 잘 모르고 점점 복잡해지는 기준들도
 어렵기만 하단 말이야!!” 


왜 10년 만일까

<선천적얼간2들> 연재 소식에 유난히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던 건 왜였을까. 이 기대감은 어디서 오는 건지 궁금해졌다. 왜 그렇게 <선천적 얼간이들>이 재밌었는지 그 이유가 뭐였는지부터 생각해 봤다. 작품에서 주로 다뤘던 소재는 순진무구했던 유년시절과 공감성 수치를 불러일으키는 웃픈 학창 시절, 내일이 없이 살았던 20대 초반 주변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작가와 동년배로서 동시대를 살았던 내게 작품 속 에피소드들은 마치 내 주변에 있을 법한 경험이었기에 더 많이 공감했고, 더 많이 웃었다. 


에피소드 곳곳에 배치된 말맛이 살아 있는 개그코드와 다양한 패러디도 숨 쉬듯 익숙했다. 당시 유행했던 광고카피, 에능 프로그램의 짤방(요새는 밈이라고 하던데)들이 에피소드에 찰떡같이 버무려져 컷마다 웃음을 선사했다. 그땐 나와 작품과 세상과의 싱크로율이 꽤나 높았다. 컷을 보는 순간,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이 바로 웃음이 터졌으니까.  


<선천적 얼간이들>이 연재되던 2012~2013년은 1983년생인 가스파드 작가 (지금은 없어진) 한국 나이로 30대에 막 진입했을 무렵이었다. 30대 초반을 생각해 보면, 난 아직 어리고 젊은데 세상이 넌 어른이라고 도장을 찍어버리는 게 정말 싫었다. 되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라고 억지로 등을 떠밀고는, 이제 너희는 어른이야, 잘 가. 라며 강 저편에 손을 흔드는 걸 멍하니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처음 다는 3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는 그렇게나 무거웠다.


작가로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는 30대가 되었으니 각자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성숙한 어른이 될 나이라고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서, 우리는 아직 철이 덜 들었다고, 아직 젊다고, 내가 그런 심심하고 재미없는 어른이 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선천적 얼간이들> 연재 이후, <전자오락수호대>를 6년 넘게 연재한 작가는 차기작으로  <선천적얼간2들>을 선택했다. 인기가 많았던 작품의 후속작을 10년 만에 낸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울지 상상조차 안된다. 예전의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독자들의 기대를 과연 충족시킬 수 있을까, 실망시키면 어떡하지, 차라리 불멸의 영광으로 남는 게 낫지 않을까.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지 짐작도 못하겠다. 게다가 얼간이짓을 하며 작가에게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소재를 제공하던 주변인들은 더 이상 어리지 않다. 


더 이상 자극적인 사건이나 소동도 벌이지 않고, 그저 무탈한 하루에 감사한 우리. 취미도 없어지고, 유행도 잘 모르며, 입던 옷까지 어느새 어색해진 우리, 술도 음식도 속 쓰리고 휴일엔 쓰러져 자기 바쁜 나약해진 우리, 삶의 길이 달라져 몇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아득해진 우리. 더 이상 과거의 우리와는 같은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없게 된 우리. 그저 무미무취한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은 우리. 


작가는 예고편에서 말한다. 그런 우리가 되었다고. 

과거의 재미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줄까 걱정하는 가스파드 작가의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10년이 지나 이제 나이 앞자리가 3에서 4로 바뀐 그들은 완연한 어른의 세계로 진입했다. 철없던 예전 추억을 되새기며, 어른이 되길 거부했던 30대 초반의 그들은 유행의 중심에서 밀려난 지 오래고, 아저씨라고 불리는 게 자연스러운 40대가 되었다. 예전만큼 좌충우돌하지 않는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과연 재밌게 봐줄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을까? 요새 유행하는 밈도 잘 모르는데. 


 “괜찮아, 있는 모습 그대로 지금 너희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면 되는 거야. 
“너희의 진심이면 그걸로 충분해...!”
“너희가 삶에 진심이었다면... 지금 모습 그대로 용기 있게 서보는 거야...!”
“네깟게 언제부터 그렇게 대단한 것만 골라 그렸다고....”      

  


여전히 쓰고 그려야 하는 이유 

나에게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동안 글쓰기를 꺼렸던 건 내 안의 자기 검열이 심했기 때문이었다. 누구 보라고 이런 재미없는 글을 쓰나. 찰박거리는 물웅덩이만큼도 안 되는 얕은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겠다고 하나. 악플 하나 달리지 않는데도 스스로를 가두어왔다. 


괜찮다. 솔직하게 보여주면 된다. 그게 진심이었으면 충분하다는 작가의 말이 키보드를 두르리는 내 등을 토닥인다. 그래 얼마나 대단한 걸 쓰겠다고 망설이는 거야. 느낀 대로 써봐. 지금 쓰지 않으면, 이 감상은 세상에 존재한 적 없는 것이 되고 마니까. 

 





고마워요. 가스파드 작가님. 10년 만에 후속작을 내기로 용기 내주셔서요.

작가님이 아무리 뭐 그닥 하여튼 별 볼일 없을 거라고 기대치를 낮추셔도 소용없어요. 

댓글에 독자도 같이 나이 먹어가니 괜찮다고 하잖아요. 

10년 동안 멈춰있던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하잖아요.

이미 뭘 그리셔도 웃을 준비는 마쳤어요.      


그런데 유튜브에 요즘 유행하는 캠코더 감성으로 힙한 예고편을 올리셨네요. 

유행에 뒤쳐졌다면서요. 세상의 속도가 버거운 나이가 되어버렸다면서요.

제길 갓스파드 같으니라고....

 

선천적얼간이들 & 선천적얼간2들 보러가기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titleId=478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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