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쉴 때도 틈을 두지 않고 쉬는 것 같다. 무슨 말이냐 하면, 쉴 때조차 나 자신을 괴롭히는 것 같다는 의미다. 내 경우를 말하자면 쉴 때 책을 읽다가 지루해지면 바로 폰을 든다. 폰을 보다가 지루해지면 ‘넷플릭스나 볼까’하는 마음에 태블릿을 든다. 그러다 꾸역꾸역 다시 책으로 간다. ‘본인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쉬면 되지 그게 문제냐’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그렇게 틈을 두지 않았더니 무척 피곤하다. 머리가 멍하고, 허무하기까지 하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엔 어땠지, 생각이 나지도 않을 정도로 아득하다. 스마트폰 없이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지경에 온 것 같다. 폰 없는 시절엔 책을 보다가 지루해지면 멍을 때리거나, 자든가, 나가서 뭘 마신다든가, 산책을 한다든가 등을 했던 것 같다. 맞나?..
마침 신문에서 TV와 숏폼 중독이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한 전문가 인터뷰 기사를 봤다. 자세히 읽어보니 제목만 저런 거고 구체적인 임상시험을 했다든가, 상관관계가 직접 입증됐다든가 하는 내용은 없었다. 인터뷰이는 중독을 부추기는 TV와 숏폼 시청을 일종의 사회적 고립으로 보고 이 고립이 우리에겐 독약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숏폼 시청이 내 뇌 건강에 안 좋다는 건 맞는 것 같다.
폰을 안 보면 되지 않냐, 고 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또 안 보면 생각이 난다. 연애하는 것처럼? 폰을 보면 볼거리도 많고 예상 못한 콘텐츠들이 넘친다.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리라. 어느 정도 나는 폰에 중독이 된 것 같다. 유튜브 앱을 삭제했을 때만 해도 해방됐다고 좋아했지만 지금은 네이버 앱에서 다양한 숏폼을 또 보여준다. 지저스.
아마도 어느 정도 나는 중독된 것인지도 모른다. 의미가 없단 걸 아는데도 굳이 찾게 되며, 그걸 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다. 불안하다. 금단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반면 책, 산책, 운동, 글쓰기 같은 건 가끔 중독된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으나 나의 경우는 잠깐 그만둬도 딱히 부작용은 없다. 부득이하게 일주일 정도 하지 않아도 뭐, 다음 주에 많이 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애초에 자극 자체가 크지 않으니 끊어도 그런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폰이, 구체적으로 스마트폰이 내 삶에 들어온 후 언제부턴가 진짜, 제대로 못 쉬는 것 같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면서 틈을 두지 않고 나를 현혹시킨다. 그래서 나는 쉬는 것조차도 틈을 두지 않게 됐다.
그래서 틈이 있는 휴식을 억지로라도 만들어보려 한다. 책 보다가 지루해졌을 때 폰을 찾는 나를 내가 발견하고, 의식하고 기다려주기로 했다. 근데 잘 될까?.. 오늘도 의지박약 한 나는 11039번째 미약한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