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높이는 방법

by 스콘


유튜브 앱을 지웠지만 마음이 헛헛해진 나는 요즘 핀터레스트에 자주 들어간다. 핀터레스트는 내가 관심 있어하는 분야의 사진들을 보여주는 앱이다. 처음엔 잘 지은 멋진 집 사진을 보다가, 어느샌가 동기부여가 되는 문구 사진들이 슬슬 알고리즘에 걸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집 사진과 문구 사진을 같이 본다.


흥미로웠던 문구 중 하나는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써놓은 거였다.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알면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단다. 흠, 어디 보자. 내가 자존감이 낮은 상태긴 한데, 그래서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잘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이 올라간다고? 내가 평소 생각한 자존심 올리는 방법은 늘 고통이 수반됐는데, 이건 상당히 편해 보이는 지름길 같아서 한번 생각해 봤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히 대답할 수 있는 게 없어 당황스러웠다. 난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외출 후 1시간 정도는 기분이 좋은데 금방 지쳐 집이 너무나도 그립다. 난 책 읽는 걸 좋아하는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외국 작가가 쓴 소설책은 많이 읽는 편인데 한국 소설은 그다지 손이 안 가는 것 같고, 비문학은 거의 쳐다도 보지 않는다. 책 편식이 심하다. 난 여행을 좋아하나?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잠자리가 바뀌면 쉽게 잠에 들 수 없다. 베개도 들고 다닐 정도다. 동시에 새로운 풍경을 보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새로운 도시뷰는 그저 그렇고 자연 풍경을 보길 원한다. 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나? 이 역시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매우 한정적이다. 한정적인 사람들을 빼면 사람들을 만나는 게 무섭고 좋지 않다. 일적으로 인터뷰를 나갈 때면 마음이 무겁다. 다른 기자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궁금한 걸 물어보는 게 무척 재밌다던데...


아무튼 이런 식으로 나가면 끝도 없다. 뭐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한다면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결국은 찾아낼 수 있겠지만 그게 근데 크게 의미가 있나 싶다. 난 그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사람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핀터레스트의 그 문구는 나한테는 맞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취향’을 알게 되면 자존감이 올라가는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 앞에서 보여주는 자신감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자존감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은 그보다는 조금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뭐랄까, 이건 나 자신에 대한 신뢰 문제 같다. 나는 나를 끝까지 믿을 수 있는가, 내가 원하는 그 목표를 이룰 것이라 믿는가, 나를 공격하는 무수한 말과 시선에도 오로지 나만은 따듯한 말을 나 자신에게 건넬 수 있는가, 모두가 나를 떠났다고 느껴질 때 망설임 없이 나 자신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조용히 끄덕일 수 있는 사람이 자존감 높은 사람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되기 위한 방법은 가지각색이고 많겠지만, 그 길은 오로지 나 홀로 걸어야 하는 고독한 길이라는 점에선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난 이런 걸 좋아하고 저런 걸 싫어하는 사람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어도 괜찮다. 그런 취향은 자고 일어나면 변하고 눈 깜짝할 새 바뀌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위의 질문들에 긍정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이냐고? 당연히 아니다. 갈 길이 멀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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