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

by 스콘


지난주 토요일 오전 한의원 진료가 있어 잠실까지 운전했다. 1시간 남짓한 거리, 차는 많고 시간은 느리게 갔다. 그러다 문득 하늘을 봤는데 철새들이 줄지어 대이동을 하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질 걸 미리 알고 따듯한 곳으로 이동하는 거였다. 브이자를 그리면서 한 무리가 우르르 지나가니 바로 다음 무리가 등장, 그 무리가 지나가니 또 다른 무리. 이런 식으로 10팀(?) 가까이 지나갔다. 내 평생 그렇게 많은 철새들 이동을 본 건 처음이었다.


평소 같으면 새가 날아가든 잠자리가 날아가든 코끼리가 날아가든 내 알 바 아니지만, 마침 차에 있고 할 일도 없고, 지루하기도 해서 철새들을 유심히 쳐다봤다.


그들을 보고 몇 가지 깨달은 점이 있었다. 첫째 그들은 정말 줄을 잘 지켜 날아간다. 괜히 드렁큰타이거의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보 앞으로’라는 노래에서 ‘V를 긋고 날아가는 새떼처럼 Rise up’이라는 가사가 있는 게 아니다. 10팀에 가까운 새떼들은 저마다 진지하게 V 라인을 지키면서 푸득푸득 날아갔다. 새떼 회의가 정기적으로 열려 그 회의에서 ‘자 얘들아, 날아갈 땐 반드시 V라인을 지키자’라고 선언이라도 하는 걸까?


둘째 새떼 리더는 흔들림이 없다. V 대열 맨 앞에 있는 리더가 날아가는 모습을 유심히 봤는데, 마치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명확하게 아는, 숙련된 비행사 같았다. V 라인 대열 부하들 중에는 갑자기 이탈을 하거나, 줄을 이상하게 선다거나 하는 새들이 더러 있었다. 갑자기 새 한 마리가 이탈하자 두세 마리가 날아가다가 이를 발견하고는 황급히 이탈한 새를 다시 대열로 들여오기도 하는 장면도 봤다. 그런데 가장 맨 앞에 있는 리더는 뒤도 안 돌아보고, 흔들림 없이 묵묵히 날아갔다. 괜히 리더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새를 두고 내가 별 감상을 다한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난 아직 연차가 얼마 되지 않고 지금까지도 어디서 리더 역할을 해본 적이 제대로 없다. 내 인생도 한 치 앞을 볼 줄 모르겠는데 여러 사람의 인생을 같이 봐야 하는 리더는 어깨가 상당히 무거울 것 같다.

철새 리더도 나름 무섭지 않을까? 이 길이 맞는지, 내 뒤에 팀원들이 잘 안 따라오면 어떡하지 등등 걱정도 고민도 많을 거다. 그렇다고 매번 뒤 돌아보면서 잘 오고 있는지 이탈 인원은 없는지 체크한다면 전체 대열이 무너질 수 있으니 곤란할 거다.


그런 점에서 리더의 자리는 무척 어려운 것 같다. 너무 자상해서도 안 되고 너무 엄격해서도 안 되고 적당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고 적당한 존경과 적당한 미움을 받아야 하는 자리 같다. 한마디로 ‘중도’를 가장 잘 지켜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중도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준마저 흔들리는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리더 자리는 난이도가 더더욱 높아지는 것 같다.


문득 우리 부서 부장이 생각났다. 우리 부장은 회사 내부적으로는 미움을 많이 받는 인물이다. 내부 평판이 좋지 않다. 그런데 우리 부서 팀원들한테는 존경받고 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움직일 때도 가끔 있지만 부원들을 위해 외부의 미움을 받으면서까지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안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그분은 우선순위가 뭔지 아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 아는 사람이다. 포기한 것에 대해선 별다른 미련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흔들림이 없는 것 같다.


우리 부장은 부원들의 배우자 성격, 성향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그만큼 애정도 많고 관심도 많다. 우리도 부장에게는 뭔가를 털어놓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자잘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는다는 게 우리 부장에 대한 내 평가다. 새떼로 글을 쓸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막연하게 노트북을 펼쳤는데, 이래저래 연결이 되긴 하는 것 같다.


그나저나 나는 나중에 우선순위를 아는, 그런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지금 대답하라면 ‘노노노노노노노노’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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