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이유가 전혀 없는 부서였다.

by 스콘

오늘 저녁 달리는데 문득 나 자신이 좀, 기특했다. 내가 뭐 대단한 걸 이뤄서 그런 게 아니고 그저 뭔가 해보려는 의지가 칭찬할 만하다, 그런 의미다. 내가 택한 건 그저 부서이동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부서에 가겠다고 했고, 그래서 가게 됐다. 참고로 우리 부서는 이동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10년이고 20년이고 할 수 있다. 다른 기자들은 2년마다 이동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내 부서의 경우 이동이 자유롭지 않다. 실제 다들 5년, 6년째 하고 있다.


아무튼 그게 뭐가 기특한 거냐,라고 묻는다면.. 부서에서 나오려면 나름대로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일단 내가 몸담았던 부서는 특권이 좀 많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할당된 기사 1개만 써서 올리면 되기 때문에 잡일이 전혀 없다. 휴가를 당일에 써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사실상 일주일 내내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연봉은 다른 부서 대비 낮지 않다. 취재도 사실상 쉽고 기사 쓰는 것도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겨서 힘들이지 않고 쓸 수 있다. 내가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쓰면서 일할 수 있다는 건 엄청.. 좋은 거다. 떠날 이유가 전혀 없는 부서였다. 완벽에 가깝달까. 내가 지금 이곳을 떠나면, 이제 다른 곳에서 이 같은 부서를 찾기 힘들 거란 생각도 한다.


이러한 혜택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난 부서이동을 택했다. 기존 부서에선,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없단 생각이 들어서다. 기존 부서는 몸은 편할지 몰라도, 마음을 늘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려면 나는 지금 몸이 고생하는 부서로 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 지난 1년 간 나를 집요하게 두드렸다. ‘이게 맞나? 지금 이 나이에 벌써부터 이렇게 편하게 일해도 되는 건가?‘ 이런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내 선택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재택근무하면서, 출입처에서 인정받으면서 편하게 일할 수 있는데, 왜 가려 하냐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도 없던 건 아니다. 실제 그래서 더 일찍 옮겼어야 했는데 뭉그적거린 것도 맞다.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밀려올 혜택들을 저버리기 싫어 억지로 붙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일 년 이년 흘려보내면, 나중에 나이를 많이 먹었을 때 늙은 내가, 지금의 나를 좋아하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상당히 리스키 하다고 생각도 한다. 정작 옮겼는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도 마흔 살의 내가, 쉰 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어쨌든 해봤지 않냐며 고개를 끄덕여줄 것 같다, 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 뛰면서 나 자신이 기특하다,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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