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생리불순 여드름 어깨목 통증 소화불량 정도

by 스콘

부서 옮기고 한 달가량 지난 시점. 내 건강 상태는 제목과 같다.

진작 이렇게 치열하게(?) 살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괜히 부서를 옮겨서 이 고생을 하고 있단 후회도 든다.

남편은 ‘이제야 진정한 회사 생활을 하는군!’이라며 나를 놀린다. 그동안은 전혀 회사원 같지 않았다나..

무튼 요란하게 신고식을 거친 것 같다. 처음엔 정신없이 바쁜 게 뭔가 재밌고 설레기도 하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이게 맞아?’라는 생각이 슬슬 올라온다. 역시 사람은 간사하다.

괜히 시스템 탓도 한다. 우리 부서가 다른 매체의 같은 부서보다 유독 힘든 것 같단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내가 타도하지 못할 거라면, 그냥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게 나은 것 같다. 이거 부당한데?라고 생각 계속해봤자, 이직 퇴사 부서이동 말고는 답은 없는 것이고 부당함은 생각만으론 바뀌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부서는 힘들다. 남들이 힘들다는데, 빡세다는데, 왜 거길 가냐, 이런 말 했을 때 나는 잘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무척이나, 오만한 생각이었다.ㅋ

내가 그냥 원더우먼이든 원더랜드든 그냥 이 부서는 힘든 게 맞다. 나는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봐야 아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어쨌든 찍어 먹어 봤는데, 아직은 이게 확실히 똥이다!라고 말하긴 좀 그렇고 구수한 된장!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상태다. 뭔가 재밌는 듯하면서도 자잘하게 처리해야 할 의미 없는 기사들이 상당히 많고 결과적으론 내 개인적인 취재 시간이 전보다 줄어들어 좀 아쉽다. 전 부서는 이틀이든 삼일이든 제대로 된 기사 하나만 가져가면 뭐라 하지 않아서, 여러 각도에서 취재를 해볼 만했다. 여기 와보니, 이전 부서에서 나는 일종의 특권을 누린 거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전 남자 친구를 차 놓고 뒤늦게 후회하는 느낌? 아무튼 지금은 혹독한(?) 환경 속에서 자잘하게 시간을 쪼개 취재를 해야 하는, 약간은 쫓기는 취재가 반복되고 있다.

부서이동 후 좋은 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기사들을 쓸 수 있다. 정의구현이랄까. 죄질이 나쁜 자들이 제대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는 내용 등을 기사로 쓰고 나면 약간은 통쾌하기도 하고 그렇다. 댓글이 많이 달릴수록, 그 통쾌함은 조금 더 커진다.

무튼 되게 오랜만에 글을 쓴다. 한 달 반가량 지나서야, 이제 조금 저녁에 나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정말이지.. 그동안은 입맛도 없어 점심 저녁을 안 하기 일쑤였다. 난 먹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내가 먹는 걸 포기했다니. 아무튼 지금은 다시 정신 차리고 열심히 먹고 있다. 짦은 시간이지만 약간은 개처럼 일해보니, 정승처럼 먹는 게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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