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재미있는 일
이건 내가 만든 웹앱 게임이다. 2021년 8월 22일에 아들 프로그래밍 공부를 위해 서버 컴퓨터를 구독 결제한 이후에 작업을 시작한 것이니, 한 달하고 보름만에 만든 결과물이다. 이번에도 아주 쓸모없는 게임을 만들었는 데, 이름하여 미래 만들기 게임이다. 일인가구, 거리두기 규제, 미디어 통제, 언론 규제, 부동산 규제, 부동산 개발 산업, 인종차별, 페미니즘, 부캐문화, 우주 여행 산업 등 현재 회자되고 있는 트렌드 키워드를 데이터베이스에 넣으면, 각 키워드가 성장, 몰락, 통제가 강화될 미래 세상에 삽입되어, 새로운 미래를 그려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미래 세상에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변할 지, 그리고 어떤 새로운 직업이 등장할 지를 상상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현재 뜨고 있는 트렌드 키워드를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면, 이 키워드의 조합으로 미래 세상을 그려준다.
처음에는 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들과 함께 Django 와 Apache2를 이용한 웹서버를 구축하고, 아들의 취업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아들은 정보통신공학과 수학교육과를 복수전공하고 있지만, 지난여름에 "아빠! 난 프로그래머로 취업해보겠어요!!"라고 폭탄선언을 한 후, 내가 전폭적으로 아들의 진로 지도를 자원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나도 1986년 대학 새내기 때 UNIX라는 운영체제와 C 프로그래밍을 배우기는 했지만, 지금의 프로그래밍 환경은 35년 전의 환경과는 사뭇 달랐다. 그래도 그때 맨땅에 헤딩하기 정신을 배운 것을 밑천으로 서버를 구입하고, 서버 주소를 만들고, DNS에 등록하고, ubuntu라는 OS를 설치하고, Apache2 웹 서버를 깔고, Django 와 연동시키기까지 아들과 함께 오랫만에 즐거운 맨땅에 헤딩하기를 반복했다.
요즘은 컴퓨터라는 것이, 혹은 컴퓨터 언어라는 것이 참 쉬워 보여서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직접 해보면 아니다. 에러가 발생하면 에러의 원인을 찾으면, 그 순간부터 새로운 과목 수강의 문이 열린다. UNIX라는 과목을 이수하면, Apache 웹서버라는 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Django라는 과목을 이수하면, python이라는 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python이라는 과목을 이수하고 나면 database를 이수해야 하고, 뭐 그런 식이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한 작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그 많은 수강 과목을 모두 이해해야 하는 식이다.
사기도 보통 내기 사기가 아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깊게 파고 들어가서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거지? 하면서도 그런 우물 파기에 묘한 매력을 느낀다. 내가 파면 팔수록 내가 살아나는 느낌이고,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여 아들에게 알려주면 그 또한 뿌듯하다. Inflearn에서 온라인 강좌를 찾아서 수강하고, 블로그다 유튜브다 찾아 헤매면서 안 풀리는 문제와 씨름하다 결국 해결이 안되면 급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밤새 고민하여 한 문제라도 해결하면 그 희열이 보통이 아니다.
아들과 나는 이렇게 한 달 반을 투자해서, 아들은 본인의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완성해나가고 있고, 나는 아들을 조금씩 도와주다가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웹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게임이 진짜로 사람들에게 잘 사용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이 게임은 무료입니다. 즐기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와서 즐기세요~~ 라고.
그리고 가끔 나는 내가 이렇게 고생해서 얻은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줄까?하는 생각도 한다. 그럼 다른 사람은 나처럼 고생하지 않아도 될텐데말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이 험난한 프로그래밍 작업을 일이 아닌 나만의 즐거운 놀이로 남기고 싶기도 하다.
링크 주소는 아래와 같다.
Future Game: 미래의 Things? (www.seanlee.life)
맘껏 즐겨주시기 바란다. 여러분의 미래 상상을 작성하시고, POST 버튼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망가지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P.S. 이 작업은 아티스트웨이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에서 혁신적인 것이 나온다고들 하지만, 현업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작업물이 아닐 때는 현업에서 해야 하는 일과 내가 놀이로 즐기는 일 사이에 충돌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일을 다 마친 후에 남는 시간에 내가 즐겨하는 놀이를 해야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내가 즐겨하는 놀이를 하기 위해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이 맞을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P.S. 그리고 이 놀이는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교 Situation Lab에서 개발한 The Thing from the Future 카드 게임을 한글화하고 온라인 버전을 작성해 본 놀이입니다. 저작권은 카네기멜론 대학교 Situation Lab에 있음을 밝혀두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