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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Mar 13. 2022

오~미크론 후유증

오미크론과의 동행은?

"쏴~~아"

물 내려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쏴~~아"

쉽게 멈출 것 같지는 않았다.


"쏴~~~아"

비싼 돈 주고 먹은 한우가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콜록콜록 캑캑"

새벽 3시에 그녀의 목은 경기를 일으킨다. 분명히 어젯밤에는 다 나은 것 같다고 으스댔는 데..


어찌어찌해서 오미크론은 우리 가족을 모두 점령했고, 2주 가깝게 일상을 괴롭히고 있다. 나는 3월 2일에 PCR로 양성 판정을 받았으니 이제 일주일하고도 3~4일이 지난 상태이고, 그녀는 이제 막 격리해제에 접어든 단계다.


오미크론은 어느 의사 유튜버가 설명했듯이 인후통 증상이 가장 괴로운 '계절 독감'쯤 된다. PCR 검사를 진행한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으면 그나마 견딜만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몸이 예전처럼 완전히 회복된다는 느낌이 들 수는 없는 병이다.


그녀도 또한 오미크론의 위력을 여태 무시하다가 드디어 어제

"이 병은 결코 우습게 걸려서는 안 되는 병일세!!"

"나는 걸렸지만, 주변에는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정말 말해주고 싶어"라고 할 정도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녀석이다.


주말을 맞이하여 서로가 오미크론 때문에 고생했다 하고 격리해제 기념으로, 횡성으로 향했다. 횡성에는 우리 가족이 가성비가 좋은 한우를 먹으려면 꼭 가는 정육식당이 있다. 병마와 싸운 지친 몸을 회복하고, 남아있는 병마와 싸울 힘을 보충하기 위하여 한 시간 반을 운전하여 가는 내내 "오미크론 이겨내야지", "우리 다 끝났잖아", "피곤하다는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야", "곧 몸이 예전처럼 돌아오겠지" 등의 덕담을 주고받으며 뻥 뚫린 고속도로에 몸을 맡겼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는 확실히 지쳐있었고, 나도 운전의 반은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능에 맡겨놓은 상태였다. 운전을 위해 남아있는 에너지를 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횡성에 도착하여 찾아간 고깃집은 부분부분 개조하여 더 현대식으로 바꿔있었지만, 고깃값은 포장 40%, 홀 20% 세일로 역시 착한 편에 속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우선 고기 뭉텅(육사시미)이를 호기롭게 시키고, 양껏 정육점 코너에서 고기를 집어왔다.


한우로 오미크론을 혼줄내줘야지 하는 심정으로 고기를 굽기 시작했으나, 웬걸 다 차려놓은 불판 위에 고기는 기름을 뚝뚝 떨어트리며 달궈지고 있는데도 도무지 사라지지를 않았다. 고기의 아니 한우의 맛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이유때문이었다. 순간 앗~ 오미크론은 미각 손실까지는 없다고 했었는데...라는 이야기가 떠올랐지만, 또 한편으로는 오미크론은 사람마다 다른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생각났다.


일단 불판 위에 올려놓은 고기는 의무적으로 먹긴 했지만, 고기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그녀도 표정에서 심드렁한 것이 묻어나왔다. 고기 맛을 못 느끼면서 먹는 고기는 그저 질겅질겅한 그 무엇 이상의 것이 아니었다. 고기 뭉텅(육사시미)이도 마찬가지였다. 보통은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는 표현이 절로 나와야 하는 대목에서도 고기뭉텅이를 그냥 뭉텅뭉텅 씹기만 했다.


마침 고깃집 사장님이 남아있는 한우를 아이스 팩에 잘 담아주셔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모처럼의 한우 플렉스가 음식 쓰레기 잔치로 끝날 뻔했다. 나의 경우 미각이 조금씩 회복 중인 것은 확실한데 아직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낄 정도까지 회복되진 않은 것 같았고, 그녀는 미각 상실이 조금 심한 상태인 듯했다. 그녀는 와아~~ 이렇게 맛을 못 느끼겠으니 다이어트는 저절로 되겠네~~ 하며 허탈해한다.


그래도 보약이라고 생각하며, 한우를 먹었으니 이제 몸 상태가 조금은 더 좋아지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각 손상도 미각 손상이었지만 나의 경우는 관절에서도 마디마디 아픈 증상이 남아있었다. 마치 관절이 안좋은 곳의 아픈 감각을 더 잘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 오미크론이 예전에 아팠던 기억이 있는 관절에 머물며 그 아픈 기억을 되살려 놓는 듯했다. 마치 앞으로는 관절에 아무런 무리도 주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이...


거의 2시간을 다시 운전하여 집에 돌아와서는 조금 후에 "쏴~~아" 그 사달이 난 것이다. 역시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그 비싼 한우를 몸에서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냥 뱉어냈다. 한우 플렉스의 끝이 화장실인 것은 못내 아쉬웠지만, 오미크론도 막판에는 함께 몸에서 쑥~~ 빠져나간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지난 2년간은 몸 사리며 코로나를 잘 피해왔고, 지금은 온 가족이 백신의 힘을 빌려 오미크론과의 동행을 하고 있지만, 걸려본 사람으로 이 말은 꼭 하고 싶었다.


"여러분~~ 오미크론 정말 조심하시고요!!"
"되도록 걸려도 된다고 생각하지마시고요. 절대로 걸리지 마시고 가족들 건강을 잘 지켜내시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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