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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Mar 19. 2022

모두를 위한 문손잡이

인체공학과 사용성 수업시간에 나온 결과물

"와!! 아"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함께 보던 비디오 클립에서 드디어 한 명이 제대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프로토타이핑이란 디자이너가 자신의 상상을 미리 실물과 비슷하게 만들어 보는 것을 말한다. 지난 3주간에 걸쳐 sadi 2학년 학생들과 바이러스 전파와 감염을 줄여주는 모두를 위한 문손잡이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인 1조로 팀을 만들어 "손"을 사용하지 않고 문을 여닫을 수 있게 디자인하여 바이러스의 전파와 감염의 위험을 줄여주는 문손잡이 보조도구를 디자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우리 일상에서는 참으로 다양한 문손잡이가 있다. 문손잡이는 한 공간에 접근권을 상징하는 것이라, 허가된 사람은 누구나 쉽게 문을 여닫을 수 있게 쉽고 단순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만 실제 빌딩 내부를 돌아다녀 보면, 정말로 다양한 문손잡이를 만날 수 있음에 깜짝 놀랄 것이다.


최근에는 자동문이 설치되는 추세이고, 건물 내부를 개방형으로 만드는 추세라 문손잡이를 예전처럼 많이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전에 세워진 건물에는 여지없이 동그란 모양의 손잡이, 가로로 긴 형태의 손잡이, 세로형 밀대 손잡이, 핸들형 손잡이, 손잡이가 없는 문손잡이 등 4~5가지 종류의 문손잡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문손잡이라는 것이 평상시에는 잠겨있고, 필요할 때는 잠금을 해제하여 문을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사용자는 문손잡이를 열어서 잠금을 해제한 후에 문을 밀거나 당겨서 방에 들어가는 복합행동을 일상적으로 행한다. 그런 복합행동에 불편함을 잘 느끼지 못하다가도 깁스를 하거나 손에 커피라도 들고 있는 경우에는 아주 심각하게 이런 복합행동의 불편함을 인지하게 된다.


이번 문손잡이 보조도구 디자인 과제에서는 손을 사용하지 않고 문의 잠금을 해제하고 문을 열거나 닫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으므로, 학생들은 신체 운동에 대한 이해와 잠금장치의 구조에 대해 이해를 해야 하는 조금은 도전적인 과제였음은 분명했다.


머릿속의 상상은 언제나 현실과 다르기 때문에 평소처럼 손 스케치로 초기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소 핑크, 폼보드 혹은 나무토막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실제 문손잡이에 설치하고, 직접 사용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본인이 직접 설치해보고, 사용해 봄으로써 일부 디자인이 수정되기도 했으나, 이 프로토타입 과정의 백미는 역시 사용자 테스트 과정이었다.


한 팀은 실제 학교 건물에 설치하고 실제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찰 카메라 형식으로 기록하였다. 사용자가 진짜로 디자이너의 의도에 맞게 제품을 사용하는지 여부를 살펴보려는 의도였다. 수업에 참여한 모든 학생이 집중했다.



"으하하"

"아이고 아쉬워라"


관찰 카메라에 등장하는 사용자들은 문 앞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는 어떻게 문을 열고 들어갈지를 고민하는 듯했다. 이리저리 둘러보기도 했지만, 곧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디자이너가 의도한 손을 사용하지 않고 손목을 이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다가 손을 이용하여 문을 열고 있었다.


"왓~~와"

드디어 마지막에 한 사람이 제대로 된 사용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모두 숨죽이며 관찰하고 있었는데, 작은 함성이 튀어나왔다. 안도의 숨 같기도 했다.


비록 3주간에 걸친 아주 작은 클래스 프로젝트였지만, 나름대로 학생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하여 배운 점이 많은 듯했다. 디자이너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혀 예상 밖의 사용행태를 보여주는 사용자도 있었고, 도구를 망가트리는 사용자, 편의를 제공하려 만들었는데 더 고통을 받는 사용자 등의 모습을 모두 보고, 느낀 점이 있었다고 말한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기존의 익숙한 방식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러면서도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에서는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 문제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반복한다. 우리가 핸드폰의 기능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쉽게 세팅하는 방법이 분명히 있는대도 우리는 항상 사용하던 어려운 방식으로 핸드폰의 세팅 값을 바꾸는 경향이 있다. ㅎㅎ


디자이너란 이런 잘 인식하지는 못하는 습관적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안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더욱 많은 사람이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기술을 잘 이용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도와주고자 한다는 믿음 아래..


그러나 실제로는 어떠한가? 새로운 기능과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디자이너는 열심히 새로운 해결책을 세상에 밀어내지만, 실제로 사용자는 본인이 평소에 사용하던 방식을 고수하고 싶어 한다. 새로운 기술이나 기능이 등장하면, 비록 좋다고 하지만 어리둥절한 것은 언제나 사실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방식에서 조금의 학습으로 새로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말이다.


프로토타이핑 기술은 그러한 사용자의 고민과 걱정을 조금이나마 알아볼 수 있는 좋은 디자인 방법론이다. 새로운 기술이 좋은 것은 누구나 안다. 단지, 그 기술을 사용자에게 선보일 때는 이 새로운 기술과 기능을 실제 사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하게 될 것인가를 미리 한 번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잘 사용하는 사람은 혹은 잘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왜 그런 걸까? 를 디자인 측면에서 고민해봐야 한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도 디자이너가 해야 할 일이지만, 그 기술이 사용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게 디자인하는 것도 디자이너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그 중심에 프로토타이핑이 있다. 난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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