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매우 단호하게 문을 닫았다. 온 우주의 에너지를 모아 바이러스로부터 가족을 지키려는 몸부림 같았다.
"쾅!"
"방에 있을 때도 꼭 마스크를 써야 해!"
"으응. 알았어"
나는 마른기침을 뱉으며 대답했다.
우리 집은 지난 일요일 밤부터 오미크론과 함께 하고 있다. 막내 아이가 월요일 새벽부터 자기 방이 아니라 마루 거실에서 콜록거리며 잠을 청하고 있는 게 아닌가!! 열이 나고 목이 아프고, 두통이 심하며 기침이 난다고 하였다. 딱 오미크론 증상이었다. 다행히 집에 신속 항원 검사키트가 있어, 신속하게 자가 검진을 하였다.
결과는 음성, 줄이 한 개만 나온다. 앗. 아니네.. 시간이 지나니 희미하게 두 번째 줄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하지는 않지만 분명 두 번째 줄이 보인다. 음성이면 너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분명 오미크론 증세가 맞는데 하는 생각이 겹쳐 흘렀다.
지금까지 우리 집은 코로나 안전지대였는 데, 백신도 열심히 맞고 외출도 최대한 자제한 지난 2년을 잘 보내왔는데, 오미크론이란 놈에게 결국 우리 집이 함락당했나? 한 번 더 확인해보지 않고는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검체 면봉을 아이가 직접 코에 찔러넣고 점액을 묻히라고 했다. 첫 번째 시도보다는 아이가 더 깊숙이 코에 면봉을 찔러넣었다. 싫은 표정이 역력했는데도 코로나라는 역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검체 하는 아이는 더 진지했다.
두 번째 신속 항원검사에서는 확실하게 두 줄이 나타났다. 증상도 일치하고 두 줄이 나오니 확실하게 오미크론이다. 이제는 PCR 검사를 하고 제대로 된 치료에 들어가야 했다. 아무래도 오미크론에 대한 대중 치료법을 인터넷에서 찾아서 시행하는 것보다는 전문기관에서 제대로 된 약을 처방받고 싶었다.
보건소에 찾아가야 하나 싶었는 데, 안사람이 PCR 검사를 하는 지역병원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얼른 아이를 챙겨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가니 벌써 오미크론 검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줄이 꽤 길었다. 차례가 되어 신속 항원 키트의 두 줄을 보여주니, 담당 검사관이
"신속 항원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경우, 대부분 PCR 검사에서도 양성이 나옵니다"
라는 말로 오미크론에 대한 전문적 소견으로 우리의 걱정을 확인 시켜 주었다.
아이는 마스크를 항시 해야했고 열이 나고 두통도 있다고 하고, 목이 아프다며 계속 힘들어했지만, 병원에서 지정해 준 약을 먹고는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다. 기침은 계속 했지만, 이제는 혼자서 자가 격리 방역 수칙을 준수한다. 엄마가 쟁반에 식사 상을 차려 방에 가져다주고, 쟁반을 찾아오긴 했지만, 가끔은 입이 궁금한지 부엌에 와서 냉장고도 열어보고, 야쿠르트와 생과자도 집어가고 했다. 얼마나 심심하면 빼꼼하게 고개를 내밀고, 얼른 밖으로 나와 먹을 것을 찾아서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갈까! 측은한 생각이 들면서도 어라! 이렇게 하면 가족 내에서 방역이 안 될 텐데..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강한데. 어쩌지? 하는 강한 경각심이 들기도 했지만, 아이의 행동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아이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하루 이틀이 지나갔다. 나도 목이 칼칼하고 콧물이 나기 시작한다. 열과 두통이 수반되지는 않았으나, 콧물이 꽤 많이 흐르기 시작하니 꼭 신속 항원 검사를 해야 했다. 안사람은 감기일 거라고 누차 안심을 시켜주었지만, 나는 지난 이틀간의 집안 내 방역상황을 볼 때, 감염의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었다. 일차 검사에서는 음성, 이차 검사에서도 음성.
그 것 보라고, 음성이 나오지 않았느냐고하면서 아이의 행동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듯 아이를 두둔한다. 나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콧물 감기약이나 지어 먹어야겠구나 했는데, 근무지의 코로나 대응팀에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코로나 확진자와 밀접접촉자시죠? 규정상 꼭 PCR 검사를 맡으셔야 등원이 된다고 합니다."
"오늘 꼭 시간 내시어 PCR 검사를 맡으세요."
"아! 네네"
오늘은 오후 1시부터 줌으로 첫 수업을 진행하는 날이다. 오전에 나도 얼른 PCR 검사를 하고, 수업을 진행해야지 하곤 PCR 검사를 할 수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내 주머니에는 내가 직접 진행했던 신속 항원 검사 결과 스틱이 있었다. '난 음성이야, 음성이야'를 되뇌면서 말이다.
"자! PCR 검사를 진행합니다. 잠시 마스크를 조금만 내리겠습니다."
"어? 콧물이 많으시네요."
PCR 검사를 진행하던 검체자가 말을 이었다.
"선생님. 신속 항원 검사도 한 번 진행해볼까요? 선생님처럼 그냥 오셨다가 확진 판정받으시는 분이 정말 많거든요."
"저는 두 번이나 집에서 했을 때는 모두 음성이었거든요."
"아. 그래도 집에서 하실 때는 콧속까지 깊게 찌르지 않아서 그렇게 나올 수도 있거든요."
"그렇다면 한 번 해보겠습니다."
검체자의 면봉이 콧속으로 깊게 들어왔다. 한쪽 코의 점액은 PCR로, 다른 쪽 코의 점액은 신속 항원 검사로 옮겨졌다.
"신속 항원 검사 결과는 금세 나옵니다. 잠시만요. 앗. 선생님 보세요. 양성입니다. 두 줄이에요"
약간 흥분한 듯 검체자가 말을 이었다. 이렇게 신속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90% 이상이 PCR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옵니다. "병원 나가실 때 처방전 꼭 받고 방역수칙에 대한 설명 듣고 가세요."라고 한다.
오늘 아침 증세는 있는데,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오면 어떻게 하지? 하면서 검색창에 찾아본 기억이 났다. 집 안에서 방역을 허술하게 했으니,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도 했다. 이제 내가 걸렸으니, 다른 식구들도 차례로 걸리는 것은 시간문제겠다고 생각한다. 결과를 빨리 주변에 통보하고 각별히 조심하라고 전해야 했다.
"나 PCR 검사는 아니지만, 신속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어!"
"내가 나왔으니 당신도 조심해야 할거야!"
전화기 너머로 "양성이라고? 얼른 마스크 쓰고, 집에 환기 좀 시켜놔 줘!"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응 응"
"나도 목이 아프고 콧물이 많이 난다고."
"마스크 꼭 써! 알았지?" 한다.
난 의문의 일 패라도 당한 듯했다. 집 안에서의 느슨한 방역의 대가로 내가 오미크론에 감염이 됐는데, 이제는 나는 완전 경계의 대상이 된 것이다. 양성 판정이 나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경계가 생긴 것이다. 오늘 아침까지는 음성 나온 사람이었고, 그 그룹에 속한 사람이었는 데, 이제는 양성 판정이 나온 사람이고 경계를 넘어갈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곧 집 안에서 나에게는 엄격한 방역수칙이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꼭 마스크를 써야 하는 사람, 방 밖으로는 나오면 안 되는 사람,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란 존재가 그냥 바이러스 덩어리로 인식되는 듯했다. 같은 사람이었는 데, 방역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 하나로 경계가 생겼다. ㅎㅎ
사람은 선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장애인, 외국인, 난민, 노숙인, 명문대 출신 등등 같은 사람인데도 어느 순간 그 사람이 받은 판정표로 경계가 생긴다. 나와는 절대로 섞여서는 안 되는 사람, 룰을 지켜야만 하는 사람,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사람, 그래야 예의를 차릴 줄 아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 등으로.
오미크론과 일주일을 함께 지냈고, 나는 이제 처방된 약을 먹은 지 이틀이 지났다. 다행히 열도 나지 않고, 두통도 없으며 아직은 무사히 잘 견디고 있다. 더 악화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오미크론으로 몸이 조금은 상할 테지만 곧 회복하겠지. 그렇지만, 너무도 손쉽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만들었던 기억에 대한 상처는 아무려면 한참 더 갈 것 같다. 일주일보다 조금 더 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