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라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로 입덕했다. 그래서인지 윌라에서는 꼭 소설류를 들어야 할 것 같아, 이번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회랑정 살인사건"을 시도해 봤다. 추리소설의 특성상 등장인물의 대사에 집중하며, 사건의 실타래를 저자와 함께 풀어가는 것이 오디오 책이 주는 힘이랄까?
오디오를 듣는 내내 일본 여관의 모습을 상상하며, 주인공의 모습이 어떨지, 그리고 어떻게 복수에 성공할지, 누가 범인인지를 상상할 수 있는 것 자체로 이미 충분히 윌라했다. 물론 등장인물이 여럿 등장하고, 등장인물의 이름이 너무 비슷해서 듣는 동안, 등장인물 관계도를 그려보는 작업이 딱 한 번은 필요하지만, 주인공의 머릿속을 낱낱이 공개하는 구성 덕분에 추리소설치고는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기 쉬웠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울림(?)은 없다. 단지, 순간을 집중하며 디테일을 묘사하는 힘, 몰입하게 하는 표현력은 가히 일품이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소장하고 싶어서 YES24에서 주문하려 했지만, 우리 집이 위례 지역인 관계로 YES24에서 책 배송이 안 된다고 한다. 흠~~ 그런데 YES24 쇼핑몰 메인페이지에서는 "영포티, X세대가 돌아온다"라는 책이 광고중. 얼른 윌라에 찾아보니, 신간인 듯한데도 목록에 올라와 있었다. 얼른 오디오북으로 다운로드받아서, 2박3일에 걸쳐서 내리 이 책만 읽었다(들었다).
한국에서 1971년에 태어나 "나는 나야"를 외치고 우리나라 인구분포의 가장 두터운 층을 형성하며 성장해 온 세대를 저자는 "X 세대"라 칭했다. 그리고 X세대는 흔히 선배 세대에게 민주화를 빚지고, MZ 세대에게는 회사에서 꼰대 소리를 들으며 X 세대를 아우르는 시대정신 만들기를 양보하고 살 수밖에 없었던 세대로 소개한다.
마케팅에서도 영&리치, 젠지, 알파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연구의 대상에서 멀어져, 우리 사회에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잃어버린 대표적인 세대로 불리지만, 과연 그럴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영 포티 (X 세대)의 참모습과 미래 가치를 세심하게 추적하여 정리해 놓은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IMF, 금융위기 등 시대적으로 암울했던 상황이 등장하며 X 세대에게 닥쳤던 시대적 곤경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X 세대의 생존 경험이 지금의 '각자도생'과 '금융 만능주의'라는 사회적 트렌드를 만들어 낸 주요 밑거름이 되었음도 극명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영포티의 생존을 위한 무한 자기 진화와 학습에 대한 태도는 자연스럽게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적 변화와 맞물려 프로페셔널 스튜던트라는 새로운 직함을 만들었고, 이 현상에 대하여 설명한 책이 "프로페셔널 스튜던트"다. 놀랍게도 프로페셔널 스튜던트에서 미래 학습 내용으로 주목하는 것이 1) 테크놀로지, 2) 기술, 3) 트렌드, 4) 예술, 그리고 5) 생존력이다.
이 다섯 가지 항목은 영포티가 IMF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스스로 터득한 생존 학습 내용과 유사하다. 모닝 루틴, 살롱 문화, 취향 존중, N잡러, 부캐본캐, 자본주의 키즈 등 소위 21세기 MZ 고유의 신생 문화라 여겼던 것들이 실제로는 40대 영포티에서 10~15년 전부터 실제로 학습되어 체화된 것임을 알게 되면, X 세대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로페셔널 스튜던트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테크놀로지(특히 로봇과 AI)로 말미암아, 인간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생존을 위한 평생 학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을 예견한다.
테크놀로지는 언제나 과거의 경험치를 리셋하여, 경쟁의 출발선을 새로 긋는 경향이 있다. 디지털카메라 시대에 거대 공룡 코닥도 출발선에 똑같이 서야 했고, 스마트 폰 시대에는 노키아도 마찬가지였다. 영포티는 윗세대를 존중은 했지만, 윗세대와는 전혀 다른 성공 방정식을 쓸 수 있었던 최초의 세대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집중하여 투자하면,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고 대신 선택한 분야에서도 큰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학습되어, 지금 MZ 세대 교육의 기본 철학이 되고 있다.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렴..."
안타깝게도 지금은 풍요 속에 빈곤의 미래를 그릴 수밖에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되, 좋아하지 않더라도 필요하면 해야 한단다..."의 교육 프레임으로 전환하고 있다.
프로페셔널 스튜던트에서는 평생 자기가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공부에 진정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 세대를 전 세대로 확대하고 있다. IMF, 금융위기 못지않게 코로나 이후의 로봇과 AI가 지배하는 세계는 전 세대에 걸쳐 모두 혹독할 것이다. 지금 사회의 버팀목인 X 세대의 생존 경험에서 자극받아, 그 세대에서 배울 것은 배워서 나름의 생존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다.
그 전략 중의 하나가 바로 평생 학생의 모습인 프로페셔널 스튜던트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라면 이제 이력이 나지만, 윌라도 밀레의 서적도 퍼블리도 모두 공부 플랫폼이다. 내 글 빛과 아티스트웨이도 모두 테크놀로지의 힘을 활용한 공부 플랫폼이다.
나는 영포티도 아니고 영피프티니 좀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방법을 저절로 찾게 되나 보다. 하여간 윌라에 푹 빠진 김에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프로페셔널 스튜던트의 길을 천천히 찾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