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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Feb 17. 2022

[에세이] 개인 프로젝트의 시작

공감 능력에 대한 이해

투구닥!! 


하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부엌 쪽에서 났다. 아마도 플라스틱 같은 것이 떨어진 모양이다. 그나마 플라스틱이 떨어져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순간, 앗! 아~~ 하는 소리가 함께 들려온다. 


얼른 소파에서 일어나 사건 현장에 가보니, 실상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덕션 버너가 떨어진 것이었고, 그 인덕션 상판의 유리가 깨진 것에 안사람의 손이 베인 것이었다. 순간 당황하며 우물쭈물하고 있었는데, 조그마한 유리 파편이 엄지에 박혔는지 베었는지 선홍색 피가 살짝 묻어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응급조치가 필요할 텐데 하는 순간, 안사람은 피를 쓱~닦고는 세면대로 가서 남은 설거지를 하는 것이 아닌가!! 


유리 박힌 것 같은데 안 빼? 라고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어쩜, 사람이 그럴 수 있어?"란다. 

잉? 

"어떻게 사람이 손이 베었는데 가만히 쳐다만 봐? 당신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몰라?"

순간 내가 타인의 아픔에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아몬드의 주인공으로 소환당했다. 


나에게는 어렴풋하지만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가끔 소환되는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있다. 누나와 단둘이 보통의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또래 친구들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군인 아버님 때문에 워낙 이사를 자주 다녀서, 친구가 필요할 때 주로 누나와 시간을 보내는 편이 더 많은 그런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누나가 학교에 다니며 학교 친구를 집에 데려오기라도 하면, 나는 이제나저제나 나를 언제 놀이에 끼워줄까? 하며 전전긍긍했던 누나 바라기였다.


그런 내가 어느 날 전혀 모르는 시골 마을에 갈 일이 생겼었다. 


저녁이 되어 조그만 방에 여러 동네 어르신과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동네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아는 사람이 없어 그냥 뻘쭘하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앉아있었다. 갑작스레 앞쪽에 앉아있던 2~3살 여자아이가 자기 무게를 이기지 못해 넘어졌고,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난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난 당황했었다. 그런데 어린 마음에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동네 어르신의 분노에 찬 질책이었다. 어린애가 꽈당 넘어졌으면, 당연히 일으켜 세워서 다독거려줘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의 기억과 오늘의 상황이 묘하게 오버랩되며 내가 정말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맞나? 아니면 그냥 상황에 느리게 대처하는 사람인가? 하는 오래된 의구심이 재생되었다. 또한 내가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면 그건 심리적 이유인가? 아니면 생리적 이유인가? 하는 의문도 막 쏟아져나왔다. 


나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의 시작인 셈이다. 나름 성급하게 생각해 본 것은 다른 사람의 감정의 색을 인지하려면, 우선 본인 내부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색깔을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한 데, 이를 위해서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의 모습을 지켜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런 자각은 나만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새로운 프로젝트의 이름은 '감정'의 세계를 알아봅시다 이다. 감정의 세계를 잘 살펴보고, 이를 통하여 내 안의 '감정'의 모습을 이해하는, 그리고 더 나아가 이를 통하여 다른 사람의 '감정'의 세계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겠다는 광대한 목표에 맞닿아있다. 


아마도 내가 아몬드의 주인공인지 아니면 그냥 감정 반응이 느린 사람인지도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싶다.




 

소위 작가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다. 작가란 작가 고유의 '감성'의 결을 가지고,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싶다. '정보'에 목말라하는 시대다. 그리고 '정보'는 넘쳐난다. 소위 작가라면, 읽는 사람이 계속 몰입하여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이 곧 읽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일이 되는 것일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그리고 생각과 감성이 따로인 것이 아닌 것과 같이, 글에서도 우리의 '감성'과 '정보'는 함께 존재해야 하는 것이 맞다. 이제부터 나는 나 만의 감성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작가가 되기로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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