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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May 07. 2022

[서평] 플랫폼 성장 패턴에 올라타라

미래 사회의 가능성

초창기 싸이월드에서 함께 일했던 신병휘 작가님의 신작 "플랫폼 성장 패턴에 올라타라"를 읽고 서평을 쓰기로 약속한 지가 꽤 지났다. 하도 답답한 마음에 어제는 저자와 직접 카톡으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플랫폼에 관한 새로운 자료도 찾아보고 했는데, 서평을 쓰기 위한 속 시원한 핵심 메시지가 쉽게 떠오르진 않았다.


"작가님, 플랫폼이 대세이긴 한데요. 기존에 전통적인 제품이나 미디어 시장에서 살던 사람이 기존의 마인드 셋을 전부 리셋하고 플랫폼 세상으로 이전하여 살아갈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했다.


"글쎄요. 저는요 이 책에서 마켓 핏, 비즈니스 핏, 그리고 소사이어티 핏을 모두 다루어보고 싶었는데요. 이번에는 소사이어티 핏 부분은 다루지 못했습니다. 후속작에서 다루어볼 예정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 네"하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답답한 만큼 저자도 답답해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플랫폼 성장패턴에 올라타라 (신병휘 저)


이 책에서는 분명히 플랫폼이 중요하다고, 플랫폼을 공부해야 한다고, 플랫폼을 모르면 위험하다'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정작 내가 경험한 플랫폼은 부정적 측면이 강했다. "당근 마켓"과 "중고 나라"의 경우, 필요한 거래는 하지만, 다른 서비스에 비해 조금은 질 낮은 서비스와 번거로운 거래 과정을 감수해야 했다. 한 번은 "당근 마켓"에서 고가의 만년필을 구매했는데, 판매자가 올려놓은 과거의 상품 가격을 확인하지 않아 더 비싼 값에 구매한 경우도 있었다.



판매자와는 주로 채팅으로 가격과 거래 장소, 거래 시간을 흥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은근 감정 소모가 심하다. 가격이 맞으면, 거래 장소가 걸리고, 거래 장소와 가격이 결정되었다 하더라도 거래 시간을 맞추려면 다른 일상의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불편함이 분명히 있었다. '쿨 거래'라는 용어가 등장했는데, 아마도 길고 지루한 가격, 거래 장소, 거래 시간의 흥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감정 소모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 용어라고 생각한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플랫폼 효과(네트워크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그냥 글을 꾸준히 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듯했다. 글을 발행하고, 구독자가 내 글에 달아놓은 댓글을 읽고, 또 대댓글을 달고, 구독자가 발행한 글을 읽고는 댓글을 다는 등, 글 발행 이외의 여러 부가적인 행위가 필요했다.


그동안 다른 서비스에서 접했던 일방적이고 일관적인 상호 작용에서 벗어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끊임없이 다차원적인 상호작용을 다르게 해야만 하는 플랫폼 세상이 나에게는 여간 어색했던 것이 아니었다. "오. 마이 갓!" 이 책에서는 플랫폼이 곧 세상을 완전히 점령하리라 예측하고 있는데, 이렇게 귀찮고 불편한 상호작용을 꾸준히 해야만 하는 세상이 온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답답함이 몰려왔다. 그래서 서평을 쓰기 힘들었나 보다.


일방적으로 받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이 양가감정이란 것이 드물다. 양가감정이란 것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 감정이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을 의미하는데, 서비스는 좋거나 싫거나 하는 극단적 경험만이 남아있을 뿐, 플랫폼에서 경험할 수 있는 양가감정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서비스에 불만이 있으면,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대상도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에, 소통이 쉽다. 그러나 플랫폼에서는 개선을 요구하는 대상 자체가 불완전하다. 불만족을 표현하는 수단이 평점이나 차단 이외에 거의 없다. 또한 불만족스러운 거래 상대의 마음을 배려하는 신중한 표현 문구가 동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작가는 그렇게도 불편하고 어색한 플랫폼에서 어떤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이기에 그리도 플랫폼의 성장을 기원하고 있을까?


두렵지만, 꼭 배워야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는 코딩, 혹은 인공지능 기술처럼 플랫폼도 두렵지만, 꼭 이해하고 실행에 옮기며 경험치를 쌓아야만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경제시스템으로 본 것인가?


2002년도 겨울, 그리니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나는 대전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구석진 건물에 있는 싸이월드를 찾았던 기억이 있다. 인터넷 트렌드 콘퍼런스에서 우연히도 싸이월드 미니홈피 서비스를 소개하는 세션을 듣고, 발표자와 명함 교환을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 당시에는 프리챌과 같은 인터넷 동호회 서비스와 채팅이 강세인 시절이어서, 미니홈피처럼 개인이 직접 관리하는 사이버 공간에 대한 개념은 아주 생소한 시절이었다. 내가 그날의 발표에서 주목했던 것은 미니홈피라는 서비스 자체보다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그 회사의 '인간 중심 - 커뮤니티 중심' 접근법에 있었다. 그 당시 나의 관심사도 인간 중심적 디자인 방법론에 있었던 만큼, 그 회사의 그날 발표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보통의 IT 기업은 기술 중심 - 기능 중심의 접근으로 기술 개발의 속도 경쟁에 치중하고 있었는데, 싸이월드라는 기업은 '인간 세상'을 먼저 관찰하고, 사람 간의 인터랙션의 특징을 연구하여, 서비스의 기술과 기능으로 풀어내려는 개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 점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무엇인가를 함께 해볼 수 있는 기업으로 생각했고, 그래서 무엇이든 함께 해보자고 요청할 요량으로 방문했다. 방문하기 전에는 번듯한 건물에 최첨단 기기로 무장한 사무실을 기대하고 갔지만, 현실은 그냥 조그만 벤처 기업이었다.


첫날 첫 미팅에서부터 신기하게도 의기투합의 접점을 찾을 수 있었고, 결국은 연구재단에서 받은 연구비로 서비스 개발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IT 분야에는 기획자 - 개발자 - 디자이너의 세 팀이 유기적으로 일을 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이 세 분야의 집단이 자신의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다른 집단의 사람에게 전달해야 일이 수월하게 돌아가는 구조였다. 벤처기업의 특성상, 이렇게 세 개의 다른 이익 집단이 우왕좌왕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싸이월드에서는 나와 함께 내부에서 일어나는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세 그룹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잘 상호작용하며, 일을 풀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연구하고 싶어 했다.


이 연구 과제를 수행하기 위하여, 나는 빈번하게 고속버스를 타고 대전과 서울을 왕복하며, 팀 내 조직원과 인터뷰도 진행하고 용어도 정리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때 가장 적극적으로 이 과제를 도와준 분이 바로 신병휘 팀장(작가)님이시다. 내 입장에서도 연구비는 연구재단에서 지원받았으므로, 논문이 잘 나오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면 되었고, 회사 입장에서도 나를 들러리 취급하고 회사 본업에 더 충실할 수 있었지만, 신병휘 팀장은 이 프로세스를 정립하여 해외에 수출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연구에 참여했었다.


이 당시만 해도 미니홈피는 개념은 생소하고, 불편하며 개인이 오롯이 관리하기에는 귀찮고 시간이 많이 드는 서비스였다. 어떤 사람은 이 서비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본인의 미니 홈피를 꾸몄고, 상대방의 미니 홈피를 들러 방명록에 글을 남기는 데 열심이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어색하고 생소한 서비스였을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이 내 미니홈피를 방문해주었는 지를 오롯이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방명록에 글을 남기면, 그 글을 남긴 사람의 미니홈피에 방문해서 짧게라도 방명록을 작성하는 것이 예의였다. 안 그렇게 하면 일상생활에서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었다. 미니홈피는 그 당시 인간 세상의 사회적 관계망을 모사해서 만든 서비스였기 때문에,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상호작용인 예의 차리기, 눈치보기, 배려하기, 베풀기,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등의 소설 관계를 위한 노력을 IT 세상에서도 이어서 해야만 했다.


미니홈피 서비스의 인기도를 일상생활에서의 사회관계 관리의 척도로 평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미니홈피 관리에 소홀한 사람이라면, 일상생활에서 친구 관계 관리에도 미숙한 사람으로 인식되곤 하였다. 어떤 사람에게는 대세인 서비스로,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어색한 서비스로 남아있다가, 2003년 SK Comms로 인수된 이후에,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모든 국민이 사랑하며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었다. 이제는 청춘남녀 사이에서 미니홈피 관리는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업무가 된 것이었다.


나는 작가가 미래 플랫폼 주도 세상에 대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IT 서비스는 결국 인간 사회의 상호작용 확장에 불과하다"라는 점이라고 믿는다. 플랫폼이 주도하는 세상은 미니 홈피처럼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관계를 IT기술로 확장한 세상이다. 


그 세상에서는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거의 대부분의 일이 일어날 것이다. 더하여 평판, 윤리, 도덕, 가치관의 이슈가 투명하게 보이고 쉽게 전파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플랫폼 사회에서는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야 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일이 많아지고, 불편한 것도 참고 예의를 지켜야 좋은 평판을 유지할 수 있는 일이 일상으로 일어날 것이다. 



플랫폼에서는 주로 거래 관련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므로, '협상'과 같은 다층적인 인간의 상호작용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미니 홈피가 그랬듯이 플랫폼 세상에서도 인간 사회의 상호작용을 폭발적으로 확장시킬 것이고, 이 관계망을 잘 관리하고 응용하는 것이 하나의 덕목처럼 여겨질 것이다. 작가는 미래 플랫폼 시대에 적응하거나 혹은 이끌어가기 위한 지식, 노하우, 태도, 가치관 등을 알려주고 싶어 했을 것이다. 작가의 그 노력이 지금 이 책에 담겨있다.


P.S. 혹시 책을 읽고 서평 작성에 관심이 있는 분은 댓글에 남겨주시면, 제가 저자에게 연락하여 책을 보내드리도록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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