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참새작가님의 개인전에 다녀와서
묻습니다.
"작가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건가요?"
"위대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일까요?"
"그림을 잘 그리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인가요?"
"구독자가 많은 사람인가요?"
"비싸게 작품을 파는 사람인가요?"
"천재적 재능이 있는 사람인가요?"
맞지만,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작가 장강명은 "작가란 적어도 한 가지 주제로 책 한 권 분량의 원고를 작성하고 탈고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감합니다. 허나 그 '성실성', 그 '꾸준함'만으로는 작가를 표현하기에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언뜻 본 롯데월드타워 애비뉴얼 미술관에 있는 김참새 작가님의 글에는 작가는 내면의 불안을 바라보는 사람이란 글귀가 있었던 듯했습니다. 맘에 드는 문구였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행복하기만을 바랐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웬걸 요즘은 글을 쓰면서 슬픔이 보입니다. 혹은 잊었던 분노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게 원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까지 애써 무시하고 살았던 놈인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계속 발견되고 들추어지면 어쩌지? 하고 겁도 납니다. 제대로 가고 있는 길이 맞나! 의심병이 생깁니다.
요즘 들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내가 표현하고 싶은 형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긴 글은 아니지만, 글을 쓰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편안해집니다. 예전에는 마주하지 못했던 불안과 초조, 어린아이의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예전의 글과 다르게 허황한 재치와 유쾌한 정보, 그리고 자기 계발을 위한 통찰은 희미해졌습니다만, 작가는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채울 수 는 있게 되었습니다.
글을 써보니 맞는지 모르겠지만, 작가는 애써 외면했던 내면의 불안과 초조, 어리석음, 낭패, 자격지심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그것을 드러내어 표현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면으로만 본다면 지금 이 글은 작가에 조금 더 다가간 것이기도 합니다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작가에게서는 한 발짝 더 멀어진 듯하기에 선배 작가님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작가는 멋진 사람이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고, 독자가 많은 사람이고, 그래서 돈도 많고 명예로운 사람이 맞나요? 아니면 꼭 그렇지 않더라도 "나라는 사람을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면 작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