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동안만 지속하는 약효
모닝페이지의 효과
존은 이제야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옅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행복해지려고 그랬지!"
존의 눈가에 미소가 짙어짐에 따라 눈가의 깊은 주름이 더 깊게 파인다. 그는 핑크색 시럽을 마시는 순간의 상황을 기억해내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그래. 그때 내가 내린 결정이었어.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믿었던 거야!"
존은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로 흥얼거렸다.
"그래! 지금은 행복해?"
옆에서 알아볼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동반 로봇이 슬며시 물어온다.
평소와 다르게 존은 그러한 물음에 한참 뜸을 들인다. 그리고 다시 침묵한다.
또한 "존! 무슨 일이 있는 거야?"라며 동반 로봇이 기계적으로 물어봤을 법한데 오늘은 조용하게 존의 대답을 기다린다. 어젯밤의 업데이트로 인해 상황 인지 기능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나 보다.
"시럽을 마시고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어." 한참이 지난 후 존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글도 쓰기 시작했지. 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어."
"그런데도 처음 내가 시럽을 마실 때 원했던 그런 행복이 찾아오지는 않았어."
이렇게 급하게 말한 후에 존은 또 한참을 곱씹는 듯 말이 없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1년이 지났을 무렵 세상에 대한 깨달음이 조금씩 나에게로 찾아왔지."
"행복은 찾아오는 게 아니라, 매 순간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깨달음이었어. "
"행복은 내가 발견하기를 목놓아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럼 이제 행복한 거네! 행복을 발견하니 좋아?" 로봇이 '행복'이라는 단어에 반응하며 기분을 좋게 해주는 단어로 구성된 문장을 뱉어낸다.
"그런데 그 깨달음이란 것이 왔다 갔다 해, 금방 깨달았다가도 또 금방 잊어버리지!!! 내 나이가 되면 모든 것이 오래가지 않아."
"항상 깨달아야 하는 주기적인 의식이 필요해!"
"그게 바로 모닝 페이지가 하는 일이야!"
"모닝 페이지는 나에게 24시간 동안만 지속되는 부스터 샷과도 같은 거야"
"모닝 페이지가 없으면 나는 다시 깨달음을 잊고, 예전처럼 행복이 찾아오길 기다리며 살지도 몰라"
"약효는 24시간 동안만 지속하지"
"그래서 매일 쓰는 거야. 매일 행복이란 것이 항상 내 주변에 있고 나는 그것을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