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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Nov 27. 2022

실패를 맞이하는 태도

11월 27일 그림일기

최근에 인스타그램에서 반응이 있는 그림을 보고 나서, 나 자신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어쩌면 모델 아티스트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 중에 좌절과 실패에 잘 동조하는 특화된 감성 구조를 갖고 있는 사람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내가 평소에 개그 프로그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이미 알아차렸어야 했다.)


나는 고개 숙이고 뒤를 돌아보며 좌절하고 낙담하고 괴로워하는 표정과 몸짓의 순간에 더욱 감정이입이 된다. 처절하고 절절한 사연이 있어서 그 많은 감정이 몸짓을 통해 전달되는 순간에. 내 절절함이 마중을 나가 그 모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람은 어려운 순간이 있고 괴로운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 순간이 오면, 인간은 그 고통을 온몸으로 표출한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눈동자에 초조함이 가득하고, 옷은 잘 차려입었지만, 어깨는 처져있다. 움직임은 느리고, 하늘을 보기보단, 땅을 더 자주 본다.


코로나 이후 이런 실패의 감정을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모두가 힘든 이때, 이 감정에 그림으로 동조하고, 감정을 표출하는 것만으로도 보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다.



나 힘들어요. 나 외로워요. 나 괴로워요. 나 실패하고 있어요. 나 실패할 것 같아요. 걱정이에요.라는 감정을 자신의 입으로는 직접 말하지 못하며 끙끙대고 있는 사람에게, 대신 좋아요를 누름으로써 그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모든 이에게 내 그림이 조그마한 위안이 되면 좋겠다.



그림 그리기 챌린지는 5년짜리 도전이었다. 그 시간 동안 그림 그리기의 위대한 힘을 조금은 경험해볼 수 있었다. 그림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독여 줄 수도 있는 좋은 매제임을...


이제 11월이 이렇게 지나간다.

오늘 아침에는 그동안 아까워서 안타까워서 조바심 때문에 버리지 못했던 지난날의 스케치북을 모아 버리기 시작했다. 내가 이제는 언제 어디에서든 무엇인가를 제대로 그릴 수 있게 됐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많은 스케치북을 언제 다 버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박스를 버리면서 조금은 시원한 마음을 느낀다.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굴레를 벗어던질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정성 들여 탑을 쌓았으니 이제 무너뜨려야지. 그리고 탑의 굴레에서 벗어나야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기까지 꼬박 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데 최소한의 기준점은 생긴 셈이다.


다음의 목표는 센터 건립이다. 이 꿈은 5년 후에 이루어질 것이다. 그때 목표가 달성되면 또 미련을 버리면 된다. 이런 꿈을 이루는 루틴의 방법이 반복되면 한다. 지속되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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