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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Dec 22. 2022

중독

12월 22일 그림일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는 주섬주섬 걸치고

모닝드로잉 노트를  준비한다.


아침 6시 반에 시작해서 7시까지 30분 동안 집중해서 관찰하고 스케치하는 크로키 모임이 잠시 방학시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4주간 매일같이 진행한 모닝크로키를 차마 끊지 못하나 보다.


아침마다 크로키로 노트를 채우고, 아침 브런치 글의 땔감으로 사용했는데, 그 며칠 쉬었다고 이제는 멍하니 금단현상과 함께 브런치 손에 잡히지 않고, 글 올리는 빈도도 뜸해진다.

모닝페이지라는 글노트는 시작한 지 일 년 6개월이 지났다.  그러다가 그림노트도 새로 만들었다. 처음 크로키 모임에 참석해서는 모닝페이지 한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노트 한 권을 오롯이 그림으로만 가득 채우는 것이 결국 나의 로망이라는 생각에, 따로 모닝 드로잉이라는 노트북을 만들었다.

12월 5일 자로 탄생한 이 노트는 습작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크로키 모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어있는 페이지를 열어 손모양을 따라 그려본다. 하나 둘 셋,

매일 보는 손이지만, 손이란 놈에는 직선이 없다. 뼈가 있고 살이 있고 굴곡이 있고, 주름이 있을 뿐이다.


손바닥의 외곽선을 따라 그리면서도 눈은 분주히 움직인다. 여기에 이 정도 두께가 적당할까? 각도는? 네 번째 손가락이 엄지 손가락에 비해 너무 커진 것은 아닌지 손가락과 손바닥의 비례가 맞는지 끊임없이 비교한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검증하면 괘도를 수정해 나간다. 이제는 똑같이 그리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느냐! 그리고 그 스토리가 형태에 잘 드러나느냐가 문제의 핵심이 다.


중독이다.

이것이 바로 중독적이다.

그림을 그리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안 그리면 다음 일을 이어나가기 어려워진다.


중독이 맞다.


잠에서 제대로 깨어나기 위한 하나의 의식이고 글을 제대로 쓰기 위한 서전과제와도 같다. 


습관형성에 4주가 필요하다고 했던가? 만약 맞다면 모닝루틴은 중독증세의 한 형태로 보아야 한다.


아침 운동으로 하루를 여는 분도 있고, 아침 명상으로, 아니면 아침 독서로 하루를 여는 사람도 있을 터.


여러분의 모닝 중독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중독증세, 금단증세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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