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서백일 Jan 05. 2023

하루에 페인트 한 장

23년 1월 5일 그림일기

11월 28일부터 조금씩 모닝드로잉에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사놓고 사용하지도 않은 색연필을 끝까지 사용해보려는 심산으로 시작했다.


2분간 크로키로 형태를 잡아 윤곽선을 그리고, 사진을 보며 그 윤곽 위에 그림자를 입히고 적당한 빛과 그림자를 입히는 작업을 진행한다.


11월 30일부터는 색연필과 수채화를 동시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수채화 물감의 짙고 옅음을 이용해서 동물의 입체감을 표현하는 일은 색연필보다는 많이 쉬웠다.


빠른 붓처리 한두 번으로 튀어나온 부분과 그림자 부분을 구분하고, 크로키에 입체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배경이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작업임을 확인하면서, 배경 그리기에 더 많은 자유도가 있음을 느끼면서 오롯이 배경작업에서 자유로움을 표출하였다.

크로키는 보고 그리는 그림이지만, 작가의 주관적 해석이 개입할 수 있다. 인체를 표현함에 있어 그림자 부분에 본색과 보색 관계의 색을 일단 칠하고 본색을 그 위에 덧입히는 덧칠 작업을 하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피부색의 그림자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면 더 깊이감이 느껴질까 고민했었는데, 보색으로 그림자 부분을 칠하고 그 위에 분홍색과 노란색을 섞어 피부색으로 덧칠하면 우리의 시지각은 그 덧칠한 부분을 그림자로 인식한다.


이것도 자유로운 표현방식 중 하나이다. 다음은 새해 첫날에 그린 그림이다. 두 명의 친구가 손을 잡고 즐겁게 뛰어노는 사진을 크로키로 그렸는데, 배경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다양한 색상으로 표현하다 보니, 불난 집에서 뛰쳐나와 도망치는 스토리로 탈바꿈하는 불상사가 만들어졌다.

 해석도 해석 나름이지만, 아마도 새해 첫날의 열정이 불러온 해프닝이 아닐까 하고 살짝 생각하기로 했다.


최근 며칠은 사이안을 딥블루로 바꿔 그림자 실험을 계속하고 있고, 아무래도 피부색이 밝은 서양인의 페인팅기법과는 다른 동양적인 표현 기법이 있지는 않을까 하고 고민 중이다.

방학이 시작한 이후로 요즘은 이렇게 한 장의 페인트로 하루를 시작한다. 50호 100호 캔버스에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혹은 4절 도화지를 이젤에 놓고 정식으로 그리는 작업은 아니지만 모닝노트를 변조한 모닝드로잉북에는 하루하루 도로잉이 아닌 진짜 나의 감성을 담은 그림이 쌓여간다.


크로키 선위에 색을 채우고 나면 하루를 다 알차게 보낸 듯 뿌듯하다. 배가 부르다는 것은 나의 욕망이 채워졌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굳이 다른 할 일을 찾아서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말이다.


느긋함을 즐긴다.


성적처리만 남았다, 입시만 남았다.


나는 매일 그림을 그린다.


오늘도 그림을 그렸고 내일도 그림을 그릴 생각에 기분이 좋다.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2년 10 대 뉴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