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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Jan 08. 2023

작가와 모델의 관계

23년 1월 8일 그림일기

크로키에는 다양한 종류의 선이 있고, 그 선은 그리는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투영한다고 합니다. 너무도 짧은 시간에 완성해야 하는 그림이라 의식적으로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그리기 힘든 장르이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왠 걸요. 그림의 주제나 선의 분위기는 여지없이 모델이 정해준 느낌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모델이 포즈를 취하는 그 당일 날의 표현 주제와 스토리를 본인이 주도적으로 펼쳐 나가기 때문입니다.


간혹 모델에게 특정 주제나 스토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사전에 꼭 조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사전조율이 없을 때에는 모델이 펼쳐내는 주제와 스토리를 얼마나 잘 화폭에 담아냈느냐가 선의 퀄리티를 결정짓는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크로키는 핑퐁게임입니다. 모델이 주제를  던져주면 그 스토리를 받아서 콘테로 화폭에 빠르게 담아내는 것이지요.


마치 우리가 뮤지컬 공연장에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며, 순간의 감동을 마음속에 캡처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떨 땐 빠르고 과감한 직선으로, 또 어떨 때는 아주 부드럽고 연약한 곡선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바로 몸의 언어를 읽고 그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번역하여 펼쳐내는 과정을 말합니다. 찰나의 매력인 거죠.


모델이 몸으로 발산하는 스토리와 상관없이 작가의 고유한 선만 고집한다면, 과연 모델이 펼쳐내는 그 다양한 감정을 다 화폭에 담아낼 수 있을까요?


유능한 작가는 충분히 유연해서 모델이 그때그때  말하는 다양한 스토리를 화폭에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델분은 몸의 언어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분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모델이 선정한 음악에 몸을 맡겨 포즈를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델이 어떤 주제를 들고 왔는가를 빠르게 간파하는  방법으로는 모델이 틀어놓은 음악에 귀 기울이는 방법이 가장 쉽겠죠.



음악의 장르와 분위기가 미스 사이공이면 사랑과 전쟁에 관한 폭발적 감정에 관한 이야기구나라고 간파하고, 클래식 음악이면 부드럽고 섬세한 감정에 관한 이야기구나라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브런치 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 시고 때문에 내 마음속에서 일어난 감정을 내 인지체계가 받아서 그대로 지면에 풀어내는 일, 그것이 브런치의 글로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브런치 작가도 자기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을 모른 체하지 않고 잘 귀 기울여 캐치해내는 능력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여러 브런치 작가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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