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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May 12. 2021

피카소, 반전 매력의 관종(關種)

[서평] 재미의 발견

MZ 세대는 미래를 주도할 계층입니다. 하지만 금전적으로 그리 여유 있는 세대는 아닌 관계로 MZ 세대의 취향을 파악하여 관심을 끄는 일에 많은 기업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재미의 발견은 MZ세대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세 가지 상품 개발 전략을 특전격이라는 일관된 언어로 기술한 책입니다. (저자인 김승일 @greenbayksi 작가님이 직접 책을  보내주셨습니다).


저자는 주목을 받기 위한 전략으로 '특이하게 하라', '의미를 변화시켜라', '격하게 변하는 요소를 넣어라'의 세 가지 방식을 제안합니다. 어찌 보면 아주 상식적인 전략이지만 실제 세상에 적용하면 아주 쓸모 있는 방정식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책에서도 여러 사례를 소개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피카소야말로 특전격의 방정식을 잘 활용한 위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의 전시작품에서 특전격의 원리를 아주 잘 적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카소는 입체파의 창시자입니다. 어떻게 그 당시 새로운 화풍으로 많은 관객을 매료시킬 수 있었을까요?


마리 테레즈 발테르의 초상 (파블로 피카소)


01 전의(轉義): 일반적인 것이 더 이상 일반적이지 않은 의미로 다가온다면 사람은 당황하고 집중하게 됩니다.

피카소의 기타


우리가 피카소의 그림에 열광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일반적이지 않게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피카소가 그림에서 다룬 소재는 기타, 바이올린, 만돌린, 물병 등 아주 일상적인 소품이었습니다. 일상적으로 자주 보기 때문에 익숙합니다.


그런 익숙한 형태 일부를 보여주어 관객의 눈과 뇌를 안심시켜 놓은 후에 새로운 형태 요소를 덧대어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특히 그는 시간이라는 비시각적 요소를 그의 회화에 그려 넣는데 아주 탁월했습니다.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 (마르셀 뒤샹)

이전까지의 회화는 사진처럼 한순간의 정지한 순간을 포착하여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그러나 피카소와 그의 동료들이 추구한 입체 회화 기법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사물의 형태 변화를 하나의 화폭 안에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입체파 화풍입니다. 한 사물을 여러 각도에서 본 것은 우리 뇌에 여러 가지 형태의 모습으로 저장되고, 그것들이 더해져서 한 사물에 대한 입체적인 정보로 기억하게 됩니다.


피카소와 그의 동료들은 그런 입체적인 기억 정보를 조각난 형태로 모아 보여주는 방식으로 우리 뇌가 입체 정보를 기억하는 방식을 자극하려 했던 것입니다. 원근법이 아닌 방식으로 우리 뇌가 입체를 보고 느낄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피카소가 뛰어난 천재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사실적인 그림보다 더 입체적으로 느껴짐을 알 수 있습니다.


MZ 세대에게 이제 가전은 더는 가전제품으로 인식되지 않습니다. 가전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전의된 제품들팔립니다. 가전이 가구로, 혹은 가전이 패션 소품으로 빠르게 의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전의(의미 변화)가 MZ세대에 창의적으로 보이나 봅니다. 상품 개발에 지속적인 의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가구 같은 가전 (LG 오브제)


02. 특이 (特異): 보통 것이나 보통 상태에 비하여 두드러지게 다름

피카소의 그림이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회화 영역의 확장에 기여했다는 점은 그냥 특이했기 때문에 만은 아니었습니다. 특이한 중에는 B급이라것도 있습니다. 우리가 피카소의 그림을 B급 예술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는 그의 작업'개연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보았을 법한 이미지를 시간 단위로 조각내어 기존 화풍과는 두드러지게 다르게 표현했고, 과거 예술가들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전통'의 목을 비틀어버려 특이하게 만든 것입니다.


MZ 세대들은 이런 특이한 것에 대해 덜 불쾌한 감정을 표현합니다. 오히려 특이한 것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나름의 놀이를 만드는 현상이 있습니다. 특이하지만 본인 삶의 일부를 반영한다고 생각되면, 즉 개연성이 있다고 느껴지면 수용하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이질적인 것들이 한 곳에 존재하는 메타버스의 세상을 MZ세대들은 일찍부터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정상과 비정상이 혼재하는 마리오 세상 (메타버스의 세상)

최근 기업들은 이질적인 것을 엮어 신상품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디즈니 만화 캐릭터가 명품 가방에 사용될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곰표 밀가루의 브랜드를 패딩, 맥주, 팝콘의 영역으로 확장한 사례도 눈에 띄는 재미있는 특이한 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구찌와 미키마우스가 만나면(출처: http://www.earlyadopter.co.kr/137672)


곰표 밀가루의 새로운 변신

이런 신상품의 공통점은 여러 세대의 감성을 입체파 화풍이 시도했듯이, 한 지점에 덧대어 엮어서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MZ세대가 익숙한 감성의 일부를 보여주고 기업이 표방하고자 하는 감성의 일부를 다른 시간대에서 가져와 한 화폭(상품)에 함께 표현한 것이 개연성이 있는 특이점(특이 상품)을 만들어 낸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03. 격변 (激變) : 상황 따위가 갑자기 심하게 변함

김승일 작가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이 격변, 즉 상황을 갑자기 심하게 변하게 만들라였습니다. 피카소는 어떻게 그의 작업에 격변을 만들어냈을까요?

피카소 `피에로 복장의 폴`(1925) ⓒ 2021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피카소 `정면, 측면 얼굴과 두 올빼미 장식으로 두 개의 손잡이가 달린 꽃병`(1961) ⓒ 2021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입체파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피카소는 일생동안 다양한 화풍을 탐구한 인물입니다. 일정기간 한 화풍에 머물러 있다 갑작스럽게 다른 화풍으로 변화를 시도합니다. 이렇게 일생동안 작품 활동에 격변이 있는 경우도 드문데요. 피카소가 사랑한 것은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작품 활동 중에서의 창의적인 활동 그 자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김승일 작가의 재미의 발견에서 제시한 특전격의 원리는 요즘 뜨는 상품/콘텐트의 성공 공식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카소는 그 원리를 그의 작품 세계를 통하여 이해하기 쉽게 보여줍니다. MZ세대가 방임적이면서 자기 중심적이고 일관된 공통점이 없는 세대는 맞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 가치는 세대를 관통하는 지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작가는 그것을 특전격으로 풀이했고, 피카소는 입체파 화풍으로 담아냈습니다.


미래의 상품기획자는 과연 무엇으로 그 관통하는 가치를 상품에 담아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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