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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백일 Jun 12. 2021

이준석의 말센스

[서평] 말 센스:흥분하지 않고 우아하게 리드하는

이준석 씨가 국민의 힘 당 대표자에 당선됐습니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지만, 이준석 씨가 나온 토론 영상을 몇 찾아보게 되더군요. 그는 말솜씨로 당원과 비당원 모두의 지지를 끌어내 당 대표자 경선에 승리했습니다. 그에게 말 센스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솜씨를 생존경쟁을 위한 도구로 삼겠다고 당 대표자 수락 연설에서 선언까지 했습니다.  

(SBS 뉴스 화면 캡처)


생존본능

인간이 생존을 위해 자동화된 프로그램에 의해 작동하는 인지적 기계라고 생각한다면, 이번 국민의 힘 경선 과정에서 청년 세대(85년 이후 출생자)는 말솜씨를 생존과 직결된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말솜씨 유무가 생존에 영향을 주는 요소이기 때문에 관심도 커진 것이고요.


어쩌다가 말솜씨가 이렇게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로 부각된 것일까요? 말없이 묵묵히 주어진 일만 해도 생존에 큰 문제가 없던 시대적 상황을 벗어나서, 지금은 생존하기 위해서는 말을 꼭 해야 하는 시대적 상황이 된 것일까요? 아니면 말을 통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상대방을 굴복시켜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는 초경쟁 사회가 된 것일까요?


이준석은 경선 과정에서 다른 다선의원들과의 말싸움을 통하여 지지층 결집을 끌어냈습니다. 기득권층이 가진 생각의 고리타분함과 구태의연함을 이준석의 철학과 논리로 처절히 파괴하였습니다. 이는 기존 안정감을 누리는 세력에서 권력을 빼앗아 불안감을 느끼는 새로운 세대에게 권력 나눔의 희망을 제공하는 구도를 만들었고, 이는 지지를 끌어내는 데 성공적이었습니다. 난공불락과 같았던 기성세대의 기득권을 흔들어 놓고, 청년 세대에게 맞는 새로운 게임의 룰에서 기성세대와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말의 힘으로 고개를 끄떡이게 했습니다.


말싸움에서 진 기성세대는 생존 가능성이 작아진 것일까요? 아니면 말하기 실력을 쌓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까요? 한 가지 확실한 메시지는 이제는 말하기 솜씨가 나의 사회적 생존과 존속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에 대한 전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이겠죠.


말솜씨와 말센스(대화)

말솜씨를 갖춘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말을 잘하는 것이 상대방을 굴복시키고 자신의 인정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된다면 편안하고 우아한 대화로 이어지는 것은 포기해야 합니다. 대화의 근본은 자신의 통제 욕구를 잠시 제어하고 상대방에게 통제권을 넘겨주는 것입니다. 통제권을 잠시 넘겨준 후에 상대방이 편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자기희생적 행동이죠. 오랜 기간 방송업에 종사하며 솔직하고 정중한 대화의 목표는 상대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여는 것(p.39)라는 깨달음을 얻은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우리 사회에 말솜씨보다는 대화가 더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합니다.


만일 당신이 자신의 견해를 납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대화를 활용하지 않을 수 있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자신이 무엇을 놓쳐왔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p.41)

대화를 더 잘하기 위하여 말하기 기술을 익히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고 봅니다. 자기 의견이 명확하게 전달되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대화의 기술에서는 자기 자신이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를 바라보고 잠시 자제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화가 필요해

전화 음성 통화가 어색하고, 메신저나 이메일을 통한 소통에 더 익숙한 청년 세대(85년 이후 출생)에게는 자기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메시지를 통제하여 발산하는 데 익숙한 청년 세대들은 통제되지 못한 환경에서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데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인데, 한순간의 말실수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사건을 보고 학습효과가 생겨서 그런지 솔직한 대화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에게 자기의 의견을 솔직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응원하는 말을 위주로 합니다. 칭찬만 하는 사람을 친구로 두지 말라고 했는데 관심도 없어 보이고 그래서 공감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화가 부족한 사회에서는 공감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말솜씨를 갈고닦아서 공격능력은 우수할 수도 있겠으나, 공감 능력이 없는 말싸움 대잔치는 우리 사회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을까요? 다른 생각과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입니다. 말을 무기로 상대방을 제압해야만 본인이 속한 집단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쟁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말하기 기술이 그렇게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솜씨와 말센스는 모두 말하기 기술입니다. 단지 말을 통하여 상대를 굴복시키려하면 말솜씨,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면 말센스가 필요합니다. 청년 세대는 이메일이나 SNS 등의 도움으로 전화 통화(대화)보다는 자기 통제권이 강한 메시지 전달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역으로 이제는 자기 통제권을 내려놓고 상대방에게 통제권을 넘겨주려는 사회적 훈련도 필요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말센스는 대화와 공감의 기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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