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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가 Oct 18. 2023

정적을 견뎌라

첫 고객 미팅을 마치며

오늘 첫 고객 미팅을 마치고 회고와 함께 이전에 읽었던 책 내용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드디어 실전이다! 처음으로 실제 잠재 고객 대상 미팅을 직접 담당하게 되었다. 팀장님이 함께 하시지만 주로 내가 미팅을 이끌고 나가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했다. 고객사 맞춤형 시나리오를 작성하면서 며칠을 준비했다. 그러다 직전 저녁 세일즈 부서 회식이 있던 때에 경력직 동료분에게 미팅을 잘 진행할 수 있는 팁을 여쭤봤다.

  그러자 상당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일단 많이 들어야죠. 많이 질문하시고..."


잘 듣고, 많이 질문한다. 간단한 팁이지만, 그 다음 날 실제로 미팅에 나갔을 때는 이런 조언은 까맣게 잊고 내가 준비한 시나리오를 전달하기에 바빴다. 미팅을 마치기 전에 대화를 거쳐보니 사실 고객사가 원하는 답은 따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생각한 답 하나에 꽂혀서 정말 필요한 내용을 준비하지 않았고 보여드리지 않았다.


과거에 읽었던 책을 살펴보다가 정말 동일한 내용을 발견했다.

세일즈를 통해서 상품이 전달되고 돈이 오가는 과정은 고객과 영업사원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협상할 수 있는 이갸기가 오가고, 감정적인 교류가 발생하는 시간들의 합이다. (...) 첫 번째, 앞서 언급했듯이 '질문을 하는 입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특히 정적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들은 단 몇 초라도 말이 끊기는 것을 불안해한다. (...) 하지만 훈련을 해서라도 반드시 이런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객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신태순, 최규철, 〈나는 자본없이 먼저 팔고 창업한다〉中

'기다림'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가? 고객의 이야기를 정말 '잘' 듣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외교술에 대해 언급하는 다른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영국의 저명한 군사학자로 전쟁사를 연구한 바실 리델 하트는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중간한 상태를 가만히 견뎌내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어느 상황이나 일이 어느 쪽으로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를 견디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아직 결정하지 못한' 괴로운 상태를 견뎌내는 일이야말로 가능성이 불확실한 승리의 환상을 좇느라 결국 국가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리기보다는 훨씬 뛰어난 선택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야마구치 슈, 김윤경,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 p.206

대화는 0이나 1이 아니다. 결정하지 않는 상태, 그 자체도 존재하는 현상이며, 그 순간을 현명하게 견뎌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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