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초기 락다운, 도대체 락다운은 무슨 뜻?
전치사의 다양한 용도
영어 문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건 아마도 전치사일 것이다. 주어나 동사와 같은 비중 있는 존재가 아닌 건 확실하고, 대부분 어디에 붙어서 구문을 형성한다. 구문을 형성하는 전치사로 인해 부연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장의 세부적인 의미가 완성된다. 뿐만 아니라 동사와 함께 이디엄을 형성하기도 하고, 명사에 붙어 새로운 의미를 가진 명사를 탄생시킨다. 또한 전치사 하나로 문장 안에서 전달할 수 있는 의미가 상상 외로 많다.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은 문장이다.
I am off next week.
미국에서 직장 생활하면 자주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원래는 'off work' 라고 써야 하는데, 보통 줄여서 'off'만 쓴다. 난 다음 주 출근하지 않고 휴가라는 뜻이다. 그러면, 아래 문장은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I am out of job.
'off work'은 하던 일을 잠시 쉴 때 쓰는 표현이라면, 'out of job'는 직업이 아예 없는 실직 상태라는 뜻이다. 이렇듯 비슷한 느낌의 표현들이 사용하는 전치사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전달한다.
동사에 붙는 다양한 전치사를 이해하기 위한 컨텍스트
2020년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 19(COVID-19)로 인해 전무후무한 변화를 겪게 되었고, 그 변화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첫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고된 후, 이 신종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2020년 1월 23일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우한에 봉쇄령을 내려 사람들의 진출입을 모두 막았다. 먼 나라 중국의 일처럼 여겨지던 이 바이러스가 미국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3월에 접어들면서부터다. 급기야 3월 19일엔 가주 주지사 개빈 뉴썸은 모든 가주 주민에게 한 달 동안 집에 있으라는 봉쇄령(Stay at Home Order)을 내렸다.
미국인 대부분이 락다운(lockdown) 때문에 여전히 집에 갇혀있던 4월 8일 자정을 기해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 우한의 봉쇄가 풀렸다. 이날 봉쇄령이 풀리자마자 우한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기차역은 북새통을 이루었고, 이날 하루 무려 55,000개의 기차표가 팔렸다고 한다. 고속도로를 막아놨던 장애물을 치우고, 우한 국제공항에 첫 비행기가 들어오는 모습이 텔레비젼 뉴스를 통해 방송되었다. 중국 우한의 봉쇄령이 풀렸다는 소식을 전하는 CNN 뉴스의 헤드라인은 이랬다.
China lifts 76-day lockdown.
동사 'lock'에 붙는 전치사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1) lock down
'lock'이라는 단어는 '잠그다'는 의미의 동사이다. 이 동사를 전치사와 함께 사용하면 관용표현이 되기도 하지만, 전치사와 나란히 붙여서 사용하면 새로운 의미의 명사로 탈바꿈한다. 'lockdown'은 'lock' 그리고 'down'을 합친 합성어로 단어 하나하나를 풀어 보면, 그 뜻이 '잠그고 내리다'가 된다. 잠그고 내리면 밖에서 안으로 못 들어오고, 안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따라서 이 단어는 봉쇄라는 의미의 명사가 된다.
위 기사 제목을 번역하면 '중국(정부), 76일 봉쇄를 풀다'가 된다. 그리고 기사 제목처럼 두 단어를 함께 붙여 쓰면 명사이지만, 따로 떨어뜨려 쓰면 '봉쇄하다'는 의미의 이디엄이 된다.
Chinese have been locked down for nearly three months.
(중국인들은 거진 석 달 가까이 봉쇄령 때문에 꼼짝달싹 할 수 없었다)
이전에 살펴본 수동태가 여기서도 사용되고 있다. (수동태에 관한 글 참조) 봉쇄는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봉쇄령으로 인해 갇혀있는 것이기 때문에 수동태를 쓴 것이다. 정부가 봉쇄령을 내렸다는 말은 생략됐지만, 봉쇄령을 내릴 수 있는 건 정부밖에 없기 때문에 생략해도 좋다.
그럼, 'down' 외에 다른 전치사를 합성하면 어떤 의미가 될까?
2) lock out
단어적 의미를 풀어보면, 잠그고 바깥에 있다. 따라서 안으로 못 들어간다는 의미다. 보통 열쇠를 잃어버려 집에 못 들어가거나, 패스워드를 계속 잘못 입력해 계정이 정지되어 자기 계정에 로그인하지 못할 때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다. 역시 주어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주어를 수혜자로 보는 수동형을 사용해야 한다.
I am locked out of my account.
(내 계정이 잠겨서 로그인할 수가 없다)
He is locked out of his office.
(그는 사무실 문을 열 수가 없어 못 들어간다)
사무실 문을 열 수 없어 들어가지 못한다는 표현을 'He lost his keys, so he can’t open his office.'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는 영어이긴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미국인을 실제로 찾아보기 힘들다.
3) lock up
두 단어를 풀어보면, 잠그고 올리다. 따라서 가로막혀 있기 때문에 안에서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다는 의미다. 이 말은 강제적인 수단으로 인해 가로막혀 바깥으로 나갈 수 없을 때 사용한다. 예를 들자면, 감옥에 갇힌 경우 사용되는 표현이다. 역시 스스로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동형을 쓴다.
Due to his heinous crime, he will be locked up for many years.
(그가 저지른 악독한 범죄 때문에 아주 오랫동안 수감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4) lock in
단어적 기본 표현은 잠겨서 안에 있다. 따라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I have a two-year contract with Verizon. I am locked in.
(난 버라이즌(이동통신사)과 2년 약정을 했기 때문에 다른 통신사로 바꿀 수 없다)
여기에도 수동형을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영어에서 수동태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내가 위에서 예문으로 쓴 문장은 미국인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다. 수동태를 능동태의 피동 표현방식으로만 이해한다면 위의 예문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해하기 힘들면, 사용하기도 힘들어진다. 모르는 걸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동사가 어떤 전치사와 함께 사용하느냐에 따라 의미를 달라지는 것을 살펴보았다. 전치사 하나의 차이가 매우 미묘하긴 한데, 이디엄의 의미는 천지차이다. 무작정 외우기보다는 동사와 전치사의 개별적 뜻을 숙지한 후, 어떤 컨텍스트에서 이러한 표현들이 사용되는지 자주 들어보고 사용해 보도록 하자. 실제로 사용해 본다면 얼마든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나 역시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이런 표현 들을 때마다 어려운 단어 하나도 없는데 무슨 뜻인지 몰라 난감해하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