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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ys Oct 22. 2021

미국에서 중고차 구입하기
Part Three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 중고 거래의 플랫폼


카맥스와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중고차 딜러쉽에서 내 조건에 맞는, 맘에 드는 중고차를 찾지 못했다면, 그다음 순서는 개인이 직접 판매하는 중고차를 알아볼 차례입니다. 저도 그와 같은 수순을 거쳐 결국 크레이그리스트에서 아들의 첫차를 구입하게 됐으니까요.


먼저 크레이그리스트는 미국인이 가장 많이 중고 물건을 거래하는 온라인 사이트입니다. 중고 물건 거래 외에 구인 및 구직, 아파트 렌트, 심지어 데이트 상대 구하는 광고까지 내는 매우 재밌는 플랫폼입니다. 물론, 생판 모르는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는 불안요소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면도 있습니다. 십 년 전쯤, 크레이그리스트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을 죽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 사이트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사이트의 장점은 미국이란 넓은 나라 전체를 커버하기보다는 주요 대도시별로 웹사이트가 구성돼 있어, 커뮤니티 내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진정한 커뮤니티 벼룩장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 같은 개인이 사용하는 경우, 무료입니다. 사업자의 경우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크레이그리스트에서 중고차를 구입할 때는 개인 거래이기 때문에 딜러쉽을 거래할 때보다 유의해야 할 점들이 많습니다. 우선 전 소유주가 차량 유지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엔진오일은 얼마나 자주 교환했는지, 배터리는 교환한 적이 있는지, 브레이크 라이닝은 어느 정도 남았는지 물어봅니다. 깐깐한 백인의 경우, 자기가 다니는 매케닉(mechanic)한테 차량 메인테넌스 기록을 뽑아와서 구매 희망자에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저는 차량 구입을 결정하기 전, 당시 소유주의 동의를 받고, 제 매케닉한테 차량을 보여주고 점검을 받았습니다. 물론 점검비는 제가 부담했습니다. 이때 차량에 이상에 있을 경우, 가격 절충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결함이 너무 크면, 아무리 가격을 많이 깎아준다고 해도 구매하지 말아야 합니다.


개인 거래의 좋은 점은 전 소유주를 직접 만나보기 때문에 차량의 역사에 대해 자세하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낮은 마일리지의 깨끗한 차량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속고 사는 경우엔 딜러쉽에서 보장하는 워렌티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큰 낭패입니다. 제가 알고 있던 학부모는 아들의 중고차를 크레이그리스트를 통해 구매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에어백이 터진 후 다시 인스톨하지 않은 차량이었습니다.  



카바나(Carvana), 온라인 중고차 판매의 선구


팬데믹을 맞아 근무도 온라인 재택근무로 바뀌는 시대가 되면서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기에 새 차도 아닌 중고차를 직접 보지도 않고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지난 2012년에 설립된 카바나는 '자동차 자판기(car vending machine)'이라는 다소 획기적인 컨셉으로 마케팅을 시작한 온라인 중고차 판매회사입니다. 아래 사진을 봐도 진짜 꼭 자판기처럼 생겼죠? 파이낸싱을 비롯한 모든 것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고, 구매가 끝나면 구입한 차량은 내 집 앞까지 배달됩니다. 만일 자동차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칠일 내에 환불 요청을 하면 환불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구매 결정이 더욱 쉬워지게 됩니다.

 


카바나는 팬데믹 가운데 더욱 성장세를 보이게 되는데요. 이는 사람들의 소비패턴이 점점 온라인 상거래 위주로 옮겨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아마존에서 랩탑 골라 사듯이, 중고차도 웹사이트에서 골라 사는 거죠. 집으로 배달된 랩탑이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박스에 넣어 아마존에서 보내준 배송 레이블만 붙여서 보내면 됩니다. 배달 온 중고차도 마음에 안 들면, 카바나에서 나온 사람이 다시 집까지 와서 가져갑니다. 랩탑과 비교해서 유닛 프라이스(unit price)가 몇 배 높은 상품인 중고 자동차를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사업할 때 수지타산이 맞을지 궁금하지만, 이 회사는 뉴욕 증시에 상장되어 주식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카바나의 성공은 이와 유사한 회사들의 설립을 부채질했는데요. 요즘 한창 텔레비젼 광고에 나오는 브룸(Vroom)도 유사한 컨셉의 후발주자입니다. 카맥스를 비롯하여 미국 중고차 회사는 중고차를 팔 뿐만 아니라, 개인이 소유한 중고차를 사기도 합니다. 카바나는 중고차를 판매할 때와 동일한 과정을 역으로 해서 판매자의 차를 구입합니다. 차를 팔고 싶다는 의사 표명을 하고 온라인 견적을 받으면, 회사에서 사람이 나와 직접 상태를 확인한 후, 체크(수표)를 주고 차를 가지고 갑니다.   



자동차 공급난에 따른 중고차 가격 상승


팬데믹에 진입하면서 미국은 심각한 물류 공급난을 겪고 있습니다. 바닷가 산책 나가면 롱비치항에 입항하지 못하고,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는 컨테이너 쉽의 행렬을 늘 보게 됩니다. 선적된 물건을 하역할 수 있는 역량이 도착하는 물류량에 훨씬 미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벌써 이런 풍경이 일 년 이상 계속되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확인할 일이 생기게 됩니다.



제 승용차를 구매한 게 2016년이어서 오년 할부가 끝나는 올해 차를 바꾸기 위해 시장 조사에 착수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이 딜러쉽에 차가 없어서 못 판다는 겁니다. 저처럼 차를 살려는 사람은 많은데, 물량이 딸린다는 거죠. 이유는 자동차 회사들이 팬데믹을 겪으면서 생산량을 대폭 줄이기도 했지만, 자동차에 들어가는 컴퓨터 칩의 부족으로 인해 차량을 생산할 능력은 있어도 칩을 넣지 못해 선적을 못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차 쇼핑은 특히 새 차의 경우, 차값(MSRP)을 깎는 재미입니다. 그런데 올해 새 차 값에 프리미엄이 붙어있는 걸 처음 경험하게 됐습니다.


새 차 부족은 도미노 현상처럼 중고차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마일리지 낮은 오 년 미만 된 중고차 중 인기 있는 차종은 새 차 가격에 비견할 만큼 가격표가 올라갔습니다. 현재 토요타나 혼다 딜러쉽에 가보면 전시되어 있는 새 차는 별로 없고, 죄다 중고차를 손봐서 전시해놓고 있습니다. 미국 온 지 십오 년 됐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미국인에게 자동차는 필수품이기도 하지만, 첫차 구매하는 연령이 낮은 관계로 중고차 시장이 번성할 수밖에 없는 토양입니다. 그런데 중고차를 구매하는 방법이 근래 소비 패턴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고차 가격이 새 차 가격의 상승으로 덩달아 많이 오른 상태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중고차이건, 새 차건, 차 사는 게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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