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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ys Oct 16. 2021

미국에서 중고차 구입하기
Part Two

미국 고등학생의 첫 차 구입 과정


<트랜스포머스>라는 영화 기억하실 겁니다. 1984년 미국 텔레비젼을 통해 첫 방송된 동명 만화 시리즈를 2007년 마이클 베이 감독이 대형 스크린에 옮겨놓은 영화죠. 2017년 다섯 번째 영화가 만들어져 개봉되었고, 2018년엔 스핀오프인 <범블비>가 극장가를 찾아갔습니다.


이 영화는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기발한 발상의 영화입니다. 첫번째 영화 도입부에 보면, 고등학생인 샘 윗위키가 첫 차를 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먼저 혼자 힘으로 삼천 달러를 모아야 했고, 그다음엔 A 학점 세 개가 필요했습니다. 필요한 모든 조건이 모두 갖추어지자, 샘의 아버지는 그를 데리고 딜러쉽으로 향하죠. 포쉬 딜러쉽에 가까워지자, 샘은 은근히 기대 만빵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오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샘의 아버지가 포쉬 딜러쉽을 지나쳐서 샘을 데리고 간 곳은 바로 최상의 품질을 보장한다고 광고하는 허름한 중고 자동차 딜러쉽이었습니다. 언듯 봐도 포쉬 딜러쉽과는 비교되게 우중충한 분위기입니다. 진열 중인 차량들도 연륜이 짐작되는 노후 차량들뿐이죠.


영화 <트랜스포머스> 중 한 장면


샘과 그의 아버지를 반기는 사람은 에이젼트 하나 없이 직접 딜러쉽을 운영하는 주인. 직원 없이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소규모 사업체를 mom-and-pop store(구멍가게란 의미)라고 합니다. 주인은 바캉스 온 듯한 분위기의 옷차림을 하고 있죠. 포쉬뿐만 아니라, 토요타나 혼다, 포드 그리고 GM 딜러쉽 에이젼트들이 날이 선 수트 차림으로 프로페셔널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것과는 사뭇 차이가 납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중고차 딜러쉽


이 영화는 고등학생이 첫 차를 구입하는 과정이나, 첫 차를 구입하러 가는 중고차 딜러쉽이 대충 어떤 곳인지 비교적 현실성 있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주로 남학생의 경우이긴 하지만, 제 아들 친구도 이천 달러를 저금한 후, 나머진 부모의 도움을 받아 첫차를 구매했습니다. 또한 제가 다녀본 10개가 넘는 중고차 딜러쉽은 영화만큼은 아니더라도, 대부분 영세성을 띠고 있었습니다. 차량 이십 대에서 많게는 오십 대가량이 전시 중이었고, 때로는 한편에 정비소를 마련하여 차량을 정비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영화처럼 중고차 딜러쉽은 따로 직원을 두지 않고, 주인이 직접 손님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먼저 손님이 오면 원하는 메이커나 모델을 물어보고, 자신들의 인벤토리 내에서 내 조건에 맞아떨어지는 차량을 골라냈습니다. 당시 제가 제시한 조건들은 오천 달러 미만, 메이커는 토요타, 혼다, 아니면 니싼, 모델은 컴팩트(중형차나 SUV는 제외. 보험료 비싸짐.), 옵션은 4기통(6기통은 연비가 떨어짐), 오토매틱 트랜스미션, 색깔은 빨간색만 아니면 됨, 마일리지는 낮을수록 좋음이었습니다. 여기에다 클린 타이틀. 미국은 salvage title이라는 게 있는데, 이런 차들은 사고로 인한 수리비용이 차량 가치보다 많이 나온 경우를 일컫습니다. 게다가 엔진이나 트랜스미션을 rebuilt 한 경우도 있는데, 이런 차량들은 현재는 멀쩡해 보여도 나중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기에 근처에도 안 갔죠.


미국인이 선호하는 중고차 


주로 혼다 시빅이나, 토요타 코롤라, 니싼 센트라가 조건에 맞아떨어지는 차종이었고, 2000년부터 2005년 사이에 생산된 십만에서 십이만 마일 정도 운행된 차량들이었습니다. 무려 십 년에서 십오 년 된 차량들인데도 불구하고, 싸게는 3,500 달러에서 비싸게는 5천 달러에 거래되고 있었죠.


한국에서 1995년에 구입하였던 소나타 2를 2005년까지 15만 킬로를 타고 소렌토로 교체했을 때, 세일즈맨이 100만 원을 쳐줬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누가 그 차를 사서 타고 다닐 거라는 생각을 꿈에도 해보지 않았죠. 그런데 미국에 와보니 십 년 된 차량뿐 아니라, 그 이상된 차량들도 버젓이 중고시장에서 거래되고 있고,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겁니다. 게다가 공짜로 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오천 달러나 하다니......


당시 시빅이나 코롤라 새 차는 이만 달러 정도였습니다. 십 년이 지나고도 오천 달러를 받을 수 있다니 놀라운 resale value입니다. 비슷한 차종이라도 미국차 브랜드인 포드나 크라이슬러, GM 차량의 리세일 밸류는 일본차에 미치지 못합니다. 일본차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견고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본차를 선호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미국차는 고장이 나도, 일본차는 잔고장 한번 안 나기에 유지만 잘해주면 십만은 기본이고, 이삼십만 마일까지 탄다는 myth가 생겨났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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