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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ys Oct 14. 2021

미국에서 중고차 구입하기
Part One

미국에서 자동차는 필수 교통수단


미국 중고차 시장의 크기는 한국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인구가 더 많지만, 자동차 수요층이 한국보다 저변한 데다 맨해튼이나 샌프란시스코 아니면 시카고와 같은 대중교통이 발달한 대도시 외에 자가용은 필수적인 교통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남가주는 차가 없으면 말 그대로 집에서 꼼짝달싹할 수 없죠. 버스 노선도 다양하지 않은 데다, 타보지 않은 사람은 운행 노선이나 구간도 잘 모르고, 게다가 빨라야 한 시간에 한 대씩 운행하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이라고 할만한 기차도 있긴 한데,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을 가로지르는 노선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때때로 엘에이에 갈 때 주차 등이 까다로워 기차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자가용을 몰고 인근 도시 기차역까지 가서 차를 주차시켜 놓은 다음, 기차를 탑니다. 제 지인의 남편은 기차역에 차를 세워놓은 후, 엘에이로 출근하기도 하죠. 따라서, 남가주에서 기차나 버스가 필수 교통수단이라기보다 자가용 유지 비용을 부담하기 힘든 일부 계층이나, 혼잡한 교통상황이나 주차문제 등을 피하기 위한 필요에 의해 선택하는 대체 교통수단이라는 말이 더 적절할 거 같습니다.


첫 차 구입의 시기


주에 따라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미국에선 16살이 되면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하고, 첫 차를 소유하는 나이가 대부분 십 대 후반입니다. 막 운전을 시작하는 십 대 청소년에게 새 차를 사주는 부모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소유주가 고등학생인 첫 차는 중고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아이들 픽업 가서 기다리면, 학교를 빠져나가려는 고등학생 운전자들의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걸 보게 됩니다. 남가주 고등학교 대부분은 삼천 명 이상의 학생들이 재학하기에 캠퍼스도 크고, 주차창도 매우 널찍합니다. 한 삼십 분 정도 이어지는 차량 행렬에 간혹 가다, BMW나 메르세데츠 벤츠가 눈에 띄기도 하죠.


언젠가 궁금해서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아들한테 물어보니, 부유한 부모를 둔 아이들이 타고 다니는 거였습니다. 심지어는 같은 클래스에 있던 여학생은 뽑은 지 이틀밖에 안된 벤츠(미국인들은 벤츠라고 안 하고 '멀세이디즈'라고 합니다) 옆을 북 긁어놓았는데도, 부모한테 아무 야단도 맞지 않았다죠. 말로만 듣던 spoiled kids(미국 부모들 중에는 아이가 사 달라는 거 다 사주고, 잘못해도 야단을 치지 않는 부류가 있는데, 이런 부모를 둔 아이들을 일컫는 말)의 전형이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운 좋은 아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소박하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당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아들의 첫 차를 사기 위해 중고차를 물색하다 이 글을 쓰게 되었으니까요.


중고차 시장의 선두주자, 카맥스 


미국에서 중고차를 사려면 딜러쉽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개인 거래를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중고차 시장이 크다 보니 중고차를 취급하는 딜러가 많긴 한데, 그 가운데 가장 큰 프랜차이즈는 카맥스(Carmax)입니다.



카맥스는 미국 전역에 매장이 있고, 연간 매출이 2021년 현재 약 22조 원에 이릅니다. 토요타나 혼다 딜러도 새 차뿐 아니라 중고차도 판매하긴 하는데, 카맥스만큼 다양성이 없습니다. 카맥스 웹사이트에 가거나 아니면, 인근 카맥스 딜러쉽을 방문해서 에이젼트를 통해 내가 원하는 메이커, 모델, 색깔, 마일리지, 옵션 등을 알려주면 정확히 나의 요구와 일치하는 차량을 보여줍니다. 내가 찾고 있는 차량이 인근 지역에 없는 경우, 배달 비용을 지불하면 인근 카맥스로 그 차량을 옮겨오기도 합니다.


카맥스는 중고차 매장이긴 하지만, 대충 있는 것 중에서 고르는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차량을 정확히 제공하기에 삼십 년도 되지 않은  짧은 회사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거 같습니다. 게다가 중고차의 가장 큰 문제인 안전성을 해결해주기에 소비자의 신뢰를 사는 것 같습니다. 중고차를 사는 사람들의 가장 큰 불안은 새 차와 달리 쓰던 차이기에 타고 다니다가 중간에 서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입니다.


카맥스 차량들은 매장에서 철저한 검사와 정비를 거치기에 안심할 수 있고, 일정 워렌티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인들은 차량을 구입할 때 월부로 구입하는데, 카맥스는 매장 내에서 파이낸싱까지 해결해 주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스탑 쇼핑이 가능하기에 매우 편리한 셈입니다.


카맥스의 한계 


그런데, 카맥스의 문제는 차량가격 만 달러 이하는 없다는 점입니다. 새 차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주행기간이 짧은 10년 미만 된 차량만 취급합니다. 따라서 사, 오천 달러 현금을 지급하고, 고등학생 자녀에게 차를 사주려고 카맥스에 가면 낭패하기 쉽습니다. 번짓수를 잘못 찾은 셈이기 때문이죠. 이는 혼다나 토요타 딜러쉽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혼다나 토요타 딜러쉽에서 새 차만 파는것이 아니긴 한데, 만 달러 아래 중고차는 가뭄에 콩 나듯 간혹 가다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천 달러 미만 중고차를 살려면 천상 개인 거래를 하거나, 아니면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딜러쉽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법 규정상 자동차 생산업자가 직접 차를 판매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토요타나 혼다 그리고 빅 3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은 딜러쉽에 차량을 넘기고, 공식 딜러가 차량을 판매합니다. 이런 차량 판매 관행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10% 정도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사는 셈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공식 딜러 말고도 중고차량만을 취급하는 소규모 개인 딜러들이 미국 도시 곳곳에 많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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