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자신의 생활을 공개(living a private life publicly)하는 시대가 되었다. 시시각각 동선을 따라 사진을 찍어 올리니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먹는지 관심 있는 사람은 다 알게 된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리얼리티 쇼(예를 들면, 킴 카다쉬안이 출연하는 <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가 인기여서 출연자의 삶 자체가 카메라에 담기고 방송되기 때문에 자신의 사생활을 팔아 부를 축적하는 셈이다. 다시 말하면, 인기와 부를 누리기 위해 사생활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카다쉬안 가족은 이 리얼리티 쇼를 기반으로 화장품 및 의류 사업에까지 진출하여 사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올해 스무 번째 시즌을 마지막으로 가정사를 더 이상 방송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결정한 걸로 미루어보아 화장품 및 의류 사업만으로 충분히 분주한가 보다.
내 성격은 원래 내성적인 데다가, 어려서부터 있어도 없는 듯한 그런 아이였다. 부끄러워하는 성격은 아닌데, 별로 나서는 거 좋아하지 않고(영어로 표현하자면, low-key), 남들이 알아주는 사람도 아니고,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들은 바를 생각해보고 판단하기에 수동적인 성격은 절대 아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여자로 태어나면 자신보다 남을 앞세우는 것이 자연스럽게 된다. 무엇보다 내가 존재하기에 앞서 가족이 우선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이 많고, 관찰하는 것 좋아하고, 읽는 것 좋아하니, 내 생각이나 의견은 매우 분명하다. 그런 사람 있지 않나? 세상만사 모든 것에 자기 의견이 있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다. 그렇다고 사람 붙들고 내가 관심 있는 주제만 가지고 이야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나한테 흥미 있는 주제가 다른 사람한테 재미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한 마디로 난 나를 드러내는 걸 부담스러워 하지만, 알고 보면 할 말이 많은 수다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는 동시에 내 생각을 표현하고, 그 생각을 타인과 교류하고 싶다는, 어찌 보면 이율배반적인 욕구의 결과가 나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만드는 거 같다.
난 2014년부터 블로그 활동을 시작했는데, 페북과 달리 블로그는 익명으로 할 수 있는 동시에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점이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어떨 땐 좋은 이미지 하나가 장문의 글보다 쉽게 이해되고, 더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나 역시 비구상 계열의 그림 보는 걸 즐겨하며, 구도 좋은 사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보는 것만큼 사진 찍는 거 역시 좋아한다. 그런데 난 언어를 통해 생각을 구체화(articulation)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보니,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한동안 생활의 분주함에 쫓겨 글쓰기가 뜸해진 적도 있지만, 2020년 갑작스러운 팬데믹의 여파로 글쓰기는 나의 생활의 일부로 다시 자리 잡았다. 블로그 초기 이웃 중 왕성한 활동을 하시다 더 이상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는 분들이 계신데, 페북이나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가셨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읽고 싶고, 나와 다른 삶을 읽고 싶은 마음이 다른 이의 글을 찾아보게 한다. 난 간혹 뜬금없는 검색어로 인터넷 검색을 해 본다. 나와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생각이 궁금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