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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ys Oct 24. 2021

때로는 실제 삶이 픽션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Tag>  영화의 소재가 된 신문기사

몸 상태도 그렇고, 날씨도 더워서 집안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영화 시청을 자주 하게 되었다. 개봉된 지 삼십 년 가까이 된 영화로부터 불과 몇 년 전 극장에 걸렸던 영화까지 요즘 케이블 방송을 타는 영화는 매우 다양하다. 그중 1994년에 개봉되었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주연의 <트루 라이즈(True Lies)>는 아직까지 기억에 남을 만큼 재미있게 관람했던 영화였는데, 다시 봐도 역시 재밌고, 패션이나 탱고춤 등 세월이 무색할 만큼 세련됨이 느껴졌다. 심지어 가정부와의 장기 혼외정사 스캔들로 인해 'freak(변태)'가 돼버린 (그리고 마리아 슈라이버한테 이혼까지 당한) 아놀드마저 핸썸하게 보였으니 말이다.   


근래에 개봉된 영화 중 예상 밖으로 흥미롭게 시청했던 영화는 2013년 월 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기자가 썼던 기사를 토대로 만들어져 2018년 개봉되었던 <태그(Tag)>다. '태그'란 어린아이들의 놀이로 태그(치기)를 당한 아이는 다른 아이를 쫓아가 태그를 해야 '술래(It)'에서 해방된다. 서구사회 어린이들이 요즘처럼 비디오 게임을 하기 전, 놀이터에 모여 친구들끼리 했던 매우 흔한 게임이었다. 이런 미성숙한 놀이를 23년 동안 해온 어른들의 이야기를 기사화한 것이 헐리우드 제작자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마침내 영화로까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피터팬 신드롬에 걸린 할 일 없는 어른들의 실없는 장난으로 여길 만도 한 이야기가 월 스트리트 저널과 같은 품격 있는 일간지에 실리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요즘과 같은 세상에 믿기 힘든 희귀한 트루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 시절 만난 친구들이 졸업 후에도 23년 동안 일 년에 한 번 2월이 되면 태그 놀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놀이터가 아닌 생활 가운데 하는 놀이로 변했기 때문에 당시 로스쿨을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 변호사였던 친구가 놀이의 규칙을 기초한 네 페이지 짜리 계약서를 작성했다. 예를 들어, 태그를 당한 사람은 자신을 태그 한 사람을 바로 다시 태그 할 수 없고, 일 년 가운데 오직 2월 한 달 동안만 게임할 수 있다 등등이다.



사진에 보다시피 신부가 돼서도 여태껏 이 놀이를 하고 계신 분도 있다. 그런데 이분 친구 자동차 트렁크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그 친구를 태그 하긴 했지만, 그 친구의 부인을 놀라게 하는 정도가 지나쳐 그만 자빠지게 했다고 한다. 그 결과 발목 인대가 끊어질 정도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상황이 이 정도면 이제 그만 하자 그럴 것도 같은데, 이젠 같은 동네가 아닌 미국 전역에 흩어진 친구들을 찾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태그 놀이를 한다. 직장 근처 덤불에 숨어있다 나와 태그를 하는 것은 예사고, 심지어 회사의 중역이 된 사람은 회사 건물 내 외부인의 침입이 얼마나 쉬운지 보안 담당자에게 상담한다. 물론 회사 보안 때문이 아니라, 태그 놀이 때문이다.


헐리우드는 실제 이야기보다 좀 더 드라마틱하게 각색했기에 영화가 실제 그대로라고 믿긴 힘들다. 좀 황당하긴 하지만,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그런 가볍고도 유쾌한 코미디임과 동시에, 유소년 시절의 우정을 중년이 되어서까지 변함없이 간직한다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헐리우드 제작자는 월 스트리트 저널로부터 판권을 사들였고, 기사를 썼던 기자 러셀 아담스 역시 저작권에 합당한 금전적 보상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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