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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ys Oct 26. 2021

미국 텍사스 남자가 센 이유 Part Two

미디어를 통해 본 텍사스

빅뱅 이론(The Big Bang Theory)


CBS에서 방송되었던 시트콤 <빅뱅 이론>은 캘리포니아주 파사디나에 위치한 칼텍(Cal Tech)에서 근무하는 네 명의 nerd(공부는 잘하는데 좀 어벙하고, 사회적 교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일컫는 말) 과학자들이 벌이는 코믹한 일상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2019년 마지막 열두 번째 시즌으로 종영될 때까지 40세 이상 미국 어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시트콤이었다고 하죠. 이 시트콤에 나오는 이론 물리학자인 쉘든 쿠퍼는 이미 십 대 초반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입학하여 박사학위를 두 개나 딴 천재이자 철저한 무신론자로 동부 텍사스 출신입니다.


극 중 쉘든 쿠퍼의 어머니인 메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보수주의자이며, 아버지는 과음을 일삼고, 풋볼 및 사격을 매우 좋아하는 전형적인 텍사스 남성으로 묘사됩니다. 극중 쉘든의 회고에 따르면, 그의 부모는 자주 싸웠는데 그때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아끼는 차이나 세트 접시를 뒷뜰에서 종류별로 하나씩 총을 쏘아 깨뜨렸다고 합니다. (클레이 사격을 연상하는 대목이죠)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풋볼을 싫어하며 수학 문제나 풀고 있는 쉘든을 나약하고 남자답지 못하다고 여겼다는데, 이걸 보면 텍사스란 동네가 어떤 곳인지 짐작이 됩니다.


공부를 최고의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한국 부모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죠. 어쨌거나 평범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쉘든은 생물학적 돌연변이일 뿐만 아니라, 텍사스의 보편적인 남성상과는 거리가 먼 사회적 그리고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종교적 돌연변이인 셈이기도 합니다.


후라이데이 나잇 라잇츠(Friday Night Lights)



풋볼은 텍사스인에게 종교와 같은 것이라고 이미 언급하였습니다. 이걸 잘 보여주는 영화를 한 편 꼽으라면 아마도 2004년 개봉한 <후라이데이 나잇 라잇츠>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영화는 1988년 텍사스 주 오뎃사라는 작은 도시에 위치한 퍼미안 고등학교(Permian HS) 풋볼 팀이 주내 다른 고등학교 강팀들을 물리치고, 주 챔피언쉽 대회 결승전까지 올라가는 과정을 그린 스포츠 영화로 실화에 기초한 이야기입니다.


국가 대표 축구팀이 월드컵 예선전을 펼치는 것도 아닌데, 오뎃사 시민 전체의 관심은 매주 금요일 밤 벌어지는 퍼미안 고등학교 풋볼 팀 경기에 쏠려있습니다. 영화 제목 '후라이데이 나잇 라잇츠'는 원래 금요일 야간에 벌어지는 경기를 위해 켜는 조명을 말하는데, 이제는 금요일 저녁 벌어지는 야간 풋볼 경기를 칭할 때 흔히 사용됩니다. 우리 동네에서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플랙 풋볼(우리가 알고 있는 풋볼은 태클 풋볼이고, 플랙 풋볼은 덜 격렬합니다) 리그가 있는데, 금요일 저녁마다 경기가 열리는 관계로 후라이데이 나잇 라잇츠라고 부릅니다.


아무튼 영화를 보면 선수 가족이 아니더라도, 많은 시민들이 경기장에 시합을 관람하러 가기 때문에 고등학교 풋볼 시합 날은 동네의 큰 행사 날과도 같습니다. 가게들도 일찍 문을 닫고, 풋볼 시합 보러 간다는 팻말을 남겨놓습니다. 그런 이들 대부분은 사회 저소득 계층이죠. 아니, 오뎃사라는 시 자체가 그렇게 부유한 도시가 아닙니다.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은 이들에게 고등학교 풋볼 경기는 삶의 활력소이자, 그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듯 오뎃사 시민 전체의 관심과 성원을 받기 때문에 시합에 지기라도 하면 지역 라디오에선 전날 밤 시합에 대한 분석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게다가 중요한 시합에서 지기라도 하면, 지역 주민이 집까지 찾아와 귀찮게 하기 때문에 풋볼 코치들은 빈번하게 이사를 다녀야 했습니다. 아무리 풋볼을 사랑한다 하지만, 이건 도가 지나쳐도 좀 지나친 거 같습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Dallas Buyers Club)



2004년 미국 50개 주 가운데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주는 단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결 이후,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주는 꾸준히 늘어나 2015년을 기준으로 50개 주 모두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한 텍사스 사람들의 결혼관은 매우 보수적이어서 법이 허용한다 하더라도 쉽사리 바뀌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CNN에서 방영된 게이 로데오 카우보이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는데, 1990년대엔 동성연애를 혐오하는 사람들로부터 살인 위협까지 받았다는 증언까지 나오더군요. 미국처럼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는 나라도 터부시 되는 게 있는데, 그 터부 중의 하나가 텍사스에서는 동성연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튜 맥커너헤이가 출연했던 <달라스 바이어즈 클럽>이 영화화된 것입니다. 1980년대 중반, 텍사스에서 그것도 더욱 보수적인 동부 텍사스 지역에서 전기기술자이자, 로데오 카우보이가 동성연애자들이나 걸리는 병인 에이즈에 걸렸다면,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그 자신 역시 동성연애자들을 경멸했던 터라 더더구나 환장할 노릇이었죠.


영화의 주인공인 론 우드루프는 자신이 에이즈에 걸림으로써 동성연애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대부분 동성연애자인 동료들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미허가 치료제를 주정부 몰래 밀수하여 공급하게 됩니다. 이것은 실화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1980년대 당시 텍사스인이 가지고 있던 동성연애에 대한 인식과 당시 텍사스의 사회상이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NFL 스타 에이드리언 피터슨의 아동 학대 혐의



텍사스인들은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엄격한 편이어서 자녀에게 체벌을 종종 가하기도 한답니다. 몇 년 됐긴 했지만, ABC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미국 사람들은 체벌에 대해 우호적이라고 합니다. 보편적으로 미국인의 체벌에 대한 인식은 spanking입니다. 쉽게 말하면 엉덩이 때리기 정도? 하지만 회초리를 이용한 체벌은 이들에겐 폭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NFL(미 프로풋볼 리그) 스타 에이드리언 피터슨(Adrian Peterson)이 네 살(한국 나이로 치면 여섯 살 정도) 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회초리를 든 사실이 알려졌을 때, 아동학대 혐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동부 텍사스 지역 출신인 피터슨은 자신 역시 회초리를 맞고 성장해왔으며, 아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관습에 따라 회초리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동부 텍사스 출신의 몇몇 유명 인사들이 피터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실상 피터슨은 이 일로 피소되었으며 자신의 팀으로부터 출장 정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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